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제로 케이스스터디
녹색전환·탄소배출 저감은 거대한 과제이지만 동시에 할 수 있는 데에서부터 구체적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이기도 합니다. 머니투데이가 탄소배출 저감과 에너지전환을 향해 가는 '현재 진행형' 사례들을 매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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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우리 조합원이 늘어나지 않아도 돼요. 안산에서 다른 협동조합을 만들어 거기에 또 몇천 명이 참여해도 되니까요. 중요한 건 재생에너지를 직접 경험해 보는 시민들이 늘어나는 겁니다. " 이창수 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이사장이 말하는 성장의 기준은 조금 다르다. 조합원과 출자금이 늘어나는 것도 반갑지만, 다른 조직이 태양광 발전에 뛰어드는 일도 환영한다. 더 많은 시민이 직접 전기를 만들고 그 수익을 나누는 것이 이 조직을 만든 이유이기 때문이다. ━시민 조합, 출자금 130억원대 사회적 기업되다 ━2012년 말 창립해 14년째 활동하는 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은 시민들이 돈을 모아 발전소를 짓고 운영하는 에너지 공동체다. 현재 출자금은 130억 원을 넘고 상근 인력이 약 25명인 사회적기업이다. 지금까지 60개의 발전소를 지었고, 진행 중인 사업들도 끊이지 않는다. 도서관 지붕에 작은 발전소를 올리던 조직은 다른 협동조합의 발전소까지 시공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출발점은 환경운동가의 고민이었다. 시화호 오염 문제를 계기로 환경운동에 참여한 이 이사장은 기후위기에 대응할 실천 수단으로 재생에너지에 주목했다.
"우리 동은 왜 태양광 설치를 안 해주냐는 요구가 많아졌죠. " 지난 10일 찾은 경기 파주시 청석마을 운정동문디이스트 아파트(디이스트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인 이관권씨는 태양광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선이 달라졌다고 했다. 지난해 한 개 동 옥상에 태양광을 처음 설치할 때만 해도 꺼리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설치해달라는 주민들의 요청이 빈번하다. ━ 아파트 지붕 태양광, 전기료 절감 효과로 직결━주민들이 태양광을 바라는 이유는 관리비 절감 효과를 직접 확인해서다. 18개 동, 1026세대가 사는 이 아파트는 경기도의 아파트 옥상 태양광 지원 사업에 선정돼 지난해 10월 814동 1개동 옥상에 30킬로와트(㎾) 규모 태양광을 설치했다. 관리사무소 집계에 따르면 814동의 태양광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8월까지 10개월간 3만7160킬로와트시(㎾h)의 전기를 생산했다. 한전에 판매하지 않고 단지에서 소비하는 전기다. 관리사무소가 산정한 이 기간 전기료 절감액은 약 841만원이다. 같은 기간 월평균 절감액을 적용한 1년 절감액 예상치는 약 1010만원이다.
불국사와 석굴암이 자리한 경상북도 경주시 토함산 자락. 불국사 부근에서 구불구불한 불국로를 15분 남짓 달리자 '경주 풍력 발전소 바람길' 이정표를 지나 곧 거대한 흰색 타워들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토함산의 이웃산인 해발 약 596m의 조항산 능선에 자리한 경주풍력발전 제1발전소, 일명 '바람의 언덕'이다. '바람의 언덕'에 도착하자 7기의 풍력 터빈이 모습을 드러낸다. 지면에서 날개 축까지 높이만 80m, 세 개의 날개가 회전하며 그리는 원의 지름은 축구장 길이에 가까운 95m에 달한다. 이곳에서 풍력발전기는 전기를 생산하는 설비이자 여행객들의 사진 배경이 된다. 흐린 날씨에 간간이 찬 바람이 불어닥친 지난 9일에도 발전소 주차장에는 대여섯 대의 차량이 들어서 있었다. 발전기 날개가 묵직하게 허공을 가르는 장면을 담기 위해 방문객들은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풍력발전기를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찍는 그룹도 있었다. 대구에서 여행을 온 최혜교 씨(28)는 "황리단길 다음 코스로 이곳을 찾았다"며 "지난번 방문했을 때 풍경이 너무 예뻤던 기억이 있어 다시 왔다"고 했다.
