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의 모든 화약 무기 중 가장 오래된 유물입니다. 출토지와 만든 사람이 모두 명확하게 확인됩니다."(허민 국가유산청장)
21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화약무기 '황자화통'이 공개되자 탄성이 터졌다. 청동으로 만든 만듦새와 묵직한 무게가 특징인 화포로 600년도 넘은 전쟁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군데군데 슬어 있는 녹과 빛바램도 현장감을 더했다.
이날 국가유산청과 국립문화유산연구원 나주문화유산연구소가 언론에 한 발 먼저 공개한 '황자화통'은 국내에서 발견된 화약 무기 중 가장 이른 시기의 유물이다. 전남광주 나주 금성산에서 출토됐으며 제작 시기와 주체가 명확히 확인돼 매우 가치가 높다.
화통은 화약을 이용해 화살이나 탄알을 쏘아 내보내는 일종의 개인용 대포다. 당시 주력 무기였던 활보다 사거리와 파괴력을 혁신적으로 높일 수 있어 활용도가 높았다. 길이는 23.75cm, 무게 1032g으로 병사 1명이 휴대할 수 있는 소형 화기다.
가장 큰 특징은 화약무기 실물 자료가 매우 드문 고려 말~조선 초의 유물이라는 점이다. 화통에 새겨져 있는 '정사년'이라는 문구로 추정해 보면 1377년 또는 1437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고려의 무기 개발자였던 최무선 때나 조선 세종대왕 때 중 한 시기다.

황자화통에는 모병(손잡이 나무를 끼우는 부분)에 27자, 총부리에 1자 등 28자의 음각 명문(새긴 글자)이 남아 있다. 보명의 병문은 제작 일자와 제작자, 감독자의 이름이 적혀 있으며 총부리에는 화기 제작 번호 또는 관리 번호로 추정되는 '팔'자가 새겨져 있다.
유물의 형태는 내부가 둥글고, 세로로 긴 초기 형태의 화기 구조를 띄고 있다. 조선 세종 때 화기를 개량하기 전의 약통 구조와 뚜렷한 차이를 보이며, 구리와 주석, 납을 주성분으로 하는 청동 주조품이다. 화약의 폭발력으로 화통이 깨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주석의 함량을 조절하는 우리나라 고유의 화약무기 기법이 사용됐다.
이 유물은 2023년 11월 나주 금성산의 지뢰 지대에서 등산로 공사 전 실시한 지뢰 탐지에서 발견됐다. 나주연구소는 수차례의 과학 분석과 전문가 자문을 통해 새겨진 '명문'을 판독하고, 제작 가치를 밝히기 위한 연구를 지속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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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연구소는 오는 23일부터 11월 22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발견 유물 속보전'을 열고 황자화통을 국민들에게도 공개할 예정이다.
연구소 관계자는 "나주 지역 문화유산에 내재된 역사·문화적 가치를 규명하고 국민과 함께 향유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