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장기화 땐 복합위험↑…"스트레스 관리 중요성 커져"

정부의 발행어음·IMA(종합투자계좌) 확대 정책으로 증권사의 자금중개 역할과 위험인수 규모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5%대로 치솟으면서 국내 증권사의 유동성·건전성 관리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자본확충으로 손실흡수력은 높아졌지만 고금리가 장기화하면 조달비용 상승과 자산가격 변동, 기업금융 신용위험이 한꺼번에 커질 수 있다.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증권사 유동성 규제를 강화하고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에 별도 자본규제를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커진 자금중개 역할과 복합적인 위험에 맞춰 리스크 관리체계를 한층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25일 장중 5.233%까지 오른 뒤 5.167%로 마감했다. 추석 연휴 동안 급등한 미 국채 금리를 반영해 이날 오전 국고채 금리도 크게 뛰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10.6bp(1bp=0.01%포인트) 오른 연 4.112%, 10년물은 15.0bp 상승한 연 4.542%를 기록했다.
최근 금리 상승을 일시적인 채권시장 조정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플레이션 압력에 미국의 재정적자와 국채 공급 증가 등이 더해지면서 5%대 장기금리가 '뉴노멀'이 될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금융환경이 험해지는 시기에 국내 증권업은 오히려 위험을 키우는 방향으로 구조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발행어음과 IMA를 확대해 증권사를 기업금융과 모험자본 공급의 핵심 축으로 키우고 있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1~8월 증권업계 자본확충 규모는 6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규모(4조2000억원)를 이미 넘어섰다. 유상증자가 4조6000억원, 신종자본증권 순발행이 1조6000억원이다. 자본확충은 손실흡수력을 높이는 동시에 종투사의 사업 확대 여력도 키운다.
메리츠증권이 최근 인가를 받으면서 발행어음 사업자는 9곳으로 늘었다. 발행어음으로는 자기자본의 200%까지 조달할 수 있고,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종투사만 할 수 있는 IMA까지 합치면 조달한도는 300%다. 발행어음·IMA 조달액 대비 국내 모험자본 공급의무 비율도 올해 10%에서 내년 20%, 2028년 25%로 높아진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본을 늘려 손실흡수력을 높인 것만으로 위험이 줄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발행어음·IMA로 조달과 기업금융이 함께 확대되는 상황에서 고금리가 장기화하면 조달비용과 자산가치, 기업 신용위험이 동시에 악화할 수 있어 위험 간 연결고리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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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는 증권사의 운용과 조달 양쪽에서 부담을 키우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 삼성증권 등 5개 대형 증권사의 올해 상반기 채권 평가손익은 8030억원 손실로, 지난해 같은 기간 3795억원 이익에서 1조1825억원 악화했다.
조달비용도 높아졌다. 연초 2%대 후반~3%대 초반이던 주요 증권사의 1년 만기 발행어음 금리는 최근 4% 안팎까지 올랐다. 발행어음·IMA로 조달 규모가 커지는 상황에서 조달금리까지 오르면 더 높은 운용수익률이 필요해 자산운용과 리스크 관리 부담도 커진다. 고금리로 기업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상환능력이 약해지면 증권사가 보유한 기업금융 자산의 신용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
금융당국도 안전판을 강화하고 있다. 내년부터 외국계 지점을 제외한 49개 증권사로 유동성비율 규제를 확대하고, 자산가격 하락과 채무보증 등 우발채무를 반영한 새 조정유동성비율을 도입한다. 종투사에 일반 증권사와 차별화한 자본규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해 연내 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의 역할이 커질수록 평상시 유동성비율보다 위기 때 실제 현금이 얼마나 빠져나가고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금리 급등과 차환 경색, 담보가치 하락, 기업금융 부실이 동시에 발생하는 복합 스트레스 테스트를 강화하고 종투사별 비상자금조달계획도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