의료 대란 현실화
의료계 집단행동과 전공의 이탈, 병원 인력난 등으로 의료 현장이 큰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 환자 진료 차질, 각계의 대응 등 의료 대란의 현주소와 주요 이슈를 심층적으로 다룹니다.
의료계 집단행동과 전공의 이탈, 병원 인력난 등으로 의료 현장이 큰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 환자 진료 차질, 각계의 대응 등 의료 대란의 현주소와 주요 이슈를 심층적으로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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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은 확답을 못 드려요. 전공의, 전임의분들이 검사를 담당하시는데 전공의 선생님들이 지금 파업 중이셔서요." 21일 오전 11시30분쯤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수술 상담실에서 병원 관계자가 난감한 통화를 이어갔다. 그는 수화기 너머 산모에게 "이상 소견이 있어도 진료를 못 보는 상태다. 검사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라며 "다음 주까지 일정을 확인해보고 연락드리겠다"고 안내한 뒤 전화를 끊었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전날 오전 6시를 기점으로 근무를 중단한 가운데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과에서도 전공의 인력이 빠지며 산모와 환자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대학병원을 찾은 산모들은 걱정을 털어놨다. 이날 남편과 세브란스병원을 방문한 산모는 "4월 출산 예정인데 혹시 수술이 미뤄질까 불안해서 오늘 물어보려고 왔다"며 "다행히 제왕절개 수술은 그대로 진행한다고 한다. 자연분만은 일정이 미뤄질 수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초음파검사 등을 담당하는 전공의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길게 6개월까지도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다만 정부는 2020년 의료 파업 때와 달리 원칙을 확고히 세운 뒤 보다 정교하게 법적 조치를 취하고 있고, 비상진료체계도 더 준비하고 있다며 사태가 장기화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일 오후 10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소속 전공의의 약 71.2% 수준인 8816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21일 밝혔다. 근무지 이탈자는 소속 전공의의 약 63.1%인 7813명이다. 전체 전공의 수가 약 1만3000명임을 감안하면 사직서 제출자는 전체의 약 68%, 근무지 이탈자는 약 60%다. 2020년 정부의 의대 증원과 공공의대 신설 등에 반발하며 의사들이 집단 파업에 들어갔을 당시 전공의의 80%가량이 파업에 동참했던 것보다는 적은 수준이다. 전공의 집단행동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문일 수도 있지만 20
"포항에서 병원 응급실을 찾지 못해 돌다가 겨우 왔는데 언제 치료받을지 모르겠어요." 21일 오후 빅5 병원 중 한 곳인 서울성모병원(서울 서초구 반포대로)의 응급의료센터 앞 환자 가족들의 수심이 깊다. 70대 여성은 "남편이 응급상태로 실려 왔는데 전공의가 떠났다는 뉴스를 보니 치료를 제때 받을 수 있을지 걱정된다"며 울먹였다. 이곳 응급의료센터 앞 대기실엔 수시로 환자 보호자들이 드나들었다. 한 20대 여성은 대기 번호 35번이 적힌 번호표를 뽑고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80대 부부가 느릿느릿 이곳 대기실에 입장했다. "남편이 며칠째 소변을 보지 못해 찾아왔다"는 어르신은 "의사들이 사직서를 냈다고 해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모르겠지만 남편 상태가 위중해 차례가 빨리 오기만 기다릴 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응급의료센터엔 경기도 양주시에서 암 환자가 응급상태로 구급차에 실려 왔지만 "언제 치료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는 게 구급대원의 설명이다.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
"아이가 예정일보다 일찍 나와 고생을 좀 했는데 이제 보니 효자가 따로 없네요." 지난 12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아들을 출산한 30대 산모 김모씨는 최근 전공의들의 진료 중단 사태를 보고 안도의 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분만 예정일보다 이른 37주 4일 차에 아이를 낳았다. 김씨는 "원래 이달 29일이 예정일이일있는데 16일로 제왕절개 수술 날짜를 잡았다"며 "그보다도 4일 더 일찍 나와 응급 수술을 받아야 했는데 그 이후 (진료 중단으로) 응급 외에는 수술이 어렵다는 뉴스를 접하고 아이에게 괜히 고맙고 기특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의대생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의 대규모 진료 중단이 현실화하면서 출산을 앞둔 산모들의 희비가 엇갈린다. 의료 공백 사태가 발생하기 전 아이를 낳은 이들은 안도하는 반면 출산을 앞둔 만삭의 산모들은 걱정이 앞선다. 다음 달 출산을 앞둔 강모씨(31)는 "전공의 파업 영향을 받지 않는 로컬 병원에서 출산할 예정이지만 산모의 과다 출혈이
