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보청기 스타트업 포텔 리서치, 미국 민간 보청기 시험기관 평가서 1위 평가…"가격이 단점"

2021년 AI(인공지능) 보청기 스타트업 포텔 리서치를 창업한 매튜 데 융에게 난청은 단순한 청력 장애가 아니었다. 그에게 난청은 사회와 교류를 가로막는 벽이었다.
데 융의 친조부모와 외조부모는 난청 문제로 고통받았다. 최고급 보청기를 착용하고 큰 돈을 들여 치료를 받았으나 특별한 차도는 없었다. 특히 보청기는 식당, 카페처럼 소음이 큰 장소에서 별 효과가 없었다. 조부모 네 분은 점점 말수가 줄더니 대화 참여를 포기했다. 데 융은 자신을 포함한 가족들이 조부모님과 좀 더 적극적으로 대화하지 않은 탓에 치매가 찾아온 것 같다고 말하면서 "내가 조부모님을 포기했기 때문인 것 같았다. (치매가) 내 탓인 것 같았다"고 와이어드 인터뷰에서 말했다.
지난 7월 공개된 에이미 펠드먼 포브스 선임 에디터와 인터뷰에서 그는 "'왜 조부모님들의 보청기가 효과가 없었을까'. '왜 내가 그 분들께 보청기를 착용하라고 애원해야만 했을까'라는 의문이 (보청기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난청은 귀만 고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난청 환자는 귀를 통해 들어오는 음성 자극 중에서 자신이 들어야 할 소리와 주변 소음을 분류하는 것을 비교적 어려워한다. 대부분의 기존 보청기는 귀로 들어오는 모든 음성 자극의 주파수, 진폭을 증폭시켰다. 들어야할 소리와 필요없는 소음이 구분 없이 동시에 증폭되니 둘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착용자 입장에서는 보청기를 끼나마나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데 융은 화상 회의 앱 '줌'(ZOOM)에서 실마리를 잡았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화상 회의가 급격히 늘어나자 줌은 사용자의 말 소리와 주변 소리를 구분해 말 소리를 높이고 주변 소리를 줄이는 '의미론적 필터링' 기술을 적용했다. 데 융은 "줌과 같은 (화상 회의) 플랫폼이 소리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소리를 걸러내는 의미론적 필터링을 사용한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정말 짜릿한 기분이 들었다"라며 "이 기술을 보청기에 이식하기 위한 6년 여정이 이때 시작됐다"고 말했다.
의미론적 필터링 기술을 보청기에 이식하는 것은 보청기에 컴퓨터를 집어넣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실시간으로 착용자가 들어야 할 소리와 필요없는 소리를 구분해 선택적으로 증폭시키려면 상당한 연산능력을 가진 칩셋이 필요하다. 몸에 직접 착용하는 웨어러블 제품이기 때문에 발열이 심해서도 안 되고 무거워도 안 된다. 배터리도 오래 가야 한다. 데 융은 "기술 완성까지 얼마나 힘들지 알았다면 시작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데 융은 이 문제를 모두 해결하려면 자체 칩셋을 개발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다행히 그는 상장한 의료기기 스타트업 '버터플라이 네트워크'에서 칩셋을 설계한 경험이 있었다. 버터플라이 네트워크는 전용 검사기만 있으면 스마트폰으로 초음파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기업으로, 이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전용 칩셋을 만들었다. 데 융은 이 경험을 바탕으로 소리 분류 기능을 탑재한 칩셋을 직접 설계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미국 민간 보청기 시험기관 '히어 어드바이저'는 포텔의 AI 보청기에 6.0점을 부여, 현재까지 테스트한 보청기 중 최고로 꼽았다. 히어 어드바이저는 "포텔 AI 보청기는 시끄러운 환경에서도 깨끗한 음성을 전달한다"며 "어려운 환경에서도 대화를 주고받아야 하는 착용자들에게 이상적인 제품"이라고 평가했다. 히어 어드바이저 평가에서 6점대를 받은 것은 현재까지 포텔 제품뿐이다. 다만 한 쌍에 6800달러(940만원)인 가격이 단점으로 꼽혔다.

기술 전문 매체 와이어드는 세계 최대 규모 사모펀드인 KKR 창립자인 헨리 크래비스가 포텔 리서치의 고객이자 투자자임을 언급하면서 "(에르메스의) 한정판 버킨백과 같은, 보청기계의 명품"이라며 "70세 이상에게 이 제품(을 가졌다는 것)은 엄청난 자랑거리"라고 설명했다. 크라비스 소개로 포텔 보청기를 구매한 미국 희극배우 스티븐 마틴은 와이어드 인터뷰에서 "여러 브랜드의 보청기를 써봤지만 이만한 건 없었다"라며 "예전에는 식당에 가기가 정말 싫었는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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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 융은 "난청은 인지 능력 저하와 연관된 문제"라며 "내 조부모님들이 필요로 했던 기술을 난청 환자들에게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난청 환자들이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데 보탬이 됐으면 한다"며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만족감을 느껴야 할 시기가 가장 무섭고 외로운 날이 되지 않도록 돕고 싶다"고 밝혔다.
포텔 리서치는 포브스가 선정하는 유니콘 기업 후보 리스트인 '넥스트 빌리언 달러 2026'에 이름을 올렸다. 포브스에 따르면 현재까지 파운더스 펀드, 스라이브 캐피털 등 유명 벤처투자자들로부터 1억6300만달러(220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크래비스도 개인 투자금 620만달러(85억원)를 집어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가치는 7억4000만달러(1조190억원)로 평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