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서울 주택시장 흐름을 두고 "강남은 내리고 외곽은 살짝 오르는 일종의 평탄화 작업이 진행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을 정점으로 다른 지역의 집값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기존 구조에 균열이 생겼다는 취지일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이 발언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은 싸늘했고 청와대는 결국 비강남 지역 집값 상승으로 국민 부담이 커진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어색한 해명을 해야만 했다.
대통령의 말처럼 최근 서울 주택시장에서는 강남권 고가 아파트가 조정을 받는 가운데 중저가 지역의 상승세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가격의 지역 간 격차가 줄어드는 현상만 놓고 보면 '평탄화'라는 표현이 틀렸다고 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평탄화가 안정화나 정상화를 의미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강남의 가격이 내려가고 외곽의 가격이 오른다고 해서 서울 전체의 주거비 부담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싼 집을 찾는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지역의 가격이 오르는 것이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임대차 시장을 보면 '평탄화'라는 표현과 실수요자가 느끼는 현실 사이의 간극이 더 커진다. 9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2년 전보다 14.9% 올랐다. 월세는 같은 기간 24.3% 뛰었다. 강남권 매매가격이 조정을 받는 사이 세입자가 부담해야 하는 주거비용은 오히려 커지고 있는 셈이다.
'평탄화' 표현이 불편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택시장 안정은 시장 전체를 놓고 판단해야 한다. 강남 집값이 얼마나 내려갔는지만으로 는 집값 안정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 비강권 집값이 얼마나 올랐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 마찬가지로 매매가격뿐 아니라 전세와 월세 등 임대차 비용도 살펴야 한다. 당연히 거래와 공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요즘처럼 고가주택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상황에서는 가격이 높은 지역의 수요가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덜한 지역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실제 서울의 15억원 이하 서울 아파트 거래 비중은 80%에 육박했다. 이는 비강남권의 집값이 더욱 오를 수 있다는 의미다.
집값의 차이가 줄어든다고 해서 주거비의 무게까지 덜어지는 것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