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속에 빛난 삼성전자의 1년

위기 속에 빛난 삼성전자의 1년

오동희 기자
2009.12.29 16:33

변화와 도전으로 위기 극복에 성공, 올 3분기까지 이익 7조 돌파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전시회장 내 삼성전자 LED TV 140대로 꾸며진 'Digital Leaves' 조형물 전경.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전시회장 내 삼성전자 LED TV 140대로 꾸며진 'Digital Leaves' 조형물 전경.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가 7400억원의 영업적자에 빠졌을 때 호사가들은 "삼성전자도 어쩔 수 없다"며 삼성전자도 이번 위기국면에서 예외는 아닐 것이라고 비관론을 내놨다.

UBS는 올초 전망에서 삼성전자가 2조 4000억원의 적자를 낼 것이라고 했고, 이 증권사를 포함해 적자를 전망한 곳이 4곳이나 됐다. 가장 좋게 본 증권사도 잘해야 4조원 정도의 영업이익을 낼 것이라는 나름대로의 '낙관론'을 내놨지만 확신을 못하는 눈치였다.

1년이 지난 지금 삼성은 '삼성전자가 왜 삼성전자인지'를 실적으로 증명했다. 지난 3분기까지 7조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올해 전체 연결기준으로 10조원의 영업 이익을 바라보면서 '위기 속에서 더욱 빛나는 기업이 진정한 강자'라는 것을 실적으로 보여줬다. 삼성전자가 올 한해 글로벌 위기 속에서 더욱 빛났던 요인이 무엇인지 점검했다.

◇日, 삼성의 뒷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올 초 주요 증권사들의 시장전망 리포트에서 적자기업으로 치부됐던 삼성전자에 대해 1년 뒤 일본의 유력 비즈니스 월간지인 '팩타 (FACTA)'의 평가는 정반대였다. 팩타는 12월호에서 일본 전자대기업 임원의 말을 빌어 "이제는 더 이상 삼성의 뒷모습도 보이지 않는다"며 삼성전자의 앞선 경쟁력을 부러워하는 집중 분석 기사를 실었다.

일본이 부러워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리먼 브라더스 파산 이후 글로벌 기업들이 위기 속에 허덕일 때 삼성전자는 전열을 정비하고 곧바로 위기극복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10월말에 발표한 3분기 연결결산에서 4조 2300억원(3260억엔)의 영업이익을 기록, 같은 결산기인 일본의 소니, 마쓰시타 등 전자 대기업 9개사의 총 영업이익은 1519 억엔의 2배 이상의 이익을 냈다.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7조900억원을 기록했고, 4분기 2조91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면 연결기준으로 연간 영업이익 10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사상 최고의 실적을 기록했던 지난 2004년 11조7500억원 이후 최고 실적도 기대된다.

↑지난 9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열린 '삼성 디지털시티' 선포식 장면.
↑지난 9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열린 '삼성 디지털시티' 선포식 장면.

◇위기는 곧 기회다=이같은 삼성전자의 실적은 '위기(危機)'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경영진과 임직원들의 혼연일체가 된 의기극복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데 이견이 없다.

삼성전자 경영진들은 위기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위험(危險)'과 '기회(機會)'가 상존한다는 것을 누차 강조해왔다. 이건희 전 삼성 회장도 "불황일 때 투자해 호황을 대비하라"며 위기를 기회로 삼으라고 늘 주장해왔다.

삼성전자는 올 초 조직개편과 함께 본사 인력 1400명 가운데 이윤우 부회장(현 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1200명을 현장으로 전환배치하고, 성과급 삭감은 물론 광고비, 교 제비 등의 비용절감도 병행했다. 이같은 조치는 단순한 비용절감 목적이라기보다는 위기의식 고취라는 측면이 강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적자에서 한분기만인 올 1분기에 흑자로 전환했다. 상반기 위기경영은 하반기 성과급 원상복구 등으로 보상이 이뤄졌다. 임금을 줄이겠다는 의지보다는 전 임직원들이 위기의식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삼성은 위기를 대도약의 기회로 삼아 온 삼성만의 '성공 DNA'를 접목, IMF 이후 또 한 번의 '퀀텀점프(Quantum Jump)'를 노렸다. 전 임원의 3분의 2 이상이 보직 순환 등 사상 초유의 '인사 쇄신'을 통해 글로벌 위기를 정면 돌파하기 위한 승부수 던져 현장서 검증된 최정예 승부사들을 영업 일선에 전면 배치하는 등 전면적인 세대교체 로 조직에 역동성과 생동감을 불어 넣었다.

삼성전자는 어떠한 어려운 시장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유연성과 성장 잠재력을 강화해 나가기 위해 기본으로 돌아가 비효율, 중복, 낭비요소 등을 제거하고, 위기 시그널 관리를 보다 강화하고, 미래 도약을 위한 준비를 해 나갔다.

또 '주력사업' 리더십을 확고히 하고 '성장 육성사업'의 글로벌 역량 강화했다. 반도체, LCD, TV, 휴대폰 등 주력사업은 하이엔드 시장 모두에서 리더십을 더욱 확고히 하고, 프린터, 노트PC, 시스템 에어컨 등 성장 육성사업은 거래선 확대, 디자인 차별화와 함께 해외영업 기반 강화 등 글로벌 역량을 키웠다.

