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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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에 위기의 순간이 오면 경제수장들은 어김없이 한 자리에 모였다. 1960년대 녹실회의,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시작된 서별관회의를 거쳐 지금의 'F4회의'(확대거시경제금융회의)까지 이름은 달라도 역할은 비슷했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취임 직후 경제현안간담회를 신설하고 확대 거시재정금융간담회를 열었다. 지난 2일 시장상황점검회의에는 부총리·한국은행 총재·금융위원장·금융감독원장에 국토교통부 장관까지 참석했다. 이 부총리는 금융·외환·부동산시장을 "하나의 그림 안에서" 보고 위험이 어디서 시작해 어디로 번지는지 살피겠다고 했다. 수출은 호조이고 내수도 회복세지만 금융시장은 심상치 않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최근 장중 5. 3%대까지 뛰었다. 국고채 3년물도 4%를 넘었다. 부동산과 가계부채, 환율과 증시 변동성에 인공지능(AI) 투자 과열 우려도 겹친다. 머리를 맞대도 해법은 하나로 수렴하기 어렵다. 한쪽을 잡으려다 다른 쪽을 흔들 수 있어서다. 2010년 서별관회의에선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를 놓고 부동산 거래를 걱정한 국토부와 가계부채를 우려한 경제·금융당국이 맞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서울 주택시장 흐름을 두고 "강남은 내리고 외곽은 살짝 오르는 일종의 평탄화 작업이 진행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을 정점으로 다른 지역의 집값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기존 구조에 균열이 생겼다는 취지일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이 발언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은 싸늘했고 청와대는 결국 비강남 지역 집값 상승으로 국민 부담이 커진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어색한 해명을 해야만 했다. 대통령의 말처럼 최근 서울 주택시장에서는 강남권 고가 아파트가 조정을 받는 가운데 중저가 지역의 상승세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가격의 지역 간 격차가 줄어드는 현상만 놓고 보면 '평탄화'라는 표현이 틀렸다고 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평탄화가 안정화나 정상화를 의미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강남의 가격이 내려가고 외곽의 가격이 오른다고 해서 서울 전체의 주거비 부담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싼 집을 찾는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지역의 가격이 오르는 것이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주요국 국채를 향한 신뢰에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지난달 4% 중반을 넘기더니 지난 28일(현지시간)부터는 5. 2%대에 눌러앉았다. 유로존 쌍두마차인 프랑스, 독일 상황도 비슷하다. 최근 프랑스 10년물 수익률은 4. 8%을 넘겼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이었던 2008년 6월 이후 18년 만이다. 독일 10년물 수익률은 3. 6%대로 아직 금융위기 시절 4. 7% 수준은 아니다. 2%대였던 지난 2월부터 우상향한 점을 고려하면 조만간 4%대에 이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채 수익률을 자극하는 원인으로는 주로 국제유가가 꼽힌다. 때문에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되면 국제유가와 국채 수익률 모두 안정될 거란 예상이 있다. 그러나 채권시장 불안은 쉽게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불안의 진짜 원인은 주요국들의 천문학적 재정지출과 감세 정책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미국 연방정부 부채는 사상 처음 40조달러를 넘겼다. 의회 양원 모두를 장악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대규모 감세를 포함한 이른바 '크고 아름다운 하나의 법안'을 추진했고 이란 전쟁으로 막대한 액수를 지출했다.
"생리 한 번 한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 경구용 임신 중지 약물 '미프진'을 판매 중인 한 웹사이트 상담방에 기자가 문의를 남기자 돌아온 답변이다. 자신을 '약사'라고 밝힌 상담원은 구토·두통 등 부작용 가능성을 안내하면서도 "부작용은 점차 사라진다" "약 포장지 QR코드로 정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며 안심시켰다. 온라인 판매 페이지에는 '임신 중지 서비스는 의사 및 의료 전문가와 협력해 제공한다'며 사실 확인이 어려운 문구도 적혀있었다. 이처럼 오랫동안 음지에서 유통돼온 미프진은 이르면 내년 1분기 안에 국내 정식 도입을 앞두고 있다. 10년 이상 제도 밖에서 방치된 약을 국가 의료체계 내에서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약물 사용 범위를 임신 9주 이내로 제한하고, 초기 2년간은 의사가 직접 처방·조제하도록 하는 등 단계적 설계안을 내놨다.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7년 만의 움직임이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접근 구조가 음성화됐던 임신 중지 약물의 문제를 수면 위로 띄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영화 '암살자(들)'이 정치권에서도 큰 화제가 되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강성보수 진영의 분노가 특히 거세다. 영화적 상상력이 가미된 육영수 여사 암살의 '정권 배후설'을 실체가 뚜렷한 사실처럼 그렸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영화는 의혹을 밀어붙이듯 전개된다. 여러 사건을 잇는 인과관계도 헐겁다는 인상을 준다. 고증 측면에선 비판받을 여지가 있다. 여사 총격의 배후로 당시 대통령을 의심하는 서사는 도발적이다. 보수층이 극렬히 반발하는 데도 이유가 있다. 이들은 진영 밖에서도 자신들의 분노에 공감해주길 바랄 것이다. 다만 국민들이 이런 목소리에 얼마나 귀를 기울일지는 미지수다. 비판은 내용 못지않게 누가 하느냐도 중요하다. 국민의힘은 '역사 스피커'로서 신뢰를 스스로 갉아먹었다. 지난 8월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한 인사들은 5·18 민주화운동을 가리켜 "소요사태"라고 했다. "광주정신은 역사의 퇴영물"이라고도 발언했다. 국가폭력에 맞선 시민의 저항이란 정립된 평가를 뒤집으려는 주장에 '국회 토론회'라는 권위만 얹혔다.
