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5년여간 경찰을 떠난 변호사 경력경쟁채용(경채) 출신 가운데 절반 이상이 입직 5년 내 퇴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이 형사사법체계 개편에 대응해 변호사 채용을 두 배가량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기존 인력이 조직을 조기에 떠나는 원인부터 분석해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채현일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퇴직한 변호사 경채 출신 경찰관은 모두 79명이다. 현재 재직 중인 204명의 40%에 가까운 규모다.
퇴직자 가운데 재직기간이 5년 미만인 인원은 42명으로 53.2%를 차지했다. 5년 이상 10년 미만은 34명, 10년 이상 20년 미만은 3명이었다. 조직에 적응해 본격적으로 전문성을 발휘할 시점에 경찰을 떠나는 경우가 적지 않은 셈이다.
신규 인력을 확보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은 2024년 변호사 경채 59명을 모집했지만 실제 임용자는 26명이었다. 지난해에는 46명 모집에 24명이 임용됐고 올해 상반기에도 30명을 모집해 17명을 임용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23명 채용 절차가 진행 중이다.
경찰 안팎에서는 높은 업무 강도 대비 낮은 처우 등이 잦은 이탈과 신규 인력 확보 어려움의 배경으로 꼽힌다. 변호사 경채자는 임용 이후 5년간 일선 직접수사 부서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해야 한다. 과거 법조인 특채보다 입직 계급도 낮다. 경찰은 사법시험 합격자 등을 경정(5급)으로 채용해왔지만 법학전문대학원 도입과 사법시험 폐지에 맞춰 2014년 변호사 경채로 전형을 바꾸면서 입직 계급을 한 단계 낮은 경감(6급)으로 조정했다.
승진이나 보직 측면에서 유인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찰대나 간부후보생 출신과 달리 입직 과정에서 형성되는 동기·선후배 관계가 상대적으로 약한 데다 계급과 기수를 중시하는 조직문화 속에서 경채 출신이 장기적으로 자리를 잡기 쉽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향후 5년간 변호사 자격자 500명 이상을 추가로 채용하겠다는 경찰의 목표를 두고 기존 인력의 이탈을 막을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찰 수사개혁위원회는 전날 형사사법체계 개편에 따른 경찰의 수사역량 강화를 위해 앞으로 5년간 매년 변호사 자격자 100명 이상을 채용할 것을 경찰청에 권고했다. 경찰청도 권고를 수용해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경찰은 변호사 경채 인력의 장기근속을 유도하기 위해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내년부터 변호사 자격 경찰관의 경정 심사승진을 별도로 운영하고, 올해 하반기부터는 본청과 시도경찰청 전입 기준 연차를 3년 연장해 현장에서 수사 경험과 전문성을 더 쌓도록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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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이후 로펌들이 경찰 수사경력을 가진 변호사 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어 우수 인력을 붙잡기 위한 보다 확실한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직제상 변호사 자격자를 5급으로 채용할 수 있어 경찰로선 중수청으로의 인력 이탈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이 우수 인력을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한 중장기적인 인사관리 체계를 제대로 만들어오지 못한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며 "과거에도 우수 인력을 키우겠다고 했다가 정책 기조가 바뀌면 지원을 줄이는 식의 대응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수 전문인력이 장기간 경찰에서 일할 수 있도록 승진과 보직, 보상 체계를 안정적으로 보장하고 정책 변화와 관계없이 유지될 수 있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기반을 먼저 마련한 뒤 채용을 확대해야 실효성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