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에 시할머니랑 말문 텄어요"…'20세기 가구들'에 담긴 사연은

"덕분에 시할머니랑 말문 텄어요"…'20세기 가구들'에 담긴 사연은

이병권 기자
2026.09.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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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A씨가 결혼을 앞두고 처음 인사드리러 갔던 경북 성주의 시할머니댁. 부엌에서 은회색 찬장과 싱크대를 발견한 A씨는 지금과 사뭇 다른 낯선 '리바트' 로고가 눈에 들어왔다. /사진제공=현대리바트
지난해 A씨가 결혼을 앞두고 처음 인사드리러 갔던 경북 성주의 시할머니댁. 부엌에서 은회색 찬장과 싱크대를 발견한 A씨는 지금과 사뭇 다른 낯선 '리바트' 로고가 눈에 들어왔다. /사진제공=현대리바트

#. 지난해 A씨가 결혼을 앞두고 방문한 경북 성주의 시할머니댁. 부엌에서 은회색 찬장과 싱크대를 발견한 A씨는 지금과 사뭇 다른 낯선 '리바트' 로고가 눈에 들어왔다. 옛 리바트 주방가구를 처음 본 그는 시할머니에게 "언제 사신 거예요? 너무 예뻐요"라며 말을 건넸다. 오래된 가구는 어색했던 첫 만남에 말문을 터주는 계기가 됐다.

추석 연휴를 맞아 오랜만에 찾은 부모님이나 조부모님 댁에도 이런 가구가 하나쯤 남아 있을지 모른다. 현대리바트(5,600원 ▼40 -0.71%)가 설립 50주년을 맞아 1980~1999년에 생산되거나 구매한 '20세기 가구'와 그 안에 담긴 사연을 찾아 나섰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리바트는 지난달 28일 시작한 '리바트 20세기 가구를 찾습니다' 이벤트를 이달 30일까지 진행한다. 오래된 리바트 가구를 발견했거나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다면 사진과 사연을 제보하는 방식이다. 꼭 리바트 제품이 아니더라도 오래된 '닮은꼴 가구'를 제보해도 된다.

지난해 파일럿 형태로 처음 진행한 행사에 사연 약 400건이 접수됐다. 수십년 동안 가구와 함께 살아온 고객들의 이야기도 따라 나왔다. 올해도 인스타그램 등에서 입소문을 타며 빠르게 접수량이 늘고 있다.

 35년 전에 장만한 리바트 가구들을 지금까지 사용하는 사연자 B씨.  장롱과 서랍장·장식장·화장대 등을 여전히 사용한다. /사진제공=현대리바트
35년 전에 장만한 리바트 가구들을 지금까지 사용하는 사연자 B씨. 장롱과 서랍장·장식장·화장대 등을 여전히 사용한다. /사진제공=현대리바트

지난해 모집한 사연 중에는 35년 전에 장만한 리바트 가구들을 지금까지 사용하는 B씨도 있었다. 장롱과 서랍장·장식장·화장대 등이 여전히 집 안 곳곳에 '현역'이다. 가운데 판을 끼우면 6인용에서 8인용으로 늘어나는 팔각형 식탁도 여러 차례 이사를 함께했다.

하지만 B씨는 이사를 앞두고 식탁을 처분해야 했다. 그는 "세트로 구입한 거라 하나씩 빠질 때면 같이 살아온 세월이 있기에 많이 속상하다"며 "하지만 35년 동안 함께 한 튼튼하고 우아한 모습을 보면 그 옛날에도 선택을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현대리바트가 올해 다시 오래된 가구를 찾는 이벤트를 연 건 브랜드의 지난 시간을 되짚는다는 의미가 있다. 1977년 설립한 현대리바트는 장롱과 침대·책상·식탁·주방가구 등 반세기 동안 집 안 곳곳을 채워왔다. 수십년이 지난 뒤에도 실제 가정에서 사용되는 제품은 리바트 가구의 튼튼한 내구성을 보여주는 산증인이기도 하다.

현대리바트 '리바트 20세기 가구를 찾습니다' 이벤트. 꼭 리바트 제품이 아니더라도 오래된 '닮은꼴 가구'를 제보해도 된다. /사진=현대리바트 인스타그램
현대리바트 '리바트 20세기 가구를 찾습니다' 이벤트. 꼭 리바트 제품이 아니더라도 오래된 '닮은꼴 가구'를 제보해도 된다. /사진=현대리바트 인스타그램

가구는 한번 집에 들이면 다른 생활용품보다 오랫동안 사용하다 보니 결혼할 때 장만한 장롱부터 아이가 자라면서 사용한 책상, 가족이 함께 식사한 식탁처럼 여러 세대의 기억이 겹치기도 한다. 오래된 가구를 매개로 추억을 돌아보자는 취지도 있다.

아울러 최근 빈티지와 Y2K 등 과거의 디자인과 문화에 흥미를 느끼는 2030세대가 늘어난 점도 옛 가구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연자 A씨도 사연을 보내며 은회색 주방가구의 '앤티크'함에 반해 탐이 난다고 했다. 현대리바트는 이처럼 오래된 제품과 사연을 매개로 젊은 고객과의 접점을 넓힐 계획이다.

올해 이벤트는 추석 연휴와도 맞물렸다. 부모님이나 조부모님 댁을 찾는다면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가구들의 로고를 들여다볼 만하다. 오래된 가구에 붙은 '리바트' 또는 '현대종합목재산업' 등 작은 상표 하나로 가족이 함께 보낸 시간을 떠올리고 소소한 선물을 받아갈 기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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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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