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현 CJ푸드빌 디자인랩장 등 3인 인터뷰
올리페페·로프로프 등 신규 브랜드 디자인
'글로벌디자인팀' 신설…미국 뚜레쥬르 겨냥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서 출발한 것을 우리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풀어내는 '재창조'를 잘하는 나라입니다. K팝이 세계 시장에 안착한 것처럼 K브랜드도 한국식 재해석이 들어가면 더 잘 통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정현 CJ푸드빌 디자인랩(Lab)장은 지난 15일 서울 강남 올리페페 강남점에서 머니투데이와 만나 디자인랩의 다음 목표로 '글로벌'을 제시했다. CJ푸드빌의 베이커리 브랜드 뚜레쥬르가 미국 본토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현지 문화와 생활방식을 뚜레쥬르 고유의 분위기와 결합해 우리만의 디자인으로 또 한번의 도약에 힘을 보태겠다는 포부다.
디자인랩은 최근 '글로벌디자인팀'을 신설하며 해외 시장에 나설 채비를 마쳤다. 김 랩장은 로레알·에스티로더 등 뷰티 산업에 몸담다가 약 2년 전 CJ푸드빌에 합류해 사업부별로 흩어져 있던 디자인 기능을 하나로 모은 장본인이다. 현재 브랜드·콘텐츠·공간디자인 등 각 분야 전문가 28명과 드림팀을 꾸렸다.

김 랩장의 자신감은 검증된 실력에서 나온다. 디자인랩은 신규 브랜드를 만들 때 로고나 그래픽만 디자인하는 게 아니라 매장에서 경험하는 일거수일투족을 설계한다. 김 랩장은 "고객이 들어와 음악을 듣고 대화를 나누고 음식을 즐기고 심지어 포크와 잔을 마주치는 순간까지 모두 디자인한다"고 설명했다.
어느덧 4호점까지 문을 연 이탈리안 비스트로 '올리페페'가 대표적이다. 보통 부엌 안쪽에 있기 마련인 피자 화덕을 매장 중앙으로 과감히 꺼냈다. 이신규 공간디자인팀 부장은 "화덕에서 요리하는 모습 자체가 하나의 퍼포먼스가 될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지중해 느낌이 나는 타일·식탁부터 감성적인 벽화와 메뉴판, 심지어 보냉팩까지 디자인랩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머니투데이 7월1일자 보도 참조: "벽화 속 인물이 나라면 어떨까"…올리페페가 그린 이탈리아의 식탁)
지난해 9월 서울 용산구 이촌동에 문을 연 CJ푸드빌의 브런치 카페 '로프로프'는 더 독특하다. 한 명의 가상 셰프를 페르소나로 만들고 "이 사람이라면 무엇을 선택할까"를 상상하며 설계했다. 셰프의 일터와 퇴근 후를 상상하고 MBTI(성격유형검사)와 취미까지 정해 디자인했다. 가장 공들여 만든 사계절 조경은 지역 주민들과 방문객들의 '포토존'으로 등극했다.
디자인랩은 식기류 하나를 고를 때도 디테일에 집중했다. 김 랩장은 태국과 일본에서 휴가를 즐기다가 마음에 드는 접시를 발견했다. 샘플을 직접 사서 캐리어에 담아온 뒤 식기세척기 사용 여부부터 국내 조달 가능성까지 따져 실제 매장에 사용할 제품을 골랐다. 그는 당시를 돌아보며 "그래서 제 캐리어는 맨날 무겁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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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랩이 쏟아부은 노력은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뚜레쥬르 본점을 리뉴얼한 직후에는 인기케이크 상위 10개 판매량이 이전보다 약 70% 늘었다. 최은영 콘텐츠디자인팀 대리는 "소비자 조사를 통해 고객이 무엇을 먼저 보고 어디에 머무르며 어떤 제품을 고르는지 분석해 제품의 진열 위치와 높이·밀도·디자인을 새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 랩장은 디자인랩의 경쟁력으로 '집단지성'을 꼽았다. 자신의 역할을 '방임'이라고 겸손하게 표현했지만 브랜드·콘텐츠·공간 등 서로 다른 분야의 디자이너들이 기획 단계부터 의견을 가감 없이 내고 함께 답을 찾아간다. 최 대리는 디자인랩 출범 이후 의사결정에 걸리는 시간이 과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고 답했다.
국내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이젠 해외에 나간다. 김 랩장은 "한국의 F&B 브랜드가 글로벌에서 성장하는 과정에 재미있는 디자인의 힘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라며 "각 나라와 지역의 라이프스타일을 존중하면서 브랜드가 가진 고유한 정체성을 유지하는, 글로벌과 로컬의 균형을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