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 183cm의 키에 은빛으로 번쩍이는 몸체, 붉게 빛나는 눈동자. 영화 '터미네이터'를 연상시키는 강철 휴머노이드 로봇이 발을 들어 보호 장비를 두른 덩치 큰 남자의 복부를 걷어차자 남자가 맥없이 경기장 한 쪽으로 쓰러진다. 사람이 주먹을 날려보지만 튼튼한 로봇 몸체는 끄떡없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의 스타트업 REK(로봇 엔터테인먼트 콤뱃)가 개최한 사람과 로봇의 격투기 행사가 격투 스포츠의 안전 기준과 규제 범위에 관한 논란을 촉발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달 18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REK 아레나'에서 사상 최초의 '인간 대 로봇' 격투 경기가 열렸다. 이 경기에서 키 167㎝에 체중 92㎏인 유튜버 프랭키 라페나가 인간 파일럿이 조종하는 총 3종의 휴머노이드 로봇과 잇따라 대결을 벌였다.
3종류 휴머노이드와 연속 격투 경기
첫 상대는 중국 유니트리의 보급형 로봇 'G1'이었다. 키 132㎝에 무게 35㎏인 로봇은 라페나의 체격에 밀려 제대로 된 주먹을 날리지 못했다. 1분 넘게 두들겨 맞은 G1은 막판에 힘겹게 일어났지만 라페나의 날아차기에 결국 쓰러졌다.
2라운드는 쉽지 않은 승리였다. 중국 엔진AI가 개발한 해골 머리의 ‘T800’이 나왔다. 아나운서는 '터미네이터'라고 이 로봇을 소개했다. T800의 발길질 한 방에 나가떨어졌던 라페나는 두 팔로 로봇의 몸통을 밀어 쓰러트렸다. 마지막 상대는 머리를 외계인 ‘프레데터’처럼 개조한 중국 유니트리의 ‘H2′였다. 이 로봇은 휘청거리는 와중에도 연속 펀치와 회전 펀치로 맞섰다.
결국 승부는 체력에서 났다. 연속 경기로 지친 라페나는 로봇들을 꺾었지만 세 번째 전투에서 힘이 떨어졌다. 영상 댓글에는 "둠스데이와 터미네이터가 현실이 됐다", "이건 오락이 아니라 인간의 파멸이다" 같은 우려 섞인 글들이 쏟아졌다.
"인간파멸" 반응에 주정부 '규제'
미 캘리포니아주 체육위원회는 인간과 휴머노이드의 격투 경기에 즉각 중단 명령을 내렸다. 승인 없이 인간이 참여하는 격투기 경기를 여는 것은 경범죄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식스 리브 REK 최고경영자(CEO)는 "(승인 없이 열 수 없는) 격투기 경기는 사람 간의 대결"이라며 "로봇과 사람의 대결을 금지한 규제는 없다"고 맞섰다. 로봇 격투에 대한 명시적 규제가 없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체육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대중의 안전과 격투 스포츠의 무결성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로봇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새로운 지침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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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계속되자 REK는 앞으로 인간과 로봇 대결은 하지 않을 예정이다. 대신 칼날 등 무기를 장착한 로봇 간의 격투 대회를 열겠다고 했다.
켄 골드버그 UC버클리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사람들은 인간이 로봇을 걷어차는 것을 보고 싶어 한다"며 "로봇에 두려움과 좌절감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