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짠물 아시안게임.'
오는 4일(현지시간) 폐막을 앞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선 국제 종합스포츠대회가 처한 현실이 그대로 드러났다. 대회를 치르는 비용은 갈수록 늘어나는 반면 과거와 같은 '개최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지고 있다. 비용을 줄이면서도 대회의 질을 유지하고, 이를 뒷받침할 재원까지 마련해야 하는 '개최국의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의 최대 고민은 비용이었다. 일본이 2016년 대회를 유치할 당시 제시한 아시안게임 주최자 부담경비는 850억엔(한화 약 7300억원)으로 추산됐다. 현재 아시안게임 대회 예산은 약 2980억엔(약 2조5000억원) 정도로 책정됐다. 아이치현에 따르면 관련 인프라 정비 등에 들어가는 비용까지 합치면 약 3700억엔(약 3조2000억원)에 달한다.
10년 전 유치 당시와 현재 경비는 산정 범위가 달라 단순 비교하기엔 한계가 있다. 다만 코로나19(COVID-19) 이후 자재비와 인건비 등 물가가 오른 데다 대회 규모도 커지면서 비용 부담이 크게 늘었다.
이번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는 '비용을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대회 계획을 대폭 수정했다. 대표적인 게 선수촌이다. 이번 대회에는 약 1만7000명의 선수와 관계자가 참가했지만 별도의 선수촌을 짓지 않았다. 건설비 부담이 커지자 선수촌 대신 호텔과 대형 크루즈선, 나고야항 임시 숙박시설 등에 선수단을 분산 수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선수촌을 짓지 않으면서 줄인 비용은 약 600억엔(약 5100억원)으로 추산된다. 기존 경기장 활용과 숙박 계획 변경 등을 포함하면 전체 절감액은 약 1020억엔(약 88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여전히 이번 대회에 들어가는 비용은 3조원에 육박한다.

비용 감축 과정에서 대회 운영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왔다. 임시 숙소는 선수들의 경기력을 향상시키기엔 아쉬움이 컸다. 특히 비좁은 방과 짧은 침대 등을 두고 불만이 나왔고 한국 대표팀 중에서도 다른 호텔로 숙소를 옮긴 사례가 있다. 남녀 선수가 같은 방에 배정되는 사례도 있었다. 일부 임시 숙소에선 누수가 발생했다. 대체 숙소인 크루즈선에선 선수단 입실이 지연되는 일도 있었다.
대회 중 수송 문제도 반복됐다.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은 조직위가 배정한 차량이 오지 않아 훈련을 취소했다. 축구와 배구에서도 선수단을 태운 버스가 잘못된 장소로 향해 경기장 도착이나 훈련에 차질을 빚었다. 파키스탄 남자배구 대표팀의 경우 버스 오안내로 경기 시작이 45분 늦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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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운영에서도 실수가 나왔다. 한국과 방글라데시의 남자하키 경기에 앞서 애국가 대신 북한 국가가 흘러나왔고 여자 핸드볼 경기에서는 전광판 문제로 경기가 중단됐다.
일본 현지에서도 운영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현지 언론들은 숙박과 수송 문제 등을 제기하며 "개최국으로서 부끄러운 상황"이란 지적이 나왔다. 이에 조직위도 운영 문제에 대한 책임을 인정했다. 무라테 사토시 조직위 사무총장은 지난달 26일 "여러 원인이 있지만 서비스를 제공할 책임은 조직위원회에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번 아시안게임 운영 차질은 국제 종합스포츠대회의 구조적 문제와 맞닿아있다. 단순히 '일본의 준비 부족'이나 '과도한 비용 절감'만으론 설명하기 어렵다. 국제 종합스포츠대회를 둘러싼 환경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 국제대회는 개최에 들어가는 비용만큼 얻을 수 있는 게 많았다. 일본은 1964 도쿄올림픽을 전후해 고속철도 신칸센과 고속도로 등을 정비하고 국제 대회를 계기로 경기장과 교통망을 확충하고 도시를 개발했다. 무엇보다 국가와 도시를 세계에 알리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일본처럼 이미 상당한 수준의 인프라가 갖춰진 선진 국가에선 상황이 달라졌다. 최근 국제 대회가 신축 대신 기존 시설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바뀌는 배경이다. 2024 파리올림픽에 이어 2028 로스앤젤레스(LA)올림픽 역시 기존 시설을 활용하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선 관련 시설 자체를 짓지 않는 방향으로 추진되다 보니 더 많은 잡음이 불거졌다.
반면 글로벌 물가 상승으로 개최 비용은 계속 늘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사이드경영대학원 연구진에 따르면 1960~2024년 비용 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 '올림픽 23개 대회'의 물가를 반영한 실질 평균 비용 초과율은 159.3%였다. 올림픽은 당초 예상한 돈보다 '평균적으로 약 2.6배'의 비용이 들었단 분석이다.
대회의 체육계 입지도 과거와 달라졌다. 축구와 농구 등 인기 종목에서 월드컵과 세계선수권, 프로리그가 성장하면서 종합대회에 대한 관심이 분산됐다. 특히 아시안게임은 종목마다 정상급 선수의 참가 여부와 흥행력에 차이가 있어 기업 입장에서도 과거와 같은 후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용배 단국대 스포츠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대회의 운영 문제를 국제 종합스포츠대회가 처한 구조적 변화와 연결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비용 절감이 실제 대회를 움직이는 인력과 운영 체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일본의 사례만 보더라도 과거 충분한 예산과 인력이 투입됐을 때와 달리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국제 대회를 바라보는 '시장'의 변화다. 전 교수는 "종합대회는 비용도 많이 들고 인적 자원도 많이 투입돼야 하는데 그런 대회에 기업들이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아시안게임임의 네임밸류가 하락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네임밸류가 높아지면 기업들도 좀 더 적극적으로 돈을 냈을 것"이라고 했다.
개최국 입장에선 '딜레마'다. 물가 상승으로 필요한 돈은 늘어나는데 대회 자체의 시장 가치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공공재정 부담을 늘리거나 대회 비용을 줄이는 선택을 해야 한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막대한 돈을 들여 경기장과 선수촌을 새로 짓는 방식으로 돌아가기도 어렵다. 아이치·나고야는 비용을 줄이는 쪽을 택했다.
개최 비용은 늘어나고 과거 같은 개최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워진 가운데 국제 종합스포츠대회가 비용과 대회의 질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을지 과제로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