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끝나니 이야기가 시작됐다…이창동 '가능한 사랑' [영화있슈]

영화가 끝나니 이야기가 시작됐다…이창동 '가능한 사랑' [영화있슈]

차유채 기자
2026.09.2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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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영화만큼 흥미로운 영화계 이야기. 화제의 작품부터 논란, 리뷰, 비하인드까지 [영화있슈]가 전해드립니다.
영화 '가능한 사랑'은 작품 속 표현처럼 "소설 같은 영화"다. 명확한 설명 대신 생각할 여지를 남겨두고, 관객이 곱씹으며 인물의 심리와 사건의 이면을 상상하게 만든다. 사진은 영화 '가능한 사랑' 보도스틸. /사진=넷플릭스 제공
영화 '가능한 사랑'은 작품 속 표현처럼 "소설 같은 영화"다. 명확한 설명 대신 생각할 여지를 남겨두고, 관객이 곱씹으며 인물의 심리와 사건의 이면을 상상하게 만든다. 사진은 영화 '가능한 사랑' 보도스틸. /사진=넷플릭스 제공

"소설 속에 나오는 곳 같아요."

"보통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곳 같다고 하지 않아요?"

"영화나 드라마는 뻔하잖아요."

영화 '가능한 사랑'은 작품 속 표현처럼 "소설 같은 영화"다.

명확한 설명 대신 생각할 거리를 남겨두고, 관객이 곱씹으며 인물의 심리와 사건의 이면을 상상하게 만든다. 시각적으로는 분명히 보여주는데, 이상하게 궁금증이 남는다. 한 편의 소설을 읽으며 문장과 문장 사이에 숨겨진 의미를 들여다보는 듯하다.

분위기를 완성하는 것은 사운드다. 몽환적이고 차분하면서도 묘한 긴장감을 품은 음악은 인물들의 불완전함과 욕망이라는 감정선을 극대화하며 작품의 분위기와 어우러진다.

영화 '가능한 사랑'의 긴장감은 배우들의 연기가 뒷받침됐기에 완성될 수 있었다. 사진은 영화 '가능한 사랑' 보도스틸. /사진=넷플릭스 제공
영화 '가능한 사랑'의 긴장감은 배우들의 연기가 뒷받침됐기에 완성될 수 있었다. 사진은 영화 '가능한 사랑' 보도스틸. /사진=넷플릭스 제공

이 긴장감은 배우들의 연기가 뒷받침됐기에 완성될 수 있었다. 전도연은 극 중 40대의 나이에도 소녀 같은 감성과 삶의 무게를 동시에 지닌 '미옥'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순수함과 현실성이 한 인물 안에서 공존하는 균형감이 탁월하다.

'호석' 역의 설경구는 해고 노동자가 겪는 PTSD를 과장 없이 표현하며, 지쳤지만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는 현실적인 중년의 얼굴을 밀도 있게 보여준다.

조인성의 변신도 흥미롭다. '젠틀한 어른'이라는 가면 뒤 욕망을 숨긴 '상우'를 맡아 많지 않은 분량으로도 극 전체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개인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예지'를 연기한 조여정이다. 타인을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자기 자신과 자신의 작품을 가장 사랑하는 인물이다. 예지는 압구정동 키즈임에도, 그 곳에서 세탁소를 운영한다는 이유로 상류층과 선을 긋는 등 본인의 정체성과 실제 사회적 위치 사이 괴리감이 큰 인물이다. 미워할 수 없는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관객의 방심을 유도한 뒤 강렬한 충격을 선사하는 연기도 인상적이다.

영화의 호흡은 길지만 지루하지 않다. 빠른 사건 전개 대신 인물 간의 미세한 감정 변화와 관계의 긴장감을 진득하게 바라본다. 무엇보다 각각의 인물이 속한 계층을 세밀하게 묘사하며 몰입감과 공감을 높인다.

특히 인상적인 소재는 '달'이다. 영화는 달의 상징성을 기존의 관념과 반대로 활용한다. 사진은 영화 '가능한 사랑' 보도스틸. /사진=넷플릭스 제공
특히 인상적인 소재는 '달'이다. 영화는 달의 상징성을 기존의 관념과 반대로 활용한다. 사진은 영화 '가능한 사랑' 보도스틸. /사진=넷플릭스 제공

특히 '달'을 인상적 소재로 활용했다. 흔히 밤과 달은 외로움이나 가난, 고단한 삶과 연결되곤 한다. 영화는 달의 상징성을 기존의 관념과 반대로 활용한다.

가진 것이 많은 예지에게 달은 고충과 불안을 떠올리게 하는 대상인 반면 노동자 계층인 미옥과 호석에게 달은 잠시 현실을 잊게 하는 낭만적 존재다. 같은 세계를 살아가며 같은 대상을 바라봐도, 해당 객체가 각 인물에 닿는 각도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가능한 사랑'은 명확하게 완결된 결론을 내리는 대신 관객의 머릿속에 질문을 던지며 이야기를 계속 확장한다. 이창동 감독 특유의 '소설 같은 영화'가 지닌 매력이다.

한편 영화 '가능한 사랑'은 해고 노동자와 그의 아내 그리고 다큐멘터리 감독과 그녀의 남편, 두 부부가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만나 서로 다른 삶과 숨은 욕망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오는 23일 극장 개봉하며 넷플릭스에는 11월 6일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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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유채 기자

머니투데이 스토리팀 차유채 기자입니다. 영화를 비롯한 연예 및 스포츠 이슈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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