음식물쓰레기에서 짜낸 물로 전기를 만들어 판다. 폐기물을 자원으로 탈바꿈시키는 비이에프(BeF)의 수익 창출 방식이다. 지난 7일 찾은 충남 아산시 비이에프 본사 사업장에서는 탱크로리가 싣고 온 폐수를 호스로 옮기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둥근 지붕의 소화조 안에서는 미생물이 반입된 폐수 속 유기물을 분해하며 바이오가스를 만들어낸다. ━음식물 폐수로 만드는 에너지원 ━ 공장의 '원료'는 음식물쓰레기에서 짜낸 물인 '음폐수'다. 가정과 식당에서 모은 음식물쓰레기를 1차 처리업체가 압축하면 건더기와 물이 나뉘는데, 이 물을 비이에프가 넘겨받는다. 이재승 비이에프 대표는 회사가 하는 일을 "쉽게 말해서 맑은 물을 만드는 공장"이라 설명했다. 음식물쓰레기 처리업체가 자체적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폐수를 맡아 정화하는 데서 사업이 시작된다는 뜻이다. 돈도 이 경로를 따라 움직인다. 음식물쓰레기 처리업체는 수거·처리 대가로 받은 돈 가운데 일부를 비이에프에 지급하며 폐수 처리를 맡긴다. 비이에프는 이 폐수를 받아 처리하는 데서 1차적으로 매출을 일으킨다.
"정부와 회사에 전환배치에 필요한 교육과 자격증 취득을 지원해달라고 계속 요청했지만 뚜렷한 대책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석탄발전소 폐쇄 이후에도 지역을 떠나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협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 보령·서천·태안·당진 등 충남지역 석탄발전소 협력사 노동자들이 주축이 된 '발전노동자재생에너지협동조합'의 최성균 대표는 협동조합 출범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올해 초 발기인 7명으로 시작해 현재 100여명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발전공기업의 협력업체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해온 이들이 대부분이다. 지난 7월 설립총회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석탄발전소 닫은 후 '일자리 만들기' 스스로 나서━이들에게 '정의로운 전환'은 추상적인 정책 목표가 아니라 반드시 풀어야 할 현실의 과제다. 조합을 만든 최우선 목표 역시 '일자리 만들기'다. 석탄발전소가 폐쇄되면 발전사 정규직은 새로 건설되는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발전소 등으로 전환배치될 수 있다. 하지만 환경설비를 운전·관리해 온 협력사 노동자들의 사정은 다르다.
지난 25일 찾은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4길의 한 골목. '늘보따리'라는 작은 간판이 걸린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한쪽 옷걸이에 셔츠, 청바지 등이 나란히 걸려 있었다. 옷마다 가격표 대신 이전 주인이 적은 '옷의 이야기'가 달렸다. 언제, 왜 샀는지와 옷에 얽힌 기억을 적은 카드다. 이곳에서는 옷을 사고팔지 않는다. 더는 입지 않는 옷을 가져와 카드를 작성한 뒤 옷걸이에 걸면 한 벌당 교환권 한 장을 받는다. 이 교환권으로 늘보따리 등에서 마음에 드는 옷을 골라 갈 수 있다. 옷을 기부하고 끝나는 방식이 아니라 가져온 만큼 다른 옷으로 바꿔 입는 '1대1 교환'이다. ━안 입는 옷, 교환하고 수선해 입는다━늘보따리는 이윤이 대표가 딸과 함께 2020년 문을 연 제로웨이스트숍이다. 처음에는 환경에 유해한 물질이 없는 세제와 치약·칫솔, 비누 등을 판매했다. 그러나 친환경 제품도 결국 누군가가 계속 구매해야 유지되는 구조라는 점이 고민으로 남았다. 