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면제에만 충성, "나도 금메달" 무임승차까지…53년 병역특례 흔들

군 면제에만 충성, "나도 금메달" 무임승차까지…53년 병역특례 흔들

민동훈 기자, 김효정 기자, 정한결 기자
2026.10.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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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특례 53년 기준을 다시 묻다](上)

메달 따면 딱 1분 뛰어도 군 면제?…아시안게임 후 특례 논란 또 '활활'

[나고야(일본)=뉴시스] 이영환·김금보·황준선 기자 =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폐막일인 4일 구기 종목들의 영광의 순간을 되돌아 봤다.   남자 축구는 4연속 아시안게임 정상의 자리를 유지했고,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8년 만에 아시아 정상의 자리를 되찾았다. 경기력 논란이 있던 야구 대표팀은 결승전에서 일본을 3-1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농구 대표팀은 일본을 누르고 12년 만의 남녀 동반 우승 쾌거를 거뒀다. 올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를 종횡무진한 김주형도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아 정상의 올랐다. 축구와 족구 선수로 활동하다 대기업 생산직으로 일하던 이준석은 '신생 종목' 테크볼의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2026.10.04. hwang@newsis.com /사진=
[나고야(일본)=뉴시스] 이영환·김금보·황준선 기자 =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폐막일인 4일 구기 종목들의 영광의 순간을 되돌아 봤다. 남자 축구는 4연속 아시안게임 정상의 자리를 유지했고,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8년 만에 아시아 정상의 자리를 되찾았다. 경기력 논란이 있던 야구 대표팀은 결승전에서 일본을 3-1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농구 대표팀은 일본을 누르고 12년 만의 남녀 동반 우승 쾌거를 거뒀다. 올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를 종횡무진한 김주형도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아 정상의 올랐다. 축구와 족구 선수로 활동하다 대기업 생산직으로 일하던 이준석은 '신생 종목' 테크볼의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2026.10.04. [email protected] /사진=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병역특례 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값진 금메달을 수확한 야구·축구 대표팀 일부 선수들의 경솔한 발언과 행동이 논란의 불씨가 됐다. 정치권에선 개별 선수의 실언 여부를 떠나 50년 넘게 이어진 병역특례의 기준과 목적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22대 국회에는 예술·체육요원과 전문연구·산업기능요원 등 병역특례 제도를 손질하는 병역법 개정안이 잇따라 발의돼 있다. 예술·체육요원이 대체복무 기간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올릴 경우 기여금을 부과하는 방안과 함께 비수도권 기업의 전문연구·산업기능요원 활용 범위를 넓히는 법안도 국회에 올라와 있다. 같은 병역특례 제도를 두고도 대체복무 분야에 따라 제도 개선 방향이 갈린 셈이다.

스포츠 선수의 병역특례 논란은 국제대회가 열릴 때마다 반복돼 왔다. 현행 병역법은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일정한 성적을 거둔 선수에게 예술·체육요원으로 복무할 수 있도록 대체복무의 기회를 준다. 국가대표로 선발돼 메달을 따면 실제 경기 기여도와 관계없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이 아닌 다른 국제무대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낸 경우엔 병역특례 없이 선수 경력이 끊길 수 있다. 이처럼 대회 종류에 따라 병역특례 적용 여부가 달라지는 점이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사례처럼 대중문화예술인은 병역특례에서 배제되는 점도 공정성 측면의 논란거리다.

병역특례 논란을 예술·체육인과 대중문화예술인 간 형평성 문제로만 한정하기도 어렵다. 현행 병역특례 관련 제도에는 전문연구요원과 산업기능요원 등 성격이 전혀 다른 대체복무 인력도 함께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예술·체육요원은 국제대회 성과와 국위선양을 근거로 병역의 예외를 인정해 온 반면 전문연구요원과 산업기능요원은 연구개발과 산업현장에 필요한 인력을 확보한다는 정책적 성격이 강하다.

이에 따라 병역특례를 일괄적으로 확대하거나 축소하는 방식으로는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술·체육 분야에서는 누구(대상의 어떤 성과를 국가적 기여로 인정할 것인지, 혜택에 걸맞은 책임을 어떻게 부과할지가 핵심이다. 산업·연구 분야에선 병역자원 감소 속에서도 첨단산업과 지방 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도록 제도를 어떻게 활용할지가 과제다.

