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설계사가 불법 대출 중개까지…제재 비웃는 '슈퍼갑' GA에 칼 뺀다

보험 설계사가 불법 대출 중개까지…제재 비웃는 '슈퍼갑' GA에 칼 뺀다

권화순 기자, 이창명 기자
2026.09.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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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보험대리점, 대개혁 (上)

[편집자주]  금융당국이 보험대리점(GA) 개혁에 칼을 뺐다. 보험사보다 덩치가 커진 GA들이 보험시장을 흙탕물로 만들면서 보험판을 뒤흔들고 있지만 아무도 브레이크를 걸지 못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GA 눈치를 보느라 판매수수료 수십조원을 펑펑 쓰고도 스스로 출혈경쟁을 멈추지 못한다. 금융당국은 수십년 전 만든 낡은 제재 기준에 발목잡혀 대형 GA는 영업정지도 못한다. 지금 GA를 개혁하지 못하면 보험산업이 공멸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단독]조 단위 매출·설계사 수만명 '초대형' 보험대리점..금융당국 '칼' 뺐다
보험대리점(GA) 종합감독방안(안)/그래픽=김현정
보험대리점(GA) 종합감독방안(안)/그래픽=김현정

보험대리점 제재 규정/그래픽=이지혜
보험대리점 제재 규정/그래픽=이지혜

금융당국이 보험사보다 더 커져버린 보험대리점(GA)에 '개혁 수준'의 첫 종합감독 방안을 내놓는다. 소속 설계사가 1만명이 넘고 연매출액이 '조 단위'인 초대형 GA들이 보험판을 뒤흔들고 있지만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 수단이 마땅찮다. 금융당국은 GA에 대한 제재를 보험사 수준으로 높이고, 마구잡이식 겸영도 원칙적으로 금지할 방침이다.

2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GA에 대해 사상 첫 종합 감독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여러 보험사 상품을 가져다 판매하는 채널인 GA는 소속 설계사가 31만 6000명으로 보험사 전속 설계사 22만4000명을 훌쩍 뛰어 넘는다. 연매출 1조원이 넘는 GA도 4곳에 달한다.

'슈퍼갑'이 된 GA에 보험사들은 연간 수십조원의 판매수수료를 쏟아 붓고 있지만 정작 GA의 내부통제 수준이나 GA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 규정은 10년 전에 머물러 있다.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GA는 최근에도 불법 대부중개 영업, 불법 사금융 청년 피해, 정책자금 '꺾기', 요양급여 부정수급 등의 대형 사건을 잇따라 일으켰다.

금융당국은 GA에 대한 영업정지 등의 제재 기준을 보험사 수준으로 대폭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현재 GA는 금감원의 검사 및 제재 규정에 따라 총 매출액(영업수익)중 사고금액 비중이 1~2%를 넘어야 영업정지가 가능한데 이 비중을 낮추거나 사고금액 기준을 새롭게 도입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대형 GA의 경우 총매출액이 조 단위로 뛰면서 현재의 양형 기준으로는 영업정지 제재가 사실상 불가능해서다.

예컨대 업계 2위사인 인카금융서비스의 경우 매출액이 2015년 1200억원에서 2025년 1조200억원으로 10배 가까이 불었다. 이 회사에 영업정지 2개월을 부과하려면 사고금액이 10년전 24억원에서 지금은 200억원이 넘어야 한다. 금감원 검사 인력을 1년 내내 투입해도 대형 GA에 대한 영업정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설명이다.

보험사와 마찬가지로 GA 임직원이 재직 중 위규 행위를 저지르면 일정 기간 취업을 막는 방안도 추진된다. 보험사는 임원 제재를 받으면 5년간 재취업이 막히는 반면 GA는 이력 추적도 없고 별도의 재취업 제한 규정도 없다. 금감원 제재를 받고 있는 와중에 해당 GA를 폐업 시키고 '간판' 만 바꿔 달아 새 회사에서 버젓이 재취업해도 금융당국은 속수무책이다.

최근 사고가 잇따라 터지면서 '문어발식' 겸영도 막는다. GA는 다단계와 대부업을 제외하고는 현행 법상 별도의 업종 제한을 받지 않는다. 이로 인해 세무, 회계, 노무 등의 컨설팅 명목으로 접근해 고가의 보험상품을 강권하거나 위법 행위를 조장하는 사고가 터지고 있다. 또 '금품' 이외의 재무컨설팅 등 용역도 '특별이익'에 포함시켜 일정 금액 이상을 제공하면 처벌을 받도록 할 방침이다. 현행 법상으로는 '초회보험료의 10%와 3만원 중 작은 금액' 기준으로 금품을 제공한 경우만 처벌 대상이다.