'27만6500원 vs 27만7500원' 한국거래소 사이트와 증권사 HTS(홈트레이딩시스템)·네이버 증권에 표기된 지난 22일 기준 삼성전자 종가다. 같은 날 같은 종목의 종가가 다르게 표시된 건 한국거래소가 오후 3시30분에 끝나는 정규장 종가를, HTS와 네이버 증권이 오후 8시에 끝나는 애프터마켓 종가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가 지난 14일 애프터마켓을 연 뒤 거래소와 증권사, 포털사이트 간 종가 불일치 문제가 불거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종가는 정규장 마감 때 형성되는 최종 가격이다. 시가총액 산정이나 선물·옵션 거래의 기준가격도 모두 정규장 종가를 따라야 한다. 그러나 증권사와 포털사이트는 애프터마켓 종가를 보여주고 있어 상장사와 투자자가 이를 따로 확인하지 않고 거래하면 손해를 볼 수 있다. 종가 기준이 다르다 보니 주가 등락률도 차이가 난다. 22일 삼성전자 상승률은 한국거래소 사이트에서 0. 91%지만 증권사 HTS에서는 1. 28%다. 일부 증권사는 정규장 종가를 따로 확인할 수 있는 메뉴를 마련했지만 투자자가 직접 설정을 바꿔야 한다.
최근 찾은 독일 하노버 상용차 전시회(IAA 트랜스포테이션)에서 눈길을 끈 장면 중 하나가 붕어빵차의 등장이었다. 이 익숙한 먹거리를 선보인 트럭이 기아의 목적기반차량(PBV) PV5였다. 물건을 나르거나 사람을 태우는 차가 작은 가게로 변신한 모습에 고객이 원하는 용도에 맞춰 차를 만들겠다는 기아의 설명이 귀에 쏙 들어왔다. 더 흥미로운 풍경이 기아 부스 밖에도 펼쳐졌다. 다른 특장업체들의 전시 공간에서도 PV5를 기반으로 만든 차량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같은 차에서 출발했지만 쓰임은 저마다 달랐다. 기아가 PV5의 가능성을 설명하는 자리를 넘어 다른 기업들이 그 차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준 셈이다. PBV라는 명칭은 여전히 낯설다. 플랫폼과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맞춤형 이동 수단이라는 설명도 소비자에게는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전시장에서는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았다. 1대의 차가 사업자의 필요에 따라 각기 다른 모델로 거듭나는 것 자체가 PBV의 의미의 전했기 때문이다. 송호성 기아 사장이 현장에서 가진 인터뷰를 통해 강조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과 용도에 맞춘 섀시 설계의 경쟁력도 이를 뒷받침했다.
