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유럽
열악한 교육 환경과 고물가 등에 반발한 청년 시위가 도화선이 돼 유럽 전역으로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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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생활비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탈리아 전역에서 격화하자 이탈리아 정부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새로운 치안 강화 조치를 20일(현지시간) 승인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로이터에 따르면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는 "사법 당국이 위험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는 근거가 있다면 범죄를 저지르지 않더라도 18세 미만 청소년을 경찰서에 최대 12시간 동안 연행 및 구금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탈리아 정부는 오는 24일 예정된 시위에서 추가적인 소요 사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밀라노에 500명의 군 병력을 추가로 배치할 계획이다. 살비니 부총리는 해당 조치를 승인하기 위해 이날 소집된 국무회의를 앞두고 RTL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청소년 문제에 대해 신속하게 개입하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니콜라 몰테니 내무부 차관은 라디오 24 방송을 통해 정부가 의회에서 논의돼 온 치안 규정을 즉시 시행하기 위해 '긴급 법령'을 승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조치에는 공공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믿을 만한 사유가 있는 경우 청소년의 행사 참석이나 특정 구역 출입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하루 평균 약 3만명이 방문하는 세계적인 관광 명소인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이 학생들의 출입구 봉쇄로 하루동안 문을 닫았다. 고물가와 열악한 교육환경에 항의하는 시위가 프랑스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쯤 루브르 박물관 내부의 예술 고등교육기관 '에콜 뒤 루브르'와 국립고등미술학교 '에콜 데 보자르' 학생 등 50여명이 박물관 출입구를 막았다. 전국적 시위를 주도 중인 프랑스 노동총동맹(CGT) 인원도 일부 참여했다. 루브르 박물관은 정문인 유리 피라미드와 리슐리외 통로 등 주요 출입구가 막히자 오전 9시에 예정대로 개관하지 못했다. 봉쇄는 오후까지 이어졌으며 박물관 측은 이날 임시 휴관하고 예약 방문객들에게 입장료를 자동 환불한다고 밝혔다. 루브르 박물관은 매주 화요일 휴관하므로 20일까지 이틀 연속 문을 닫는 셈이다. 21일 정상 개관 여부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은 "세계 최대 박물관을 봉쇄하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선언한다"는 전단을 배포했다.
주말 대규모 시위와 폭력 사태로 혼란을 겪은 프랑스 국채 가치가 19일(현지시간) 급락했다. 고통스럽더라도 재정지출 대폭 삭감을 포함한 개혁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CNBC에 따르면 이날 채권시장에서 프랑스 국채 10년물 수익률(OAT 금리)은 장중 한때 4. 9441%까지 상승했다. 지난 1일 4. 9629%까지 치솟아 2002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한 다음 이 수준에 다시 근접했다. 이에 따라 유로존 채권 벤치마크인 독일 국채 10년물 수익률(분트 금리) 격차가 또 다시 벌어졌다. 프랑스 경제 매체 이데알 앵베스티쇠르에 따르면 이날 OAT 금리 대 분트 금리 격차는 1. 423%포인트로 지난 2일 이후 가장 컸다. 프랑스 국채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졌다는 이야기다. 국채 수익률이 오르면 채권 가치는 떨어진다. 이는 주식시장에도 악재가 됐다. 이날 프랑스 증시 벤치마크인 CAC 40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 11% 하락한 7868. 05를 기록했다. 오는 23일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프랑스에 대한 정기 신용평가 결과를 발표한다.
독일 자동차 대기업 폭스바겐(VW)이 직원 임금을 2030년까지 동결하는 계획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실질임금 하락을 우려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폭스바겐의 유럽 및 글로벌 노사협의회는 19일(현지시간) 폭스바겐 경영진이 전 세계 인사 담당자들에게 2030년까지 임금을 인상하지 않고 2026년 수준으로 유지하는 계획을 세우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본급 동결 외에도 성과에 따라 지급되는 변동급, 특별 지급금, 복리후생 혜택 등도 줄이는 방안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폭스바겐은 현재 전 세계에 약 66만명의 인력을 고용하고 있다. 계획이 현실화하면 상당수 직원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노조의 반발이 크다. 독일 최대 노동조합인 금속노조(IG메탈)는 만약 이 계획이 시행될 경우 폭스바겐 노동자들의 실질소득은 2030년까지 약 10%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금이 동결되는 상황에서 물가가 오를 경우 실질소득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폭스바겐 노조 측은 이 방안에 대해 "현실적이지 않으며 격렬히 저항할 것"이라면서 경영진에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
프랑스의 고물가 시위가 폭력사태로 번지면서 프랑스 정부가 19일(현지시간) 파리, 릴, 니스 등 여러 도시의 일부 지역에 야간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는 이날 비상대책 회의 후 이르면 이날부터 통행금지를 시행하라는 지침을 각 지역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에 파리 경찰은 레퓌블리크 광장과 상업지인 레알 일대에 이날 오후 11시부터 20일 오전 6시까지 통행금지를 발령했다. 릴, 두에, 와티니, 드냉 등 북부 4개 도시 일부 지역에서도 저녁 8시부터 통행금지가 시행됐다. 니스 시장은 온라인 영상에서 니스 중심가에 미성년자의 야간 통행금지 명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르코르뉘 총리는 현재로서는 부분적이고 지역적인 통행금지를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다면서 "이번 통금의 목적 중 하나는 사람들뿐 아니라 상점과 같은 재산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에서는 고등학생들이 교육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시작한 시위가 고물가와 공공서비스 저하에 항의하는 시위로까지 확산하면서 약탈·방화 등 폭력 사태가 심화하고 있다.
