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 법원의 유예보다 빠른 엔터계의 용서 [IZE 진단]

유아인, 법원의 유예보다 빠른 엔터계의 용서 [IZE 진단]

한수진 ize 기자
2026.08.21 18:39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천만 감독 영화 주연 이어 빌리언스 전속계약
집행유예도 안 끝났는데…용서 빠른 엔터계

배우 유아인이 집행유예 기간이 남은 상황에서 장재현 감독의 신작 '뱀피르' 주연 발탁과 빌리언스 전속계약 소식을 전했다. 빌리언스는 SNS를 통해 유아인과 신뢰를 쌓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반성은 미래형이고 복귀는 완료형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업계는 유아인의 상품성을 높게 평가해 복귀 판을 마련했지만 대중은 법원의 유예보다 빠른 엔터계의 용서에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배우 유아인 /사진=스타뉴스 DB
배우 유아인 /사진=스타뉴스 DB

형은 유예됐지만 복귀는 유예되지 않았다. 배우 유아인은 집행유예 기간이 1년가량 남은 상황에서 천만 감독의 대형 상업영화 주연을 꿰찼고, 사흘 뒤에는 새 소속사까지 얻었다. 엔터계는 쌍수를 들어 그의 복귀를 반기는 모양새지만 대중은 이 속도전을 보며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빌리언스는 21일 공식 SNS에 입장문을 내고 "유아인과 전속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유아인은 지난 18일 장재현 감독의 신작 '뱀피르' 주연 발탁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촬영할 작품과 활동을 관리할 회사가 사흘 간격으로 생기며 복귀에 필요한 판이 단숨에 완성됐다.

빌리언스가 내놓은 약 1,000자 분량의 입장문에는 '책임', '반성', '신뢰' 등 묵직한 의미가 깃든 단어가 여러 차례 등장했다. 유아인과 진솔한 대화를 나눴고, 대중에게 용서와 이해를 구하며 새로운 신뢰를 쌓겠다는 설명이 주를 이뤘다.

여기서 순서를 볼 필요가 있다. 유아인은 신뢰를 회복한 뒤 복귀의 기회를 얻은 것이 아니다. 영화와 소속사부터 정한 뒤 앞으로 신뢰를 쌓겠다고 했다. 반성은 미래형인데 복귀는 완료형이다.

배우 유아인 / 사진=NEW
배우 유아인 / 사진=NEW

조심스러움은 발표 방식에서만 보였다. 빌리언스는 별도의 보도자료 없이 공식 SNS에 슬그머니 입장문을 올렸다. 통상 전속계약 체결 소식을 보도자료로 배포해 대대적으로 알리는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유아인을 영입했다는 사실은 알려야 하지만 크게 떠들기는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보인다. 그 신중함이 정작 복귀 속도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유아인의 범행은 한순간의 일탈로 넘길 수준이 아니다. 그는 2020년 9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의료용 마약류를 181차례 투약했다. 다른 사람의 명의로 44차례에 걸쳐 수면제 1,100여 정을 불법 처방받기도 했다.

1심은 유아인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됐고 대법원은 지난해 7월 이를 확정했다. 유아인의 집행유예 기간은 2027년 7월까지다.

집행유예는 무죄도, 형을 모두 마친 상태도 아니다. 선고된 징역형의 집행을 일정 기간 조건부로 미뤄둔 상태다. 물론 집행유예 기간 중 연기 활동을 금지하는 법은 없다. 그러나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말이 대중에게도 납득됐다는 뜻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유아인이 다시 연기해도 되느냐가 아니다. 지금 그가 얻은 것은 생계를 위한 최소한의 기회가 아니라 천만 감독과 대형 배급사, 유명 배우들이 함께하는 최상급 복귀 무대다.

'뱀피르'가 2028년 개봉한다는 사실도 답이 되지 못한다. 개봉할 때는 집행유예가 끝났겠지만 캐스팅과 대본 리딩, 촬영은 지금 이뤄진다. 개봉만 2028년일 뿐 유아인의 복귀는 지금 시작됐다.

배우 유아인 / 사진=UAA
배우 유아인 / 사진=UAA

소속사를 정하는 과정은 업계가 유아인을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도 보여준다. 한동안 지드래곤이 소속된 갤럭시코퍼레이션이 유력한 행선지로 거론됐고, 50억원 상당의 계약금 제안설까지 나왔다. 구체적인 금액과 제안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집행유예 중인 배우를 두고 거액의 영입설이 돌았다는 사실부터 의미심장하다.

최종 행선지는 빌리언스였다. 유아인은 어렵게 기회를 얻은 것이 아니라 여러 가능성 가운데 복귀 경로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빌리언스는 그가 좋은 조건보다 진정성 있는 동반자를 원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선택지를 가진 배우가 조건보다 진정성을 택했다는 사실이 반성의 증거가 될 수는 없다.

업계가 유아인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결국 상품성이다. 연기력과 인지도, 화제성이 여전히 유효하다. 사건 전에 촬영한 주연 영화 '승부'가 200만 관객을 넘기고 손익분기점까지 돌파하면서 유아인을 향한 반감이 반드시 작품 불매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연예계의 계산은 어렵지 않게 읽힌다. 논란은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지고, 좋은 작품을 내놓으면 연기력으로 다시 평가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유아인의 범행보다 그의 쓸모를 더 크게 본 셈이다.

유아인을 영원히 퇴출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집행유예도 끝나지 않은 배우에게 천만 감독의 주연작과 새 소속사를 한꺼번에 안겨주는 것이 과연 빌리언스가 말한 "어렵고 긴 과정"이냐는 것이다.

대중에게 용서를 구하겠다는 말은 1000자에 달했지만 대중의 답을 기다리는 시간은 없었다. 분명한 건 업계의 용서가 법원의 유예기간보다 빨랐다는 사실이다. 대중의 용서까지 그 속도를 따라갈지는 두고 볼 일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