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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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온 부동산 정책들이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나요?" 취재 중 한 부동산 전문가에게 받은 질문이다. 연이어 발표된 세제개편안과 주택 공급대책을 놓고 전문가와 시장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기대된다'는 말을 들은 기억은 많지 않다. 정부는 집을 가격이 오르기를 기다리는 투자재, 즉 '바잉'(buying)이 아닌 실제 삶을 영위하는 공간인 '리빙'(living)의 대상으로 돌려놓겠다고 한다. 집의 개념을 투기에서 거주로 되돌리겠다는 취지 자체에 반대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집주인도 세입자도 비거주 1주택자도 다주택자도 청년도 속 시원히 웃진 못한다. 누군가는 세금이 걱정되고 누군가는 전셋집이 걱정된다. 다주택자는 집을 팔지 말지 계산기부터 꺼내든다. 청년과 무주택자는 더 답답하다. 정부가 수도권에 '23만호+α' 공급을 제시했지만 발표된 물량이 당장 들어가 살 수 있는 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제시한 '23만호'가 실제 착공하고 준공해 내 보금자리가 되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독일 강변 도시 카우프의 팔츠그라펜슈타인 성은 라인강 한가운데 작은 모래섬 위에 세워졌다. 봉건 시대에는 라인강을 지나는 선박들로부터 통행세를 징수하는 요새였고 지금은 관광객들이 작은 배를 타고 들렀다 가는 관광명소다. 이 성은 지난달부터 폐쇄됐다. 기록적인 가뭄 탓에 라인강에 배를 띄우기 어려워서다. 라인강 수위는 카우프 부근이 가장 얕다. 이곳 수위가 강 전체의 기준이 된다. 기존 최저기록은 2018년 10월의 25㎝다. 카우프 수위는 이달 4일 21㎝로 1880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저를 기록하더니 지난 10일 15㎝까지 떨어졌다. 독일연방수문학연구소는 이달 중 카우프 수위가 10㎝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독일내항운송협회는 수위가 10㎝ 아래까지 내려가면 화물 운송이 막힐 수 있다며 "라인강이 둘로 쪼개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북해 항만과 독일 남부를 잇는 강 본류가 끊긴다는 뜻이다. 라인강은 독일 공업지대를 지나 네덜란드의 북해 항만까지 이어지는 유럽 물류의 대동맥이다. 라인강은 연간 2억8500만톤의 화물을 나르며 독일 내륙 수운의 80%를 차지한다.
"'부정선거'란 용어의 뜻이 확장·오염되면서 보수재편 논의까지 막혔다. " 선거관리위원회 부실선거 관리 논란과 관련해 한 야당 의원이 한 말이다. 부정선거는 '정당하지 못한 수단과 방법으로 행해진 선거'를 뜻한다. 다만 부정선거란 용어는 '당락에 영향을 주기 위해 고의·조직적으로 투·개표 과정에 개입해 선거 결과를 왜곡한 행위'라는 역사적 맥락 속에서 사용돼 왔다.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된 '3·15 부정선거'가 대표 사례다. 선관위 투표율 조작 의혹이 알려진 뒤 "뭔가 잘못된 선거라면 '부정선거'라고 하자"는 보수 야당 인사들이 늘었다. 선관위 사태는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다. 문제는 투표율 조작이 득표수(개표) 조작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용어를 맥락에서 떼기 전 실제 투표지 집계의 변동, 특정 의도의 작용 여부, 정당 참관인의 행위 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증거가 확실하면 부정선거를 인정 못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현 단계에서 그렇게 단정할 근거는 드러나지 않았다. "부실이 많으면 부정이 된다"는 말은 질적으로 다른 두 사안을 섞으려는 정치 구호일 뿐이다.
인류 첫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의 등장은 불과 6년 전 일이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당시 화이자와 모더나는 백신 개발에 돌입한 지 약 11개월 만에 상용화까지 이뤄냈다. 통상 10년 이상 걸리는 신약 개발 기간을 10분의 1 수준으로 단축한 셈이다. 막대한 자금 지원 덕도 있었지만 그간 쌓아온 플랫폼 기술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속도였다. 팬데믹을 거쳐 급성장한 mRNA 백신 기술은 '미지의 감염병'을 대비할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았다. mRNA 백신은 항원 단백질의 유전정보를 주입해 체내에서 항원 생산과 면역반응을 유도하도록 작동한다. 바이러스 표면에 뾰족하게 솟은 '스파이크(돌기) 단백질'을 체내에 미리 만들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키우는 원리다. 핵심 기술 기반을 갖추면 유전정보만 갈아 끼워 새로운 백신 설계와 생산이 가능하다. 해외에서는 mRNA 백신의 이 같은 효율성과 확장성을 바탕으로 암·희귀질환 치료제로도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우리나라도 mRNA 백신 자급화를 추진하고 있다.