정치권에선 1973년 병역특례 관련 제도 도입 이후 사회·산업적 환경이 크게 달라진 만큼 원칙과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예술·체육 분야에서는 공정성과 형평성을, 산업·연구 분야에서는 국가경쟁력과 인력 확보를 함께 고려해 최적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투구수 '0', 금메달 무임승차..."이름만 올려도 군 면제"

[도요타(일본)=뉴시스] 황준선 기자 = 3일(현지 시간)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에서 일본에 1-0 승리로 금메달을 차지한 한국 선수들이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2026.10.04. hwang@newsis.com /사진=황준선
[도요타(일본)=뉴시스] 황준선 기자 = 3일(현지 시간)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에서 일본에 1-0 승리로 금메달을 차지한 한국 선수들이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2026.10.04. [email protected] /사진=황준선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재점화한 병역특례 논란은 결국 국가가 어떤 성과를 인정하고, 누구의 경력을 보호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현행 병역법 시행령에 따르면 체육요원 편입 대상은 올림픽 3위 이상 입상자와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다. 예술요원은 병무청장이 정하는 국제예술경연대회와 일부 국내예술경연대회 입상자, 일정 자격을 갖춘 국가무형유산 전수교육 이수자 등이 대상이다. 이들은 34개월 동안 본인 종목에서 활동하면서 544시간의 공익복무를 이행해야 한다. 법적으로 '면제'는 아니지만 선수나 예술가로서 활동을 이어갈 수 있어 군 복무에 따른 경력 단절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경력 보호의 효과가 있다.

문제는 특정 대회와 순위를 기준으로 삼는 현행 제도가 왜 해당 성과를 병역특례의 근거로 인정하는지까지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병역특례 제도는 1973년 '국위선양'을 명목으로 도입된 뒤 시대 변화에 따라 현재의 기준을 갖추게 됐다. 하지만 아시안게임 종목이 e스포츠 등으로 확대되면서 이들을 체육요원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왔다. 방탄소년단(BTS)처럼 세계적인 흥행과 영향력으로 국위를 높인 대중문화예술인은 현역 복무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형평성 논란이 이어졌다.

팀 성적과 개인 기여도 사이의 간극도 문제로 지적된다. 과거 축구·야구 등 단체 종목에서 경기에 출전한 선수에게만 특례를 인정하던 규정은 2020년 6월 삭제됐다. 이후 개인 기록이나 출전 시간과 관계없이 국가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 병역특례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번 아시안게임 야구 금메달을 이끈 투수 곽빈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경기에 한 차례도 출전하지 않고 병역 혜택을 받아 '0구 금메달'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선발투수 곽빈과 대한민국 야구대표팀 선수들이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야구 슈퍼라운드 한국과 일본 결승전 9회말 수비를 마무리하며 금메달을 확정한 후 환호하고 있다. 2026.09.27. /사진=강영조 cameratalks@
선발투수 곽빈과 대한민국 야구대표팀 선수들이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야구 슈퍼라운드 한국과 일본 결승전 9회말 수비를 마무리하며 금메달을 확정한 후 환호하고 있다. 2026.09.27. /사진=강영조 cameratalks@

제도 개편 목소리가 커지자 국방부도 손질 가능성을 열어뒀다. 국방부는 "병역의무자 간 형평성과 공정성, 병역자원 감소 상황, 국민적 공감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궁극적으로 예술·체육요원을 포함한 보충역 감면·폐지를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반영할 계획을 갖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병역특례를 단순히 폐지하거나 축소하는 것만으로는 선수들의 경력 단절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이온 연구위원 등이 2020년 '체육과학연구'에 발표한 '엘리트 남성선수의 군복무별 현업복귀율과 선수경력의 비교 분석'에 따르면 일반 현역병으로 분류된 집단의 선수 복귀율은 12.49%에 그쳤다. 2003~2005년 등록된 23개 종목 남자선수 1만7418명의 선수등록 여부를 2018년까지 추적한 결과다. 반면 국군체육부대에 입대한 선수들의 복귀율은 78.91%였으며, 경찰청 체육단은 76.55%, 사회복무요원은 71.43%로 나타났다.

