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K컬처의 그늘, 암표공화국②

무료로 개방된 한강공원에도 '자릿값'이 붙었다. 지난달 5일 서울세계불꽃축제를 앞두고 중고거래 게시판에는 15만~20만원을 받고 명당을 맡아주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주최사가 파는 관람석이 아니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원 자리를 먼저 차지해 돈을 받는 거래였다.
공연·스포츠 암표 처벌을 강화한 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논란은 영화관과 무료 축제로도 이어지고 있다. 관람 기회를 선점해 이익을 얻는 방식은 비슷해도 적용할 법과 대응 수단은 제각각이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의 대책이 공연·스포츠 입장권에 집중되면서 다른 분야의 공백이 드러났다.
공연·스포츠에서는 되팔이를 생업으로 삼은 사례가 나왔다. 경기북부경찰청이 지난달 구속 송치한 30대 남성은 2018년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표 8967장을 되팔아 판매액 24억원을 올린 혐의를 받는다. 2019년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방탄소년단 콘서트 표를 11만원에 사 300만원에, 2025년 세븐틴 팬 미팅 표를 11만원에 사서 180만원에 되팔았다. 범죄 수익으로 아파트와 상가를 산 것으로 조사됐다.
관람 기회의 희소성이 예매 경쟁을 웃돈 거래로 바꾼다. 공연과 경기는 날짜와 좌석 수가 정해져 공급을 곧바로 늘리기 어렵다. 좋아하는 가수나 팀을 보려는 관객에게 다른 행사가 대안이 될 수도 없다. 그렇다고 모든 재판매가 불법은 아니다. 공연·스포츠 표는 주최사·공식 예매처 등 판매 권한이 있는 자의 동의 없이 상습 또는 영업으로 자신이 구입한 가격보다 비싸게 팔거나 알선하면 '부정판매'가 된다. 정상 구매한 표를 구입가 이하로 양도하는 경우는 해당하지 않는다. 할인받아 산 표라면 표시된 정가가 아니라 실제 구입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한 장을 한 번만 팔아도 영업성이 인정되면 부정판매가 될 수 있다. 매크로 구매가 아니어도 이익에 대한 기대와 거래를 계속할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셈이다. 되팔 목적으로 예매 절차를 우회·방해해 샀다면 판매하지 않아도 '부정구매'가 된다. 법 위반이 아니어도 양도 금지 약관에 따라 티켓이 취소될 수 있다.
영화에서는 특정 상영관의 희소성이 웃돈으로 이어졌다. 8월 '오디세이'는 원본 아이맥스 화면비를 온전히 볼 수 있는 CGV 용산아이파크몰 특별관에 관객이 몰렸다. 10만원대 판매글이 올라왔고 일부는 15만~30만원에 거래된 사례도 전해졌다. 영화보다 특정 화면과 좌석에서 보는 경험에 수요가 집중된 경우다. CGV는 해당 상영관의 예매를 한시적으로 1인당 하루 최대 4장으로 제한했다.
특히 영화는 공연·스포츠와 달리 암표를 제재할 법적 근거도 제대로 없다. 현행법상 영화 관람권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부정 발급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는 한 제재하기 어렵다. 게시물 삭제나 계정 제재 등도 플랫폼과 영화관의 자율 협조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독자들의 PICK!
불꽃축제 같은 무료행사는 규제의 경계가 더 복잡하다. 무료 공원 자리를 선점해 넘기는 거래는 입장권 재판매가 아니어서 강화된 공연·스포츠 암표 규정으로 제재하기 어렵다. 서울시 요청으로 중고거래 플랫폼들이 자리 판매·대여를 금지했지만, '돗자리 판매'로 위장한 게시물이 이어졌다.
공연 분야도 실제 대응이 과제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체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법 시행 후 20일간 암표 신고는 일평균 245건이었다. 전임 2명과 겸임 1명이 맡고 있다. 신고가 폭증한 데 비해 이를 처리할 전담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셈이다. 한 공연업계 관계자는 "법이 있어도 실제 단속에 시간이 오래 걸리면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공연이 다 끝난 뒤 암표상을 처벌해도 관람객들이 놓친 기회는 되돌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