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대응, 새 일자리 기회"…'그린 잡' 길 닦는 이곳[넷제로 케이스스터디]

"기후 대응, 새 일자리 기회"…'그린 잡' 길 닦는 이곳[넷제로 케이스스터디]

권다희 기자
2026.10.1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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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
기후위기 고민 나누는 회원들의 자발적 커뮤니티
고등학생부터 40대까지…나이보다 문제의식으로 연결
직접 태양광발전소 짓고 운영하며 활동 넓혀
청년의 진로와 맞닿은 '녹색 일자리' 다음 핵심 의제

[편집자주]  녹색전환·탄소배출 저감은 거대한 과제이지만 동시에 할 수 있는 데에서부터 구체적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이기도 합니다. 머니투데이가 탄소배출 저감과 에너지전환을 향해 가는 '현재 진행형' 사례들을 매주 소개합니다.
사진출처=빅웨이브 홈페이지
사진출처=빅웨이브 홈페이지

기후모임 운영진에서 태양광 스타트업 창업자로, 학원 영어 강사에서 기후단체 활동가로. 기후변화에 관심을 갖고 모임에 참여하며 진로를 넓히거나 직업을 바꾼 이들이 있다.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이 각자의 '업'으로 이어지는 곳,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다.

기후 문제 같이 고민하는 동료 만나는 곳

지난달 30일 만난 김민 빅웨이브 대표(34·사진)가 앞으로 집중하고 싶다고 꼽은 의제도 '녹색 일자리'다. 탄소중립을 위한 산업 전환이 청년에게는 어떤 직업과 진로로 이어지는지 그 길을 찾겠다는 것이다. 그는 "전환이 실제로 실행에 옮겨지려면 이를 수행할 사람들이 필요하다"며 "산업 전환과 실행을 이어줄 연결고리가 일자리"라고 말했다.

빅웨이브의 출발에도 진로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대학에서 지구환경과학을 공부한 김 대표는 졸업을 앞두고 전공을 살려 무엇을 하며 살 수 있을지 궁금했다. 그러던 중 파리 기후총회에 다녀온 지인의 초대로 2016년 초 식사 모임에 나갔다. 비슷한 고민을 가진 이들이 공부하고 행동할 공간을 만들자는 만남이었다. 이 모임이 그 해 빅웨이브 설립으로 이어졌다.

처음부터 거창한 목표를 내건 것은 아니었다. 주변에 기후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드물었고, 청년이 참여하는 활동도 일회성 행사나 보여주기로 끝나는 경우가 있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활동을 직접 만들고, 수평적으로 관계를 쌓자는 공감대가 모였다.

본업과 학업을 병행하던 이들이 운영을 맡다가 2022년 9월 사단법인을 설립했다. 현재 정회원 120여 명과 상근자 5명이 활동하고 있다. 기후분야로 직업을 전환하거나 정한 회원이 이미 49명에 달할 정도로, 각 회원들에게 미친 영향이 크다.

이 조직을 이해하는 열쇠는 캠페인 목록보다 회원이 성장하는 과정에 있다. 김 대표는 빅웨이브 활동의 세 갈래인 커뮤니티 운영, 주요 프로젝트, 외부 협력 가운데 커뮤니티를 첫손에 꼽았다.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사람이 동료를 만나고, 직접 일을 진행해 보며, 자신의 삶에서 대응할 역량을 키우는 것이 활동의 토대라는 설명이다.

청년도 나이로 한정하지 않는다. 기후위기에 문제의식을 갖고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사람이라면 참여할 수 있다. 실제 참여자 연령대도 고등학생부터 40대 초중반까지 다양하다.

김민 빅웨이브 대표.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서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 모습.2026.9.30/사진=권다희 기자
김민 빅웨이브 대표.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서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 모습.2026.9.30/사진=권다희 기자

투자공부, 춤 동아리서 태양광 발전시설 운영까지

운영 방식도 여기에 맞췄다. 새 회원은 입문 세미나와 교류 모임으로 시작한다. 이후 관심 있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직접 기획하고 싶어지면 구체화하는 과정을 지원받는다. 활동 과정과 결과를 기록해 포트폴리오로 남기고 외부 협업 기회로 연결하는 것까지 돕는다. 녹색 투자 공부, 기후위기로 느끼는 무력감을 풀기 위한 춤 모임까지 회원들에게서 나오는 주제와 방식은 다채롭다.

2018년 시작한 '에너지내일로'는 재생에너지 현장을 찾아가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프로그램이다. 영농형 태양광 아래에서 감자를 캐고, 수확한 감자로 요리하며 에너지 전환을 접했다. 지난해에는 인천의 공장 지붕에 직접 태양광발전소를 짓고 운영하는 단계로 나아갔다.

이때 부지 제안 등으로 힘을 보탠 사람이 빅웨이브 창립 멤버이자 태양광 스타트업을 창업한 동료였다. 빅웨이브는 시민 후원을 모으고 전력 판매 수익을 활동 재원으로 쓰는 방식으로 참여했다.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서로 다른 전문성이 에너지전환 실행을 구체화하는 계기가 됐다.

회원들의 경험은 정책 참여로도 이어졌다. 빅웨이브는 2019년 다른 청년들과 함께 2050 장기저탄소 발전전략에 대한 청년요구안을 발표했고, 2021년에는 탄소중립위원회에 참여했다. 2022년에는 대선 후보들이 기후위기 대응 방안을 놓고 토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청년이 정책을 듣는 자리에서 직접 제안하는 자리로 나아가려는 활동이다.

녹색 일자리란/그래픽=윤선정
녹색 일자리란/그래픽=윤선정

"기후 대응, 새 일자리 만드는 기회"

실제 삶에 와닿는 변화를 추구하다 보니 관심이 자연스레 녹색 일자리에 닿았다. 김 대표는 "산업을 바꾸고 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이 청년의 구체적인 진로로 이어지는 데는 빈틈이 있다"고 했다. 단순히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만으로는 구직자가 어느 분야에서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경력을 쌓아야 할지 알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녹색 일자리를 환경 보전이나 복원에 기여하는 '양질의 일자리'로 정의한다. 태양광·풍력, 에너지효율 관련 산업에만 국한하지 않고 제조업이나 건설업과 같은 전통적인 분야도 포괄한다. 이에 반해 김 대표는 국내에는 기본적인 정의와 정보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영국은 지난해 10월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인력 수요와 교육·직업훈련·고용 지원을 연계한 '청정에너지 일자리 계획'을 발표했다. 전기공·용접공 등 인력 확보가 시급한 직종을 제시하고, 청년의 취업과 기존 노동자의 경력 전환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았다. 독일 역시 2021년 8월 1일 이후 시행된 신설·개정 이원화 직업훈련(기업 현장훈련과 직업학교 교육을 병행하는 제도) 규정에 '환경보호와 지속가능성'을 공통 필수항목으로 포함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김 대표는 세 가지 과제를 제안했다. 우선 어떤 직무가 녹색 일자리인지 정의하고 분류와 통계를 갖춰야 한다. 청년들이 진로를 가늠할 '일자리 지도'다. 다음은 산업 전환과 교육·고용 정책을 함께 설계하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단기 인턴십을 넘어 초급에서 중급, 숙련 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는 직업훈련과 경력 경로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 대표는 "청년들은 지금 인공지능(AI)에 의한 신규 채용 감소 가능성 같은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며 "녹색 일자리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기후위기 대응은 환경적 차원뿐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기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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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다희 기자

머니투데이 산업1부 권다희입니다. 산업과 지역의 녹색전환, 재생에너지 분야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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