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신하겠다"는 말만 믿은 경찰…장모 살해·아내 납치 전 보호 공백 왜?

"피신하겠다"는 말만 믿은 경찰…장모 살해·아내 납치 전 보호 공백 왜?

박상혁 기자, 여승헌 기자
2026.10.12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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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서 장모를 살해하고 이혼 소송 중인 아내를 납치해 도주하다 강원 양양군에서 붙잡힌 20대 남성 A씨가 지난 11일 서울 송파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는 모습./사진=뉴스1.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서 장모를 살해하고 이혼 소송 중인 아내를 납치해 도주하다 강원 양양군에서 붙잡힌 20대 남성 A씨가 지난 11일 서울 송파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는 모습./사진=뉴스1.

20대 남성이 혼인 무효소송 중 장모를 살해하고 아내를 납치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피해자의 실제 피신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접근금지 조치를 제때 재신청하지 않아 피해자 보호공백이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피해자가 지방으로 피신하겠다는 말을 듣고 별도의 확인 조치를 하지 않다가 기존 임시조치가 만료된 지 엿새 만에 재신청했다. 범행 당일까지 법원 결정이 나오지 않아 피해자 보호에 구멍이 발생했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인 20대 사회복무요원 A씨는 지난 8월 아내를 상습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상태였다. 당시 아내 B씨의 신고로 사건을 접수한 경찰은 B씨의 신변보호를 위해 A씨에 대해 100m 이내 접근금지 명령과 전화·문자 등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등 긴급임시조치를 신청했다.

당시 시행된 임시조치 기간은 지난달 30일 만료됐다. 이후 경찰은 지난 6일 A씨에 대한 임시조치를 재신청했다. 기존 임시조치가 만료된 지 6일 만이다.

또 범행 발생 전까지 가정폭력 사건에 대한 피해자 조사는 세 차례 이뤄졌지만 피의자 조사는 한 차례도 진행되지 않았다. A씨는 한차례 경찰 조사에 불응했고, 다음 조사 일정을 이틀 앞둔 지난 11일 범행을 저질렀다.

문제는 임시조치 기간이 끝난 뒤 경찰의 재신청까지 엿새의 공백이 발생한 점이다. 경찰은 임시조치 만료 하루 전인 지난달 29일 B씨가 서울 송파구 자택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경찰은 A씨가 자택 주소를 알고 있는 만큼 연고가 있는 지방으로 피신하고 당분간 서울로 돌아오지 말 것을 권고했다. 경찰은 피해자 말을 믿고 임시조치 연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가정폭력 사건에서 임시조치 재신청은 무조건 하는 것은 아니고 위험성을 검토해서 진행한다"며 "이번 사건은 피해자의 안전 가옥을 확보했고 1차 임시조치 기간동안 남편이 찾아온 경우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B씨가 피신 권고에 알겠다고 답해 지방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B씨는 변호사 선임 등의 이유로 지방으로 이동하지 않고 서울 자택에 머물렀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지난 5일 B씨에게 전화해 피신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야 이 사실을 파악했다.

경찰은 피해자 안전 확인이 늦어진 데 대해 내부 규정에 따른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내부 규정에 따라 일주일에 한 차례 전화로 피해자의 안전을 확인하고 있다"며 "수사 기간 동안 피의자 체포영장이 발부되지 않아 임시조치도 재신청 결정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임시조치를 재신청한 뒤 A씨에게 출석을 요구했고 피해자에게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덧붙였다.

경찰 신청 다음에도 보호공백이 바로 해소되진 않았다. 검사는 경찰 신청 이틀후인 지난 8일 법원에 임시조치를 청구했지만 법원 결정이 내려지기 전 연휴기간에 범행이 발생했다. 일반적으로 검사의 청구 이후 법원 결정까지 2~3일이 걸리지만, 한글날 연휴가 겹치면서 결정이 늦어졌다는 설명이다.

피신 권고에 그친 피해자 보호…전문가 "가해자 접근 차단해야"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서 장모를 살해하고 이혼 소송 중인 아내를 납치해 도주하다 강원 양양군에서 붙잡힌 20대 남성 A씨가 지난 11일 서울 송파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는 모습./사진=뉴스1.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서 장모를 살해하고 이혼 소송 중인 아내를 납치해 도주하다 강원 양양군에서 붙잡힌 20대 남성 A씨가 지난 11일 서울 송파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는 모습./사진=뉴스1.

전문가들은 경찰의 사전 대응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경찰의 인력 부족과 업무 과중 등 현실적인 한계도 있는 만큼 피해자의 피신에 의존하는 현행 보호 방식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경찰의 피해자 확인이 소홀한 측면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면서도 "더 큰 문제는 피해자의 신고 이후에도 관계성 범죄 위험도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과 피신 권고에 그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해자는 피해자의 주거지와 동선을 알고 있어 같은 지역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위험이 크다"고 덧붙였다.

가해자의 접근을 차단할 수 있는 추가적인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친척 집으로 피신하는 경우 피해자의 소재와 안전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기 어렵지만 국가가 관리하는 시설과 연계하면 보다 체계적인 보호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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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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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승헌 기자

안녕하십니까, 여승헌 기자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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