그 성과는 반도체와 LCD, TV는 시장 1위의 지위를 확고히 했고, 성장 육성사업도 자리를 잡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비즈니스캐주얼 차림의 복장자율화를 단행했다. 직원들이 서초동 본관 로비에서 비즈니스 캐주얼 차림으로 다니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비즈니스캐주얼 차림의 복장자율화를 단행했다. 직원들이 서초동 본관 로비에서 비즈니스 캐주얼 차림으로 다니고 있다.

◇변화와 혁신이 위기극복의 열쇠=조직문화의 변화도 삼성전자가 올해 글로벌 위기를 극복하는 큰 원동력이었다. 삼성전자의 조직문화의 변화는 '자율과 창조'에 초점이 맞춰졌다. 창의적 사고와 업무를 위해 몸가짐에서부터 생활환경까지 변화를 시도했다. 삼성전자는 복장 자율화, 자율출근제, 집단휴가 및 순환 휴가제 등 조직 문화 변화를 단행하는 한편, 수원사업장을 대학캠퍼스와 같은 디지털시트로 바꾸는 작업도 단행했다.

지난해 10월 드레스 코드에 대한 전향적 개선을 통해 '비즈니스 캐주얼'로의 근무복장 자율화를 단행했다. 삼성전자가 창사 이래 자율복장으로 전환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으로 이는 올해까지 이어지며 자율적 복장에서의 자율적 사고를 몸에 배게 했다.

인재를 뽑는 데부터 시작해 경력관리, 휴식까지도 창조적인 마인드로의 변화를 시도했다.

신입사원 채용의 패턴도 바꿔 창조적 신입사원을 뽑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단순히 열심히 일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적 조직 문화에 맞는 실무형 인재 선발을 위해 실습과 정을 과거보다 2배인 8~9주짜리로 개선해 하반기부터 시행했다. 이를 통해 '직무와 성과 중심'의 인재를 뽑아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임직원의 경우 커리어개발프로그램(myCDP)을 도입해 회사 내에서 다양한 직무를 경험하고 경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자신의 직무전환을 미리 계획해 이를 시스템에 입력하고 멘토를 선정해 상담, 그 결과를 반영도록 했다. 본인이 근무해고 싶은 부서를 본인이 정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다.

지난 4월부터는 시간관리 중심에서 성과관리 중심으로 근무문화를 바꾼 '자율출근제'도 시행했다. 아침 6시부터 오후 1시 사이에 본인이 원하는 시간에 출근하고 9시간( 점심시간 포함) 근무 후 퇴근하는 형태다.

↑삼성전자의 터치폰들.
↑삼성전자의 터치폰들.

◇삼성전자를 빛낸 제품들=이같은 조직문화의 변화는 '히트 상품'으로 이어졌다. 올해 삼성전자의 히트상품은 LCD 및 LED TV와 스타폰(S5230), '연아의 햅틱(SCH-W770/SPH-W7700/W7750), 40나노 2G DDR3 D램 등 다양하다.

기록제조기인 삼성 TV의 경우 지난 3분기까지 전체 TV 시장 수량과 금액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금액기준으로는 15분기 연속, 수량기준으로는 13분기 연속 1위를 기록했다.

금융위기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는 상황에서도 LCD TV는 사상최대 판매를 기록하며 지난 2006년 3분기 이후 13분기 연속 1위를 달성했다. 금액기준으로는 전체 TV시장과 LCD TV 시장에서 7분기 연속 20%를 넘어서는 점유율 기록을 이어가기도 했다.

디지털TV의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는 4년연속 1위를 눈앞에 두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NPD가 1~11월 집계 결과 삼성전자는 2위 소니와의 격차를 지난해 보다 더 벌려 올해 전체 1위가 사실상 확정된 상태다. 삼성전자는 전체 디지털TV 시장, 액정표시장치(LCD) TV, 평판TV, 발광다이오드(LED) TV, 인터넷 TV(IP TV) 등 '5관왕'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LED TV 시장에서는 84.2%(수량), 86.9%(금액)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했다.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고 그 시장에서 우월적 점유율을 확보한 성공사례다.

휴대폰 시장에서의 선전도 눈에 띈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세계 시장 점유율 첫 20% 돌파 (20.7%), 사상 최대 출하량(6020만대)을 기록하면서 선진시장과 신흥시장 모두에서 선전했다.

선진시장(북미 , 서유럽 등)에서 팔리는 휴대전화 4대 중 1대가 삼성폰일 정도로 4분기에도 이같은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같은 실적은 히트상품의 연이은 성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유럽 시장에 출시된 '스타'가 지난 8월 500만대 판매를 돌파한 데 이어 11월 초 1000만대를 돌파했다. '스타'는 특히 역대 삼성 휴대폰 중 가장 빠른 출시 6개월 만에 텐밀리언셀러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 올해 최고 히트 모델은 '연아의 햅틱'이다. 지난 5월 출시된 풀터치폰 '연아의 햅틱'은 출시 7개월 만에 국내에서만 100만대가 팔리며 역대 국내 휴대폰 중 가장 빠른 판매 속도를 보이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지난 7월 양산에 들어간 40나노(1나노 : 10억분의 1미터)급 공정을 적용한 2기가비트(Gb) DDR3 D램 등 선진 메모리 제품도 삼성전자가 올해 위기를 극복하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했고, 세트 제품의 호조에 힘입어 LCD 패널도 성장의 한축을 담당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초만 해도 삼성전자가 글로벌 위기 속에서 올 한해를 이렇게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이같은 성공적 위기극복의 기저에는 임직원들이 혼연일체가 돼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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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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