100억원을 벌고 50억원을 잃었다면, 남은 이익은 50억원이다. 그런데 증권사가 내야 하는 세금은 100억원을 기준으로 매겨진다면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손실은 보지 않고 수익만 보는 '교육세의 함정'에 증권사들이 속앓이하고 있다. 올해 금융지주사 계열 증권사를 제외한 상위 6개 증권사가 부담할 것으로 추정되는 교육세만 34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정부가 금융·보험업자의 수익 금액 중 1조원을 초과하는 구간에 적용되는 교육세율을 0. 5%에서 1%로 인상했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이 답답해하는 건 단순히 세금이 늘어서만이 아니다. 교육세 산정 방식이 불합리하고 이에 따라 LP의 활동이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에서 유동성공급자(LP)는 매수·매도 호가를 지속적으로 제시해 거래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돕는다. 이 과정에서 가격 변동 위험을 줄이기 위한 헤지 거래도 함께한다. LP 거래에서 수익이 나도 헤지 거래에서 손실이 나면 실제 남는 이익은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교육세는 매매이익만 과세표준으로 삼아 손실을 반영하지 않는다.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나온 뒤 일부 완성차업체의 대관·정책 조직에 새로운 숙제가 떨어졌다. 내년 세제개편에는 전기차를 국내생산세액공제 대상에 포함시킬 방안을 찾으라는 경영진의 주문이다. 주요 경제단체들마저 세제개편안에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낸 상황에서 개별 완성차업체가 정부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는 쉽지 않은 만큼 물밑 대응에 나선 셈이다. 업계가 이 문제에 민감한 이유는 국내생산세액공제의 취지에 있다. 정부는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주요 산업의 국내 생산을 지원하기 위해 제도를 신설했지만 자동차업계가 줄곧 포함을 요구해온 전기차는 대상에서 빠졌다. 국내 전기차 생산을 늘려 공장 가동률을 높이고, 부품업계 일감을 지키자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이런 와중에 BYD를 비롯한 중국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전기차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테슬라 등 중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의 국내 유입은 더 빠르게 늘고 있다.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해외에 이어 안방에서도 중국 전기차와 경쟁해야 하는데 정작 국내 생산을 유도할 정책 수단은 빠진 셈이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도 이제 넘사벽(아무리 노력해도 따라잡을 수 없음)이 됐으니 재개발을 추진하는 노후 빌라를 사서 '몸테크'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어요. " 5년 전만 해도 재건축 추진 아파트에서 몸테크를 해보라고 권하던 감정평가업계 지인이 최근에는 재개발 빌라로 눈을 돌려보라고 했다. 도시정비사업이 서울의 핵심 주택공급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서 재건축 추진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수도권의 준공 20년 초과 아파트 가격은 6. 59% 상승했다. 준공 5년 이하 신축 아파트 상승률(3. 64%)의 두 배에 가깝다.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구축마저 정비사업 기대감에 오르면서 재건축 아파트를 통한 몸테크도 상당한 자금이 있어야 가능해졌다. 그러자 30대 또래 사이에서는 재개발 빌라 매입이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을 외치던 한 친구는 신혼생활을 보낸 인천 신축 아파트 전세를 빼고 서울 중랑구의 오래된 빌라를 샀다. 서울에서 반드시 내 집을 마련하겠다던 서울 출신 후배가 선택한 곳도 관악구의 노후 빌라였다.
유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이민 정책을 향해 '인권과 포용'을 외치며 대립각을 세웠다. 그러나 정작 자신들에게 국경 위기가 닥치자 냉혹한 현실 정치로 돌아섰다. 이들이 내세워 온 인권과 연대의 가치는 안보와 정치 논리 앞에서 빠르게 뒷순위로 밀려나고 있다. 최근 스페인령 세우타의 이민자 월경 사태는 그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인구 8만 명 남짓한 소도시에 사흘 동안 약 6만 명이 몰려들었고, 대처 과정에서 세우타 당국 집계로 1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해안에는 시신이 잇따라 발견됐고 수용시설은 포화 상태에 달했다. EU(유럽연합) 각국에서는 즉각 반이민 정책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민자 문제는 경제 불안과 함께 지난 몇 년간 유럽의 '아킬레스건'이었다. 독일과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에서는 이민 규제 강화를 내세운 우파 및 극우 정당의 영향력이 커졌다. 기존 주류 정당들 역시 국경 강화를 앞다퉈 강조한다. 이민 정책이 인도주의의 영역을 넘어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핵심 정치 변수로 자리 잡은 것이다.