지난해 10월 경기도에 거주하던 임차인 A씨는 집주인으로부터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들었다. 전세를 끼고 집을 매매하겠다던 집주인이 돌연 "새 매수자가 실거주를 해야 해 계약 갱신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한 것이다. '10·15 부동산 대책'으로 경기도 내 12개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신규 지정되면서 갭투자가 원천 차단된 탓이었다. 결과적으로 A씨는 남은 임차기간은 보장받았지만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은 포기해야 했다. 당시만 해도 토허구역에선 주택 취득 후 4개월 내 입주해야 한다는 요건이 있었다. 이에 세를 낀 집을 산 매수인은 퇴거 일자를 앞당겨 달라고 압박하거나 '계약 만료시 반드시 퇴거한다'는 각서를 요구하기도 했다. 적지 않은 임차 경험이 있는 A씨에게도 유독 쓴맛을 남긴 거래였다. 그러던 정부가 올해 2월 다주택자 매물에 실거주 유예 혜택을 부여하더니 5월에는 비거주 1주택자 매물로 적용 범위를 넓혔다. 최근에는 실거주 의무 유예 신청 기간을 올 연말에서 내년 말까지 1년 연장하고 갱신계약도 유예 대상에 포함시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세계의 진영 대립도 깊어지고 있다. 갈등은 군사·외교를 넘어 경제와 문화 영역까지 파고들며 표현의 자유를 뒤흔들고 있다. 팝스타 에드 시런의 북미 투어를 둘러싼 최근 논란이 대표적인 사례다. 공연 오프닝을 맡았던 래퍼 매클모어가 이달 초 한 공연에서 "팔레스타인에 자유를"이라고 외쳤다. 미국 이스라엘공공위원회(AIPAC)가 그의 하차를 요구하는 청원을 냈고, 남은 투어가 예정된 여러 공연장 측도 그의 출연을 불허했다. 결국 매클모어는 남은 공연에서 빠졌고 그러자 오프닝 공연 출연진 전원이 보이콧을 선언했다. 시런은 매클모어의 하차가 자신의 결정이 아니라 기획사와 공연장 측의 결정이었고, 자신도 설득에 나섰지만 실패했다고 해명했다. 또 자신의 공연을 지정학적 문제 관련 정치적 논쟁의 장으로 만들고 싶지 않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비판이 이어졌다. 과거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현안에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냈던 그가 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는 침묵하느냐는 것이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준비 때문에 업무가 확 늘긴 했죠. 그만큼 책임도 무거워졌고요. " 최근 만난 행정안전부 고위 관계자는 내달 2일 중수청 출범을 앞둔 내부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조직 구성부터 인력 충원, 초대 청장 인선까지 막바지 작업이 이어지면서 관련 업무가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이미 경찰청을 외청으로 둔 상황에서 또 하나의 대형 수사기관을 새로 꾸리고 소관하게 된 데 따른 부담도 묻어났다. 중수청 출범과 함께 행안부의 역할도 한층 커진다. 검찰청이 폐지되면서 중대범죄 수사는 중수청이, 공소 제기와 유지는 공소청이 맡는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가 시작된다. 이 가운데 중수청은 정원 2874명 규모로 행안부 장관 소속에 설치된다. 행안부는 조직과 직제 마련부터 청장 인선, 검찰 인력 특례임용까지 새 수사기관의 뼈대를 세우는 작업을 맡고 있다. 지난 15일부터는 검찰 인력을 대상으로 2차 특례임용도 진행 중이다. 행안부의 역할은 개청 준비에 그치지 않는다. 중수청법상 5급 이상 수사관은 중수청장의 추천을 받아 행안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용하고, 6급 이하 수사관은 행안부 장관이 임용한다.
"세 부담을 어느 선에서 어느 정도가 적정한지 그 얘기를 한번 해보시죠. " 지난 7월 23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부동산 대토론회. 강도 높은 대출 규제로 서울 중저가 아파트 가격 상승과 전세 매물 잠김에 대한 우려가 극에 달했던 시기였다.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이러한 규제 수단이 실효성을 거둘지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컸다. 국민들은 대통령의 부동산 시장 정상화 해법과 철학, 구체적인 정책 목표와 방향에 주목했다. 그런데 초고가 주택 기준을 세밀하게 논의하는 데 토론회의 상당 시간이 소요됐다. 결과적으로 비거주 1주택자나 무주택자 등 부동산 민심과 교감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논란 끝에 낙마한 용혜인 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 인선도 뒷맛이 쓰다. 30대 여성 정치인의 발탁은 세대교체의 상징이자 청년과 여성을 끌어안는 카드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벼락출세는 20대부터 40대 초반을 아우르는 오늘날 청년들의 '극혐' 대상이다. 두 차례나 비례대표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된 인물에게 장관직까지 맡기는 것 자체가 특혜로 비쳤다.
"지금 서두르면 궁극적 목표와 거리가 먼, 어정쩡한 레벨 2++(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해야 하지만 도심 교차로와 비보호 좌회전까지 차량이 스스로 처리하는 단계)를 양산하게 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 박민우 현대자동차·기아 AVP본부장 사장이 지난 11일 경기 성남시 포티투닷 본사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자율주행 미디어데이'에서 한 말이다.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 AI(인공지능) '아트리아'를 얹은 레벨 2++ 차량 양산을 2029년 하반기로 잡은 이유를 묻자 일정을 당길 수도 있었지만 전략적으로 늦춰 잡았다며 이같이 답했다. 하지만 경쟁사들의 자율주행 시계는 이미 빠르게 돌고 있다. 테슬라 FSD(완전자율주행)는 누적 주행 100억마일을 넘어섰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독일 아우토반에서 시속 95㎞까지 전방을 주시하지 않아도 되는 레벨 3를 선보였다. 중국은 지난해 말 일부 브랜드에 레벨 3 제품 진입을 허가하며 사고 책임이 제조사로 넘어가는 길을 열었다. 그래서 개발에 3년을 더 들이겠다고 한 판단은 부담이 작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