유럽에서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기저에는 자동차 등 유럽 제조업의 몰락이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6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높은 에너지 비용과 글로벌 경쟁 심화로 인해 10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추산했다. 여기에는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인 폭스바겐이 발표한 10만 명 규모의 감원 계획도 포함돼 있다. 유럽 금속 유통·가공업계 단체인 유로메탈은 중국과의 경쟁이 날로 심화됨에 따라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제조업 분야에서만 무려 3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중국은 EU를 상대로 하루 평균 10억유로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무역 흑자를 기록중이다. 이 같은 우려에 철강 유통업체 및 제조업체들은 지난달 7일 브뤼셀의 유럽집행위원회 건물 앞에 모여 산업 생산 능력과 고용 등의 상징적 죽음을 나타내는 관을 들고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유럽 제조업체들은 중국이 부품 공급을 통해 역내 공급망 깊숙이 침투하면서 자국 산업 생태계를 잠식하고 있는 현실을 EU 집행위원회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느끼면, 일부는 물건을 부수는 것 말고는 주목받을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 벨기에 리에주의 고등학생 엘리아나(17)는 최근 유럽 곳곳에서 벌어지는 청년들의 시위를 르몽드에 이같이 설명했다. 프랑스와 벨기에, 이탈리아 등 유럽 각지에서 청년들이 거리로 나서고 있다. 교사 부족과 노후한 학교시설, 치솟는 교육비 등 교육 여건에 대한 불만이 시위의 불씨가 됐다. 여기에 고물가와 생활비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청년들의 분노가 유럽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교실 넘어 생활비까지"…교육격차·고물가에 분노━프랑스 파리 시민 모나(26)씨는 19일 머니투데이와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인터뷰에서 "열심히 일하고 세금을 많이 내지만 월말이면 돈이 모두 사라진 것 같다"며 "학교와 병원 등 공공서비스는 자원이 부족한데 우리가 낸 돈이 어디로 가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4년 프랑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조세수입 비중은 43.
프랑스 재정난이 수면 위로 오르고 고물가 등에 반발한 청년시위가 확산하면서 프랑스 국채 금리가 수십 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할 거란 전망이 나왔다. 18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경제학자들 말을 인용해 "프랑스가 통치 불가능한 국가로 점점 치달아 국채 금리도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 전망했다. 10년 만기 프랑스 국채 금리는 2월 말 3. 2%에서 이달 초 4. 9%로 올라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높은 재정 적자와 불확실성으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졌다. 10년물 금리는 현재 4. 8% 수준이지만 언제든 다시 치솟을 수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앤드류 케닝햄은 "프랑스 국채 금리가 19일 최대 0. 1%포인트(p) 올라 수십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프랑스에서 개혁을 추진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수치라고도 했다. 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17일 시위로 약 2400명이 체포됐다. 경찰관 등 약 1000명이 다쳤다. 시위 참가자는 정부 추산 55만명, 노동총동맹(CGT) 추산 80만명에 달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프랑스 대규모 시위에 대해 "모두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사회, 물가 안정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 각계에서는 사태 해결을 위한 구체적 조치가 전혀 없었다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마크롱 "청년에 논의 참여 기회 줘야…폭력 행위 엄단"━마크롱 대통령은 18일 대국민 담화에서 "청년들에게 해결책을 찾는 논의에 참여할 기회를 주지 않은 채 미래를 믿어달라고 말할 수는 없다"며 이 같이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에 필요한 것은 질서와 평온"이라며 "거리 시위가 아닌 정당 간 토론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가 국회의원, 노동조합, 학생 단체, 정부 당국자들을 모아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점 약탈, 관공서 방화 등 일부 시위대의 폭력 행위에 대해서 마크롱 대통령은 "분열을 부추기는 일부 극렬 좌파 인사들과 폭력배들이 우리 도시에 폭력을 휘둘렀다"며 단호하게 사법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화와 약탈 등 폭력 사태로 번진 프랑스 시위의 원인을 관대한 이민 정책 탓으로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프랑스가 불타고 있다"며 "마음 깊이 증오를 품은 완전히 다른 세상에서 온 이민자들이 한때 위대했던 그 나라를 산산조각 내왔다"고 적었다. 이어 "너무 늦기 전에 국경을 닫고 통제권을 가져오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에도 트루스소셜을 통해 프랑스의 시위가 "통제 불능의 대규모 이민", "이슬람이 한때 위대했던 나라를 장악하려 하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날 앞서 JD 밴스 부통령 X에 프랑스의 폭력 시위 장면을 공유하면서 유럽의 관대한 이민 정책을 배경으로 지목한 바 있다. 그는 "아름다운 나라 프랑스와 훌륭한 국민들이 더 많은 랜드마크가 불타기 전에 이 광기를 멈추기를 기도한다"고 적었다. 프랑스에서는 열악한 교육 환경에 항의하는 고등학생들의 시위가 4주째 이어지고 있다. 전날에는 학생 시위에 노동자들이 합세하면서 시위 규모가 커지고 폭력 수위가 격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