"정부 정책을 믿고 수조원 투자했는데, 개장 2~3년 만에 사업의 전제가 바뀌면 누가 다시 투자하겠습니까. " 최근 열린 카지노 정책간담회에서는 관광진흥개발기금 부과율 상한 인상(매출액의 10%→15%)과 카지노 면허 갱신허가제 도입 등을 둘러싼 업계의 우려가 이어졌다. 업계는 제도 변화의 배경과 산업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달라고 입을 모았다. 정부가 카지노 산업 제도를 손보려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카지노는 공공성과 건전성을 확보해야 하는 산업인 만큼 관리·감독 강화 역시 필요하다. 다만 이번 논의의 본질은 규제를 강화하느냐 완화하느냐가 아니다. 정부가 지금의 '카지노 복합리조트'를 어떤 산업으로 바라보고 있느냐다. 국내 카지노 산업은 여전히 '사행산업'이라는 인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복합리조트는 카지노 영업만을 위한 시설이 아니다. 호텔과 컨벤션, 공연장, 쇼핑시설 등을 갖춘 관광 인프라이자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투자 사업이다. 정부 역시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영종도와 제주 등에 복합리조트를 조성하며 관광 경쟁력 강화 전략을 추진해 왔다.
"예전엔 소비자들이 '내 차에 왜 쓰레기를 넣었냐'고 했습니다. 설계자들도 '내 부품에 쓰레기 넣지 말라'며 쫓아내던 시절이었죠. " 국내 완성차업체 한 관계자는 20여년전 차량 소재를 재활용하는 업무를 하며 겪은 일을 이렇게 회고했다. 과거엔 재활용 소재를 쓰는 목적이 원가 절감이었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친환경 규제를 맞추려 쓰고 있다. 그 사이 이유는 달라졌는데 빠진게 하나 있다. '재활용 소재를 썼다'고 소비자에게 알려야 한단 것이다. 최근 유럽 자동차 브랜드들은 신차 발표회에서 실내에 어떤 재생 소재를 어디에 썼는지 설명하며 지속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국내 완성차업체 홍보자료에선 그런 문장을 찾기 어렵다. 숨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재활용 소재를 썼다고 하면 오히려 이미지에 손해라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키나 파타고니아 같은 패션 브랜드는 재활용 소재를 전면에 내세우고도 제값을 받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는 자산으로 취급되는 상품인 만큼 '재생'이란 단어를 붙이기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인큐베이팅'(육성) 시스템이 없는 것 같습니다. " 지난달 17일 세상을 떠난 기후에너지환경부(기후부) 청년 사무관 A씨가 생전 동료들에게 남겼다는 말이다. 공무원노조총연맹과 국가공무원노조가 지난 3일 청와대를 찾아 "간부는 단순한 업무 전달자가 아니라 업무를 조정하고 직원을 보호하는 자리"라고 한 것도 A씨의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개인의 비극으로 끝낼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기후부 출범 당시부터 우려의 목소리는 있었다. 기후부는 출범 후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기가와트(GW) 보급 조기 달성 △히트펌프 350만대 보급 △햇빛소득 마을 700곳 설치 등 도전적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인력 보강은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이 현장의 공통된 지적이다. 일은 많아졌지만 사람은 늘지 않았고 직원들은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다. 그닥 주목받지 못한 목소리도 있었다. 이질적인 두 부처의 조직 문화 문제 말이다. 산업부 일각의 도제식 업무 문화가 새 조직에 그대로 이식될 경우 젊은 직원들의 업무적·정신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증시 변동성을 키운 주범으로 지목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가 정부의 정책실패로 흘러가면서 책임론이 떠오르고 있다. 신중하지 못한 정책 도입과 늦은 대응이 도마에 올랐고, 정치권에서는 국정조사 필요성까지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자체에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의 요구로 나온 상품이 아니라 정부가 주도적으로 기획한 만큼 시장에 미칠 영향과 부작용을 충분히 따졌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의 시장 비중이 큰 상황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시장 과열과 쏠림 확대라는 부작용을 곧바로 드러냈다.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34%에서 지난 4월 41%,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품 출시 전날인 지난 5월26일에는 49%로 치솟았다. 상품이 나온 이후 한 달여 만인 지난달 15일에는 52%에 달했다. 상품 16종의 시가총액도 상장 첫날 4조4000억원에서 한 달여 만인 지난달 15일 12조원으로 빠르게 불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