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MT문고]'극우의 신화 일본'

수십 년간 한일관계를 연구해 온 전문가 호사카 유지 교수는 거듭 일본 극우세력의 준동에 대해 경고해왔다. 이들은 아시아를 쥐고 흔들었던 옛 역사에 매몰돼 있어 과거의 영광을 복원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나 중국 등 주변국과의 갈등도 서슴지 않는다.
그가 쓴 '극우의 신화 일본'도 이 같은 경계 의식에서 출발했다. 최근 전 세계적인 우경화 바람에 부응해 일본에서도 극우세력이 힘을 얻기 시작했고, 다카이치 총리의 당선 역시 강경 보수화의 초기 신호라는 뜻이다. 그들은 아베 전 총리를 신격화하며 패권국 일본의 부활을 꿈꾼다.
책은 1945년 패전 후 몰락했던 일본 극우가 어떻게 다시 살아났는지의 과정을 상세히 서술한다. 극우 세력은 중국과 미국에 뒤처지지 않겠다는 일본인들의 심리를 노려 강경 보수 정치인들에게 힘을 실어 줬고, 외교적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거친 발언을 쏟아내게 만들었다.
저자가 초대 일왕으로 믿어지는 진무 일왕의 부각 역시 일본 내 보수파의 공작에 가깝다고 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는 실존 여부조차 불투명한 인물이지만, 그를 혈통의 출발점으로 삼아 강경 국가 이념을 다시 세우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그를 섬기는 가시하라 신궁이 극우의 상징이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책은 고대 일본부터 전국시대, 메이지 유신 이후의 근대 일본에 이르기까지 역사를 따라가며 극우 세력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놓았다. 강경보수의 시조인 야마가 소코, 아시아 침략의 방법론을 제시한 요시다 쇼인 등 극우의 학술적 근거를 따라가는 구성도 흥미롭다.
지나치게 상상에 의존하거나 음모론에서 영향을 받은 듯한 대목은 아쉽다. 주요국들이 우경화를 택한 요인에 대해서는 설명이 부족해 자칫 극우화가 일본만의 지엽적 문제로 오해할 수 있다. 정계에 대한 검증되지 않은 주장들을 정론처럼 써 놓은 곳도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일본에서 한국으로 국적을 바꾼 뒤 한일관계를 연구해 온 전문가다. 위안부 등 일본군의 수탈로 인한 피해 문제와 독도를 둘러싼 갈등, 일본 역사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고 글을 써왔다. 세종대와 고려대에서 교편을 잡고 후학을 길러내고 있다.
◇극우의 신화 일본, 책이라는신화, 2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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