이 대표는 "물건이 안 팔리면 속상하고, 그러면 다시 소비를 끌어내기 위한 행동을 해야 했다"며 "소비 자체를 줄이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 지난 11일 대구 달성군 구지면 대구주행시험장 외곽. 약 1. 2㎞ 구간을 따라 태양광 패널이 길게 늘어서 있다.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설비지만 이곳에서는 또 하나의 역할을 한다. 신차와 타이어 등을 시험하는 주행장을 외부 시선으로부터 가리는 '보안용 가림막'이다. 실제로 태양광 패널 너머로는 시험장 내부 트랙이 보이지 않았다. 대구주행시험장은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KIAPI)이 운영하는 자동차 부품 시험·인증시설이다. 완성차와 타이어 업체 등이 이곳에서 차량 주행시험을 한다. 시험 중인 차량과 기술이 외부에 노출돼서는 안 되는 보안시설인 만큼 시험장 둘레를 가릴 시설이 필요했다. 그러나 긴 트랙을 따라 별도의 벽을 세우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들었다. 이 문제를 태양광으로 푼 곳이 달구벌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이하 달구벌조합)이다. 시험장 외곽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발전설비와 보안용 가림막 기능을 겸하도록 했다. 지난해 11월 준공한 이 발전시설의 설비용량은 999. 68킬로와트(㎾)로 1메가와트(㎿)에 육박한다.
#.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의 한 주택은 지난달 전기요금이 전년 동월보다 약 5만원 이상 줄었다. 전기 사용량이 30% 이상 감소한 덕분이다. 달라진 것 중 하나는 지붕이었다. 옥상을 밝은 색 차열페인트로 덮은 뒤 나타난 변화다. #. 서울 중랑구 망우동 나숙자(83세)씨 집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확인됐다. 나씨는 "7월 전기요금이 지난해보다 1만원 이상 덜 나왔다"고 했다. 옥상을 밝은 회색 차열페인트로 칠한 지 석 달여 만이다. ━차열페인트 칠한 지붕, 표면온도 8~11℃ 낮아━두 가구는 모두 서울시의 '쿨루프' 사업에 참여해 올해 봄 옥상 페인트를 새로 칠했다. '차가운 지붕'이라는 뜻의 쿨루프는 태양광을 잘 반사하고, 흡수한 열은 외부로 방출하는 도료를 지붕에 발라 건축물에 유입되는 열을 차단한다. 페인트 색상도 빛을 반사하는 밝은 색이 많다. 지난 10일 찾은 나숙자씨 집은 지어진 지 35년가량 된 주택이다. 옥상과 맞닿은 최상층은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웠다. 오래된 옥상 바닥에 금이 가 빗물이 새기도 했다.
플라스틱 병뚜껑으로 키링과 생활용품을 만드는 주식회사 잇잇. 4년 전 '병뚜껑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보겠다'는 아이디어 하나로 '전주시새활용센터 다시봄(이하 다시봄)'에 입주했다. 이후 잇잇은 다시봄에서 브랜드를 만들고 제품과 교육·전시 콘텐츠를 개발했다. 외부 생산업체와 협업해 제품을 양산하는 경험도 쌓았다. 지난해에는 전주국제영화제 공식 굿즈를 선보였다. 올해 4년간의 입주 기간을 마친 잇잇은 전북 지역의 다른 창업 보육 공간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이디어 단계의 예비 창업자가 하나의 기업으로 성장해 이곳을 '졸업'한 첫 사례다. 이은주 다시봄 센터장은 지난 3일 센터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전주처럼 새활용 산업 기반이 크지 않은 지역에서도 아이디어를 가진 시민이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업사이클링 기업 키우는 '인큐베이터'━다시봄은 업사이클링의 우리말인 '새활용'을 이름에 달고 2021년 6월 문을 열었다. 전주시 예산으로 민간법인이 위탁운영한다. 