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교통 인프라 없이는 연중 350일 텅빌 판…수익성·산업 연계 등 숙제 '가득'
국내 최초로 열린 포뮬러원(F1) 대회가 24일 막을 내렸다. 모터스포츠에 대한 낮은 국내 인지도와 기반시설의 미비 등으로 숱한 우여곡절을 낳은 끝에 대회를 치러냈다.
전문가들은 이제부터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후 경기장 시설의 운용문제, 모터스포츠 산업 육성 및 국내 자동차산업 발전과 연계 등 난제가 쌓였다.
먼저 F1 유치를 위해 총 투자금액이 3000억원 이상 들어갔지만 경기장 활용방안이 마땅치 않다. 전남 영암 경기장에서 향후 7년 동안 매년 F1 대회가 열리지만 실제 경기일수(3일)와 대회 준비기간을 빼면 연중 350일 정도가 비게 된다.
현재 자동차 부품 인증센터를 포함한 모터클러스터를 구축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국제규격의 주행로를 갖춘 만큼 각종 성능시험 장소로 쓴다는 계획이다. 자동차 튜닝산업을 적극 유치한다는 전략도 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드러났듯이 숙박, 교통망 같은 관련 인프라시설이 없으면 쉽지 않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주력산업팀장은 "접근성이 떨어진다면 어떤 산업도 유치할 수 없다"며 "지금으로선 영암까지 내려올 사업자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크고 작은 국내외 모터스포츠 대회를 지속적으로 유치하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각종 레이싱카 체험프로그램도 마련할 예정이지만 이 역시 마찬가지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주위 관광지와 최대한 연계해 먹을거리, 즐길거리 등을 만들어내면서 숙박시설을 함께 활성화시켜야한다"고 말했다.
국내 모터스포츠산업 육성을 위해 문턱을 낮추는 것도 필요하다. 당장 요금이 너무 비싸다는 지적이다. 현영석 한남대 경영학과 교수는 "입장료를 내리는 게 당면 숙제"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의 평균 입장료는 40만원대에 달했다.
이 팀장도 "우리에 앞서 F1 대회를 시작한 싱가포르는 입장료가 20만원에 불과했지만 다른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흑자를 냈다"며 "주위 관광 인프라와 연계해 차별화를 꾀한 점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주최 측으로서는 이번 대회의 여러 시행착오를 경험으로 삼아 입장료 문제해결과 함께 경기운영과 팬서비스 제공 노하우를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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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국내 자동차산업 발전과 연결고리를 찾는 것도 과제다. 르노삼성의 모기업인 르노가 참여하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현대·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업체는 한 곳도 F1에 참가하지 않는다.
유지수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세계 자동차산업의 발전 방향이 친환경 위주로 가면서 F1 같은 성능 위주의 레이싱 대회가 빛이 바래고 있다"고 말했다. 현 교수도 "한해 수천억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가는 F1 투자보다는 친환경 기술 투자가 낫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자 혼다와 토요타는 재작년과 작년에 차례로 F1에서 철수했다.
물론 극한의 주행능력에 도전하면서 자동차의 여러 원천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은 여전하다. 김 교수는 "보다 빨리 달리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는 계속될 수밖에 없고 현대·기아차도 최고급 기술력을 얻기 위해서 향후 F1에 참여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