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 처리 보류 촉구…모든 주주 같은 비율로 팔아야"

라이프자산운용, VIP자산운용 등 국내외 자산운용사 18곳이 3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안 본회의 처리 보류를 촉구했다. 본회의 상정 하루 전 국내외 자산운용사가 모여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긴급 기자 회견을 연 것은 이례적이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하 정무위안)은 인수자가 지배주주(대주주) 지분을 먼저 사들인 뒤 50%+1주에 모자란 물량만 공개매수하면 되도록 한 법안이다. 지난 28일 법사위를 통과했고, 다음달 1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자산운용사들이 문제라고 지적하는 부분은 지배주주가 일반주주보다 먼저 인수자에게 지분을 전량 팔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만약 지배주주가 지분을 40% 보유한 경우 인수자는 이 40%를 장외에서 선행 매수한 후 모자란 10%+1주만 일반주주에게서 공개매수로 사면된다. 지배주주 지분이 이미 절반을 넘은 경우 일반 주주는 주식을 팔 기회조차 얻지 못할 수 있다.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이사회 의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같은 종류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누군가는 보유 주식을 처분할 수 있고, 누군가는 일부만 팔 수 있다는 것은 일반주주의 성과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권리는 동일한데 정무위안은 인수자가 지배주주의 지분을 선행매수할 수 있게 해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격차를 만든다는 주장이다.
운용사들이 분석한 결과 코스피 200 기업의 93%에는 지배주주가 있고, 이들의 평균 지분율은 44.3%다. 평균치로 따졌을 때 만약 정무위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기업 인수자는 지배주주에게서 지분 44.3%를 사고, 나머지 5.7%+1주만 공개매수를 통해 일반주주들로부터 사면된다. 이 경우 지배주주는 가진 지분 전량을 팔 수 있는데 일반주주는 자신이 가진 주식의 10주 중 1주만 팔 수 있고 나머지는 계속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정무위안은 허울이 좋지만 사실 일반 주주에게 의무공개매수의 혜택이 간다고 볼 수 없다"며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자격을 1등 시민과 2등 시민으로 차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독자들의 PICK!
운용사들은 또 정무위안이 통과될 경우 '코리안 디스카운트'가 심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부족한 일반주주 보호인데 정무위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지배주주가 일반주주 보다 이득을 보는 잘못된 관행이 굳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운용사들은 해외에서도 정무위안 같은 법안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배주주의 선행매수를 허용하는 일부 국가들은 경영권을 취득한 인수자에게 나머지 일반주주 보유주식 전부에 대해 매수 제안을 하도록 하고 있다.
운용사들은 선행매수를 배제하고 지배주주도 일반주주와 똑같이 공개매수에 응모하게 해 모든 주주에게서 같은 비율로 사는 '비례적 공개매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본회의에서 정무위안 처리를 보류하고, 공개 논의를 거쳐 제도를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의장은 "이것은 한쪽의 이해관계 문제가 아니다"라며 "지배주주인 사람도 다른 회사에서는 일반 주주일 수 있고,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연금과 펀드 역시 수많은 기업의 주주"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주주 간 공정한 대우는 국민의 노후와 자산에도 연결된다"며 "충분한 공개 논의를 거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