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이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혐의가 2심에서 무죄로 뒤집히면서 비슷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무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다만 두 재판의 성격이 다소 달라 예단을 할 수 없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서울고법 형사합의7부(부장판사 구회근·김은구·박주영)는 7일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윤 전 대통령에게 원심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 재판부는 오는 23일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오 시장의 선고공판도 진행한다.
재판부는 이날 무상의 여론조사 제공을 정치자금 기부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해 윤 전 대통령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산상 이익을 얻어야 정치자금법 위반이 성립하는데 윤 전 대통령이 재산상 이익을 얻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 같은 판단에는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명씨 사이에 여론조사 실시·무상 제공에 관한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도 주요하게 작용했다.
이같은 법리 판단은 오 시장 재판에도 똑같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오 시장은 명씨에게서 여론조사를 제공받은 다음 그 비용을 후원자에게 대납하게 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여론조사를 의뢰하지도 않았고, 대납을 요청한 적도 없다는 것이 오 시장의 주장이다.
이날 판결이 오 시장에게 유리한 신호라고 주장하는 쪽은 재판부가 명씨의 주장을 대체로 믿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한다. 재판부는 명씨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직접적 언급을 하지는 않았지만 윤 전 대통령과 명씨 사이 의사의 합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실제 두 사람이 무상으로 여론조사를 주고 받는 등의 내용을 합의했다는 것은 명씨의 주장과 간접적인 정황뿐이었는데 이를 인정하지 않은 셈이다.
앞서 윤 전 대통령 사건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와 오 시장 사건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형우)는 모두 명씨 진술 중 객관적 증거에 부합하는 부분만 신빙성을 인정해 유죄 판단을 했다. 진술의 신빙성을 선별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2심에서 새로 제출된 증거 역시 오 시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오 시장 측이 제출한 새 증거는 후원자 김한정씨와 명씨의 통화 내용을 녹음한 파일이다. 녹음 파일에는 명씨가 "오세훈이는 몰라요"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여론조사 제공과 관련한 일련의 과정을 오 시장은 몰랐다고 추측하게 하는 대목이다. 반면 명씨는 해당 통화내용이 "오 시장이 여론조사 자체가 아닌 후보 단일화 전략을 모른다는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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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같은 재판부여도 오 시장에게 무상으로 제공된 여론조사는 재산상 이익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여론조사가 제공된 시기와 상황, 성격 등이 꼭 같지는 않아서다.
오 시장 사건에서는 이미 돈이 오간 정황이 확실한 점도 변수다. 김씨가 명씨에게 건넨 돈이 오 시장의 정치활동 비용을 대신 부담한 것인지가 핵심이다. 오 시장의 조사 의뢰와 대납 관여가 인정된다면 비용을 대신 내줬다는 점에서 재산상 이익을 본 것으로 인정될 여지가 있다.
결국 관건은 재판부가 명씨의 주장과 녹음 파일 내용 등을 통해 오 시장의 여론조사 의뢰와 비용 대납 관여가 충분히 입증됐다고 볼 수 있는지다. 같은 재판부가 이날 제시한 의사 합치와 고의의 판단 기준을 오 시장 사건에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갈릴 전망이다.
오 시장은 이날 취임 100일을 맞아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진실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며 "1심에서 발견되지 않았던 새로운 증거들이 항소심에는 많이 제출됐다. 그 결과를 겸허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오 시장은 1심에서 선고된 벌금 1000만원이 그대로 확정되면 시장직을 잃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