상호 제한도 도입된다. 서울 번화가인 강남권이나 성수동, 영등포 등 대로변에 내걸린 GA의 '~에셋' '~금융' 등의 간판이 사라지고 보험사, 대부업체, 상호금융처럼 업종을 적시하는 '보험대리점'을 상호에 반드시 넣도록 규제를 강화한다. 다른 금융업으로 오인할 소지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대리점이 보험사보다 초대형화 됐음에도 금융당국은 실효성 있는 제재 수단이 없는데다 GA에 휘둘린 보험사들은 사업비를 브레이크 없이 쓰고 있다"며 "GA를 이대로 방치하면 보험의 미래가 없다는 각오로 개혁 수준의 종합 감독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 '꺾기'에 종신보험 부정수급까지..GA, 폐업하고 간판 바꿔달면 그만

대형 GA 내부통제 실태 평가 결과/그래픽=윤선정
대형 GA 내부통제 실태 평가 결과/그래픽=윤선정

보험대리점(GA)이 보험산업의 핵심 판매채널로 급성장했는데도 내부통제와 판매책임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최근엔 해킹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사고 까지 터졌다. GA는 제재를 받으면 '폐업'하고 다시 등록하면 돼 제재의 실효성도 떨어진다. GA를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꾸고 무분별한 겸영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여러 보험사 상품을 판매하는 GA의 문제점은 이재명 대통령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GA가 판매에만 치중하다보니 민원처리 등에 관해 소홀해 보험소비자에게 발생하는 피해 관리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일정 규모 이상의 GA의 경우 소비자 피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보험회사와 연대해 부담하도록 해 책임을 현실화함으로써 불법영업을 억제시키겠다"고 비판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지적에도 GA의 문제는 끊이지 않고 있다. PS파인서비스 소속 설계사 67명이 보험계약자 415명에게 총 1113억원을 대부업체에 대여하도록 알선했다가 금융감독원의 검사에서 걸렸다. 설계사들은 본업인 보험판매와 상관없는 재무설계나 월급관리 스터디 등을 내세워 사회초년생에게 접근해서 연 20% 안팎의 수익과 원금 보장을 내세워 불법 대출을 권유했다. 정식 금융투자상품이 아니라 대부업체에 돈을 빌려주는 계약이었다.

대형 금융그룹 산하의 GA에서도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한화라이프랩과 신한금융플러스 등에서는 중소기업이 신청할 수 있는 정책자금 대출을 상담·컨설팅해주는 것처럼 접근한 뒤, 대출을 받는 대가로 보험 가입을 유도하는 이른바 '꺾기'가 문제기 됐다. 정책자금이라는 '미끼'를 활용해 보험계약을 따내는 것으로 GA가 겸영 제한이 없다는 점이 악용된 사례다.

법인보험 영업에서는 더욱 이례적인 사례도 나왔다. GA가 요양기관에 세무·회계 컨설팅을 제안하면서 접근한 뒤 법인 명의로 종신보험을 가입시키고, 이후 보험계약자를 변경해 해약환급금을 대표(CEO) 개인이 가져가도록 유도한 사례가 나왔다. 사실상 요양기관의 자금을 종신보험에 넣었다가 대표 개인의 자금으로 빼내는 통로로 보험을 활용한 셈이다. 이런 사건에는 세무사들도 대거 참여했다. 세무업으로 버는 돈 보다, 한 건에 수백만원의 종신보험을 판매해서 발생하는 모집수수료가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예컨대 월납 보험료 200만원 어치를 판매하면 모집수당인 초회 기준 2400만원도 가능하다. 세무사가 보험설계사를 자처한 이유다.

GA의 허술한 내부통제로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상당하다. 실제로 악성코드 감염 등의 사유로 유퍼스트보험마케팅과 하나금융파인드에서 고객·설계사 등 1100여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보험계약 종류와 보험사, 증권번호, 보험료 등 민감한 계약 정보가 줄줄이 나가 계약자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속적으로 GA에 대한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해 왔지만 여전히 취약하다. 2024년 금융감독원의 대형 GA 내부통제 실태평가에서 4~5등급의 취약 GA 비중이 29.3%에 달했다. 설계사 조직은 커지고 있는데 본사가 현장 설계사의 영업행위를 실시간으로 통제하기는 어려운 GA의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 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형 GA가 보험상품의 판매를 사실상 주도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사고가 발생하면 모집인 개인이나 지사 단위의 문제로 대부분 마무리된다"며 "법인을 폐업한 뒤 다시 등록하는 방식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제재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리더스금융판매가 허위계약 및 부당승환 등으로 금융감독원으로 부터 영업정지를 받았지만 금감원 검사와 제재가 진행되는 와중에 소속 설계사 수천명이 새로운 이름의 GA로 대거 옮겼다. 리더스금융판매와 특수관계인이 간판만 새로 달아 영업을 했지만 사업자 등록을 하고 사무실만 열만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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