버려진 물건에 디자인과 새로운 쓰임을 더해 이전보다 가치가 높은 제품으로 되살리는 활동의 지역 거점이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 대지 경계에서 불과 15m 떨어진 봉은사역 일대 지하에는 지름 2. 2m짜리 광역원수관 두 줄이 지나간다. 아직 정수 처리를 거치지 않은 한강 물의 통로다. 무역센터는 이 관로를 흐르는 물을 이용해 건물을 식히고 온수를 만든다. 무역센터로 들어온 한강 원수가 사무실 배관을 직접 도는 것은 아니다. 먼저 자동 거름장치인 '오토스트레이너'가 원수 속 모래와 이물질을 걸러낸다. 이후 원수는 얇은 금속판을 여러 장 겹쳐 만든 판형 열교환기를 지난다. 금속판을 사이에 두고 한강 원수와 건물 내부 순환수가 섞이지 않은 채 열만 주고받는다. 열교환을 마친 원수는 환수관을 통해 다시 광역원수관으로 돌아간다. 무역센터가 구축한 이 시스템은 국내 도심 대형 건축물의 대표적인 수열에너지 활용 사례다. ━ 에어컨 7000대 맞먹는 '한강 물 냉방'━수열에너지는 물이 여름에는 바깥 공기보다 차갑고 겨울에는 따뜻한 특성을 히트펌프를 활용, 냉난방에 이용하는 기술이다. 히트펌프 안의 냉매가 기체와 액체로 상태를 바꾸며 열을 흡수·방출해 물의 열을 필요한 곳으로 옮긴다.
지난 23일 경기 광명시 하안동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 1층 전시장. 흰 벽을 따라 실로 감싼 알록달록한 원형 조형물이 이어지고, 바닥에는 커다란 공처럼 생긴 작품들이 놓여 있다. ━다가서면 움직이는 폐자재…놀이가 된 자원순환━ 관람객이 다가가자 폐자재로 만든 고래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벽면의 대형 화면 앞에서는 재활용 캔만 골라 먹는 공룡이 돼 점수를 얻는 게임 '리플레이(RE:PLAY)'가 펼쳐진다. 작품의 재료는 버려진 실과 폐현수막, 인테리어 폐자재, 폐업한 식당이나 주방용품점에서 나온 스테인리스 식기 등이다. 지난 2월부터 오는 10월까지 작가 6명의 작품을 선보이는 '업사이클 인터랙티브' 전시의 일부다. 전시는 제목처럼 작품을 눈으로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직접 만지고 움직이며 자원순환의 의미를 경험하도록 설계했다. 센터 전시를 담당하는 지승현 광명시 자원순환과 주무관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단체 관람을 왔던 어린이들이 재미있었다며 부모님과 다시 찾아오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국내 첫 업사이클 아트센터…지역사회 '플랫폼'으로 진화━업사이클은 버려지는 물건에 디자인과 새로운 기능을 더해 이전보다 높은 가치를 지닌 제품이나 작품으로 만드는 활동이다.
지난 10일 경기 군포시 부곡동 대야지하차도. 차량이 쉴 새 없이 오가는 도로 위로 검은색 태양광 패널이 약 380m에 걸쳐 이어졌다. 언뜻 보면 방음터널 위에 태양광 패널을 얹은 듯하지만, 이곳에서는 패널 자체가 터널의 천장을 이루는 방음판 역할을 한다. 기존 방음터널의 철제 골격은 그대로 남겨 두고 화재에 취약했던 천장 방음판만 철거한 뒤 차음과 화재 안전, 발전 기능을 모두 갖춘 태양광 일체형 방음판으로 교체했다. 기존 도시시설에 새로운 부지를 더하지 않고 전기를 생산하는 기능을 더한 것이다. 군포시 관계자는 "신설 방음터널 위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사례는 있었지만, 기존 터널의 틀을 활용해 방음판 자체를 태양광 일체형으로 바꾼 것은 전국 첫 사례"라고 말했다. ━화재 취약 방음판 교체하며 발전 기능까지━ 사업의 출발점은 2022년 12월 발생한 과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였다. 이후 정부가 화재에 취약한 방음판을 교체하도록 하면서 대야지하차도도 교체 대상에 포함됐다. 군포시는 당초 일반 방음판으로 교체할 계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