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는 대신 바꿔 입어요"…연희로 골목 특별한 가게[넷제로케이스스터디]

"버리는 대신 바꿔 입어요"…연희로 골목 특별한 가게[넷제로케이스스터디]

권다희 기자
2026.08.2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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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다시입다 연구소 '21%랩' & 서울거점 늘보따리
옷장 속 잠자는 옷 평균 21%..안 입는 옷 가져와 마음에 드는 옷과 1대1 교환
지난해 21%파티서 3436점 새 주인…탄소 13.1톤 저감 추산
"개인의 실천 넘어 과잉생산·재고 폐기 구조도 바꿔야"

[편집자주]  녹색전환·탄소배출 저감은 거대한 과제이지만 동시에 할 수 있는 데에서부터 구체적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이기도 합니다. 머니투데이가 탄소배출 저감과 에너지전환을 향해 가는 '현재 진행형' 사례들을 매주 소개합니다.
늘보따리 내부/사진=권다희 기자
늘보따리 내부/사진=권다희 기자

지난 25일 찾은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4길의 한 골목. '늘보따리'라는 작은 간판이 걸린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한쪽 옷걸이에 셔츠, 청바지 등이 나란히 걸려 있었다. 옷마다 가격표 대신 이전 주인이 적은 '옷의 이야기'가 달렸다. 언제, 왜 샀는지와 옷에 얽힌 기억을 적은 카드다.

이곳에서는 옷을 사고팔지 않는다. 더는 입지 않는 옷을 가져와 카드를 작성한 뒤 옷걸이에 걸면 한 벌당 교환권 한 장을 받는다. 이 교환권으로 늘보따리 등에서 마음에 드는 옷을 골라 갈 수 있다. 옷을 기부하고 끝나는 방식이 아니라 가져온 만큼 다른 옷으로 바꿔 입는 '1대1 교환'이다.

늘보따리를 포함한 '21%랩'에서는 입지 않는 옷을 가져가면 의류 교환 티켓(사진 맨 왼쪽)을 받는다. 영수증(가운데)과 옷을 남길 때 적는 옷에 얽힌 사연 메모(오른쪽)/사진=권다희
늘보따리를 포함한 '21%랩'에서는 입지 않는 옷을 가져가면 의류 교환 티켓(사진 맨 왼쪽)을 받는다. 영수증(가운데)과 옷을 남길 때 적는 옷에 얽힌 사연 메모(오른쪽)/사진=권다희
안 입는 옷, 교환하고 수선해 입는다

늘보따리는 이윤이 대표가 딸과 함께 2020년 문을 연 제로웨이스트숍이다. 처음에는 환경에 유해한 물질이 없는 세제와 치약·칫솔, 비누 등을 판매했다. 그러나 친환경 제품도 결국 누군가가 계속 구매해야 유지되는 구조라는 점이 고민으로 남았다. 이 대표는 "물건이 안 팔리면 속상하고, 그러면 다시 소비를 끌어내기 위한 행동을 해야 했다"며 "소비 자체를 줄이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때 발견한 것이 사단법인 다시입다연구소의 '21%파티'다. 21%파티는 더는 입지 않는 옷을 가져와 다른 참가자가 가져온 옷과 1대1로 교환하는 행사다. 바느질과 수선 기법을 배우며 고쳐 입는 문화를 확산한기 위한 '수선혁명학교' 역시 다시입다연구소를 통해 접했다. '옷은 옷으로 다시 입어야 가장 오래 사용할 수 있다'는 철학에 공감해 늘보따리가 의류 교환과 수선에 집중하기 시작한 계기다.

늘보따리에는 현재 재봉틀과 오버로크 재봉기가 마련돼 있다. 이용자가 직접 옷을 고칠 수 있고 바느질과 수선 워크숍도 열린다. 인근 연세대 창업동아리와 함께 재봉틀·수선 수업도 운영한다. 이 대표는 "새 옷을 쉽게 살 수 있는 시대여서 수선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면서도 "한 번 직접 수선하고 나면 내 정성이 들어간 만큼 그 옷은 버리기 아까운 옷이 된다"고 설명했다.