경찰이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의사 단체에 대한 시민단체의 고발장을 접수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정부 차원의 고발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21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진행된 의료계 집단행동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시민단체에서 단체행동을 주도하는 의전협과 대한전공의협회 비대위집행부와 위원장에 대한 고발장은 접수됐다"고 이같이 밝혔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이날 오전 서울경찰청에 의료법 위반·협박·강요 등 8개 혐의로 대한의사협회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을 비롯한 집행부와 박단 대전협 회장을 고발했다. 사직서를 제출하고 진료를 중단한 서울대병원 등 '빅5' 병원 전공의들도 함께 고발됐다. 서민위는 고발장에서 "피고발인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것"이라며 "이를 내팽개친 어설픈 명분의 투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근무지를 이탈하는 등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법치주의 근간을 훼손했다"
보건복지부가 고려대안암병원에서 현장점검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해당병원 의료진과 마찰이 발생, 의사가 공무원에게 고성을 지르는 등 소란이 벌어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날 고대안암병원 의사는 복지부 공무원이 근무자를 한명씩 불러내 확인하는 방식에 불만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공의 집단 이탈로 남은 의사들의 스트레스가 커지는 상황에 현장점검 공무원과 의사 간 산발적인 충돌은 잦아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시 성북구 고려대안암병원에서는 현장점검을 나온 보건복지부 공무원에게 중환자실 의사가 목소리를 높여 강하게 항의하는 일이 발생했다. 복지부는 응급실, 중환자실과 같은 필수 의료 분야에 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 이탈이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현장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당시 이 병원의 담당 공무원은 직원을 대동해 실제 명단에 있는 의사가 근무하는지 아닌지 확인하려 의사를 한 명씩 호출했다고 한다. 중환자실은 외부인 출입이 제한돼 안으로 들어가지는
의료계 집단행동으로 지역의료 공백을 우려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의사들의 집단적인 진료 거부 행위가 지속되는 경우 의료법 등 관련 규정에 따라 엄정히 수사하고, 필요한 경우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등 강제수사 방식을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법무부 등과 함께 합동브리핑을 갖고 "정부는 의사 집단행동에 따른 의료 공백을 방지하기 위해 행정적·사법적 조치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정부는 집단 사직을 하거나 의료 현장을 이탈한 의사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한 상황이다. 이 장관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대한 위험을 조기에 차단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집단행동을 주도하는 단체·인사에 대해서는 경찰과 검찰이 협의해 구속수사 등 엄중한 조치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이러한 행정적·사법적 조치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이는 의사 여러분들이 평소 직업적 사명감을 갖고 환자들을 돌봐주신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정부가 9000명에 가까운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에도 '면허정지' 행정처분 조치를 취하진 않고 있다. 의료 현장의 혼란을 생각해 전공의들의 복귀를 먼저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추후 업무복귀명령 절차가 마무리되면 그때 고발과 행정처분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일 오후 10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소속 전공의의 약 71.2% 수준인 8816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21일 밝혔다. 사직서는 수리되지 않았다. 근무지 이탈자는 소속 전공의의 약 63.1%인 7813명이다. 