결국 제도 개선의 핵심은 '국위선양에 대한 보상'과 '선수 경력 보호'를 구분하는 데 있다는 지적이다. 병역특례를 특정 국제대회 입상에 대한 보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병역의무를 이행하면서도 선수 경력을 이어갈 수 있는 별도의 지원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남성 선수들이 군 복무 이후 경기력이 떨어지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만큼 군 복무와 운동을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거나 입영을 유예하는 방안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 번의 국제대회 입상 대신 여러 국제대회 성적을 누적해 반영하는 '마일리지' 방식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특례 대상 대회와 종목을 지금의 국가 위상에 맞게 다시 정하고, 한 번의 입상이 아닌 국제대회 누적 성적을 반영하는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며 "예술 분야 인정 대회를 실질적인 국제 경쟁력 중심으로 정비하고 병역을 이행하면서도 경기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국군체육부대 등 대안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월드컵 4강·WBC 3위하자 늘렸다가 줄였다…병역특례 53년 변천사

[인천공항=뉴시스] 전신 기자 =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에서 우승을 차지한 23세 이하(U-23) 축구 대표팀이 4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26.10.04.  /사진=전신
[인천공항=뉴시스] 전신 기자 =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에서 우승을 차지한 23세 이하(U-23) 축구 대표팀이 4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26.10.04. /사진=전신

병역특례 제도는 1973년 '병역의무의 특례규제에 관한 법률' 제정과 함께 시작됐다. 국위를 선양하고 문화·체육 발전에 기여한 예술·체육 특기자에게 군복무 대신 해당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후 국제대회 성적과 사회적 논란 등에 따라 대상과 기준이 수차례 바뀌었다.

6일 병무청에 따르면, 예술요원 선정 기준은 제도 도입 이후 10차례 변경됐다. 1973년에는 국제 규모 음악경연대회에서 2회 이상 우승하거나 준우승한 경우가 대상이었다. 이후 인정 범위가 확대됐다가 다시 축소되는 과정을 거쳤다. 2008년에는 음악·무용 등 약 150개에 달하던 인정 대회를 정비했고, 이후 대상 대회를 지속적으로 줄여 현재는 35개 대회로 축소됐다.

체육요원 기준은 국제대회와 국가대표팀의 성적에 따라 더욱 큰 변화를 겪었다. 제도 도입 당시에는 올림픽·세계선수권·유니버시아드·아시안게임·아시아선수권 등 주요 국제대회에서 3위 이상을 기록하면 특례 대상이 됐다. 한국체육대학교 졸업성적 상위 10% 이내인 경우에도 대상에 포함됐다.

1990년부터 기준이 크게 바뀌었다. 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로 대상을 좁혔다. 이후 국제대회 성적에 따라 특정 종목의 특례가 한시적으로 확대되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2년 한일월드컵이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4강에 진출하자 같은 해 월드컵 16위 이상 입상자를 대상으로 병역특례를 인정하는 조항이 신설됐다. 기존 국제종합대회 중심이던 체육요원 기준에 월드컵이 포함된 것이다.

2006년에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계기로 또 한 차례 기준이 확대됐다. 당시 한국 야구대표팀이 3위를 기록하면서 WBC 4위 이상 입상자에게 보충역 편입을 인정하는 기준이 마련됐다.

하지만 특정 종목에 대한 특혜와 소급 적용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면서 월드컵과 WBC 관련 특례는 오래 유지되지 못했다. 다른 종목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두 기준은 2008년 삭제됐다. 이후에는 체육요원 자격을 둘러싼 편법을 막기 위한 제도 손질도 이뤄졌다. 2020년에는 단체경기 종목에서 병역특례를 받기 위해 실제 출전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발생하자 '실제로 출전한 선수만 해당한다'는 요건을 삭제했다.

지난 50년 남짓 병역특례 제도가 국제대회의 종류와 성적, 종목별 형평성 논란에 따라 대상과 기준을 계속 조정해온 셈이다. 예술요원은 인정 대회를 줄이는 방향으로, 체육요원은 한때 확대됐다가 다시 올림픽·아시안게임 중심으로 정비되는 흐름을 보였다.

이번 아시안게임 축구·야구 국가대표팀 논란을 계기로 병역특례 제도는 또 한 번 재정비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병역의무자 간 형평성과 공정성, 병역자원 감소 상황, 국민적 공감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궁극적으로 예술·체육요원을 포함한 보충역 감면·폐지를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시안게임 대표팀 논란에 대해 "국방부 입장에서 굉장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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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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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정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 김효정 기자입니다.

정한결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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