옷 처리하는 이유/그래픽=윤선정
옷 처리하는 이유/그래픽=윤선정
옷장 속 안 입는 옷 21%

'21%파티'의 21%는 숫자는 다시입다연구소가 2020년 1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나왔다. 조사 결과 응답자가 보유한 옷 가운데 사놓고도 입지 않는 옷의 비중은 평균 21%였다. 옷장 속 옷 다섯 벌 가운데 한 벌은 사실상 잠자고 있다는 의미다.

다시입다연구소는 안 입는 옷을 일회성 행사에서 교환하는 '21%파티'를 넘어 언제든 옷을 바꾸고 고쳐 입을 수 있는 상설 공간을 만들기 위해 21%랩을 시작했다. 정주연 다시입다연구소 대표는 "사놓고 입지 않는 옷은 교환하고, 입다가 망가진 옷은 수선해 끝까지 입는 방법을 실험하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다시입다연구소가 주최한 '21%파티' 전경/사진출처=다시입다연구소 '2025 임팩트보고서'
다시입다연구소가 주최한 '21%파티' 전경/사진출처=다시입다연구소 '2025 임팩트보고서'
옷 3436점 교환…탄소 13.1톤 줄여

지난해 다시입다연구소가 성수동에서 2개월간 운영한 21%랩에서는 1650명이 2554점의 의류를 가져 와 2077점의 의류를 교환했다. 바지 밑단을 줄이거나 재봉틀 사용법을 배우기 위해 거의 매일 방문한 지역 주민도 있었다. 서울의 늘보따리를 포함해 전주· 전남 광주 등에 지역 거점이 마련됐다.

옷 한 벌을 바꿔 입는 효과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다시입다연구소의 '2025 임팩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구소가 주최·주관하거나 지원한 21%파티 65회에 약 3950점의 옷이 나왔고, 이 가운데 3436점이 새 주인을 찾았다. 교환율은 87%다. 연구소는 교환된 옷 3436점의 환경적 효과를 탄소 저감량 1만3105㎏, 에너지 절약량 5만6625킬로와트아워(㎾h), 물 절약량 125만7576ℓ로 추산했다. 교환된 옷 한 점당 약 3.8㎏의 탄소를 줄인 셈이다.

사진출처=다시입다연구소 '2025 임팩트보고서'
사진출처=다시입다연구소 '2025 임팩트보고서'
"쉬운 '재고 폐기' 제도적으로 제한돼야"

다시입다연구소는 인간의 소비가 환경을 파괴하는 구조에 관심을 갖던 중, 그 문제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소비재로 옷을 주목했다. 2020년 서울시 공모사업을 계기로 활동을 시작했고 2022년 사단법인을 설립했다.

안 입는 옷을 바꿔 입는 21%파티와 옷을 직접 고치는 법을 배우는 수선혁명학교, 이를 일상에서 계속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든 21%랩은 이런 문제의식을 구체적인 선택지로 옮긴 결과다. 정 대표는 "필요한 만큼을 넘어선 소비가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며 "소비의 정점에 있는 옷을 통해 패스트패션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구소가 지향하는 변화는 개인의 실천에 머물지 않는다. 팔릴 양보다 많은 옷을 만들고 남은 재고를 폐기하는 생산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정책을 제안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유럽연합(EU)은 지난달부터 대기업이 팔리지 않은 의류와 의류 액세서리, 신발을 폐기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했고, 이 규제는 2030년부터 중견기업에도 적용된다.

정 대표는 "패스트패션의 가장 큰 문제는 사용할 만큼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대량 생산한 뒤 남은 재고를 버리는 구조"라며 "개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는 동시에 기업이 지속가능하게 생산하도록 국가와 기업 차원의 구조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연구소가 지향하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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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다희 기자

머니투데이 산업1부 권다희입니다. 산업과 지역의 녹색전환, 재생에너지 분야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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