이에 따라 현장점검에서 근무지 이탈이 확인된 전공의 6112명 중 이미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715명을 제외한 5397명의 전공의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했다. 이에 따라 총 6228명이 업무개시명령을 받았다. 업무개시명령에 따르지 않은 3377명에는 업무개시명령 불이행 확인서를 징구했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의료 현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의료법에 따라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학생회는 21일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의 발언이 "구시대적이고 차별적"이라며 공개 사과하고 해명을 요구했다. 박 차관은 전날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근거로 "여성 의사 비율의 증가, 남성 의사, 여성 의사의 근로시간의 차이 이런 것까지 과정에 다 집어넣어서 분석했다"고 발언해 성차별 논란이 일었다. 이대 의대 학생회는 입장문을 통해 "해당 발언의 구체적인 논거를 공개하길 바란다"며 "박 차관은 '우리나라 최고 연구기관에서 보고서 형태로 발간된 것을 참고'하라고 했지만 출처 미상"이라고 밝혔다. 이어 "여성 의사의 근로시간이 적기 때문에 의료인력으로써의 효율이 떨어진다는 발언은 여성과 남성을 동등한 인력으로 간주하지 않는 성차별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이대 의대 학생회는 "모든 의사는 동일한 교육을 수료함에도 불구하고 박 차관은 근거없는 말로 여성 의사의 능력과 전문성을 폄하했다"며 "공개 사과하고 해명하길 강력하게 요구한다. 더 나아가 책임지고 사퇴하
"어유 답답해서 어떡해. 사람이 너무 많고 그냥 계속 기다리라고만 해요." 2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응급진료센터 앞에서 만난 60대 여성 A씨는 발을 동동 구르면서 이같이 말했다. 보호자로 함께 온 가족들이 A씨를 진정시키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세브란스병원 응급진료센터는 평소에서 응급환자 방문이 많아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이송시키는 경우가 있을 정도다. 이번 전공의 사직서 제출로 인해서 평소보다 약 50% 정도 규모로 축소 운영하고 있다. 보호자들은 '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면 어떡하냐'는 우려를 표했다. 50대 남성 B씨는 "전주에서 새벽 내내 아들과 교대 운전하면서 올라왔다"며 "항암 중인 아내가 고열과 설사 증세가 심해졌다"고 말했다. B씨의 아내는 난소암으로 최근 수술을 받고 항암치료 중이다. 그는 "다시 항암을 하려고 준비 중인데 몸 상태가 갑자기 나빠졌다"며 "응급실에서 받아줘서 검사를 진행 중이지만 걱정이 많다"고 했다. 이어 "그동안 부인을 담
의대 증원에 반대해 전공의들의 대규모 병원 이탈이 현실화한 가운데 한 현직 간호사가 현 상황을 전한 글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0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빅5 간호사가 말하는 대학병원 상황'이라는 제목의 글이 확산했다. 해당 글은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글을 갈무리한 것이다. 자신을 '빅5'(서울대·서울아산·삼성서울·세브란스·서울성모) 병원 간호사라 밝힌 글쓴이 A씨는 '의료 대란'에 따른 병원 상황을 상세히 전했다. 글에 따르면 전문의 빈자리는 PA간호사가 대신하고 있다. PA간호사는 진료와 간단한 수술 등 의사가 하는 일부를 할 수 있는 간호사를 말한다. A씨는 "이미 소아과와 산부인과, 비뇨기과, 흉부외과 등 비인기과는 의사가 부족해 간호사가 의사 일을 대신해 왔다"며 "우리 부서 PA간호사들이 파업한 전공의 대신 처방 내고 드레싱 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행 의료법상 근거가 없어 'PA 간호사'의 진료 보조 행위는 불법이다. 따라서 공식적으로는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에 나선 가운데, 대학생 커뮤니티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후 10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에서 전공의의 71.2%인 8816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들 100개 병원에는 전체 전공의 1만3000여명의 약 95%가 근무한다. 이에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전날 집단 사직에 나선 전공의들을 비판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서울대생으로 추정되는 익명의 글쓴이 A씨는 "지금 사직하고 생명 인질로 잡는 놈들 고등학교 때는 의대 간다고 의료봉사해대고 슈바이처 장기려 독후감 쓴 애들 한 트럭 아니냐?"고 적었다. 이어 "자기소개서에선 생명의 가치를 역설하고 봉사의 중요성을 썼을 인간들이, 도덕적으로 보이려 했던 놈들이 사직하고 국민 생명 인질로 잡고 잘하는 짓이다"라며 "너희가 테러리스트들이랑 다를 게 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다른 서울대생으로 추정되는 B씨는 "공돌이들은 예산 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