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구글 안드로이드가 급부상하면서 갖가지 말들이 많다.삼성전자(218,000원 ▲14,500 +7.13%)가 안드로이드 개발자인 앤디 루빈을 '감히(?) 알아보지도 못하고' 걷어찼다느니,LG전자(146,700원 ▲13,400 +10.05%)가 첫 안드로이드폰 생산업체가 될 수 있었는데 이를 거절했다느니 하는 얘기들이 그것이다.
안드로이드 개발자가 삼성을 방문해 안드로이드 인수를 제안했으나, 삼성으로부터 거부당했다는 스티븐 래비 기자의 저서 'In The Plex' 내의 앤디 루빈 구글 부사장 에피소드는 당시 현장에 있었던 이기태 전 삼성 부회장의 주장으로 상당 부분 잘못 전달됐다는 게 확인됐다.
삼성 내부의 확인과정에서도 앤디 루빈이 3차례 삼성을 방문했지만, 안드로이드를 인수해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없었음이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조가 된 오리'를 알아보지 못했다며, 한국 기업들의 '눈썰미'가 형편없다는 힐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지적은 바른 것일까?
우선 국내에서만 좁은 눈을 두지 말고, 우리가 '칭송'하는 해외기업들은 어떤 지 보자. 많은 사람들이 애플의 창조적 능력을 예찬하지만, 앤디 루빈은 애플을 박차고 나왔다. 왜 애플이라는 '위대한' 기업이 우리 언론들이 지적하든 '천재' 앤디 루빈을 잡지 못하고 내보냈을까.
안드로이드사를 인수한 구글은 또 어떨까. 스티븐 래비 기자에 따르면 위치정보 서비스로 성공한 '포스퀘어'의 개발자 데니스 크롤리는 자신이 뉴욕대 재학 시절 개발한 위치기반 SNS인 닷지볼 서비스를 2005년에 구글에 매각하고, 그 회사로 들어갔다. 하지만 구글은 그의 위치정보 SNS에 주목하지 않았고 크롤리는 구글을 나와 포스퀘어를 개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구글은 2009년 닷지볼 서비스를 중단했고, 크롤리는 페이스북과 함께 명성을 날리고 있는 포스퀘어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크롤리는 "구글 창업자가 조금만 관심을 보였더라도..."라며 아쉬워했다고 한다. 구글이 천재를 알아보지 못하고 회사 밖으로 내 몬 셈이다. 이 같은 예는 수없이 많다.
누군가의 성공은 그 사람의 노력 결과이기도 하지만, 그 시대와 그 환경에 맞는 '그 무엇'이 결합돼야만 가능한 것이다. '그 무엇'은 '타이밍'일 수도 있고, '운'일 수도 있고, '우연'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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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안드로이드의 성장은 그 시기에 구글이라는 검색엔진과 컨텐츠의 결합에 구글의 내부역량까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역사에 가정(假定)이란 없다"고 말했다.
앤디 루빈이 삼성을 방문할 당시에 있었던 데인저사는 2007년까지 삼성전자와 협력관계를 유지하다가 2008년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됐다. MS는 데인저를 통해 T-모바일사이드킥 서비스를 제공했고, 2009년에는 고객 데이터 접근 불량과 데이터 소실 등 서비스의 불안정 문제로 T-모바일 고객들로부터 집단소송을 당해 곤혹을 치렀다.
'역사에 가정이 있다'면 앤디 루빈이 당시에 삼성전자에 데인저를 인수해달라고 요청했고, 삼성이 이를 받아들였다면 MS가 2009년에 겪었을 집단소송을 삼성이 대신 겪었을 수도 있다는 결론이다.
이런 가정을 전제로 하면 당시 앤디 루빈의 제안을 거절한 삼성 경영진에게 지금이라도 상을 줘야 한다고 주장해야 하는 게 맞다.
역사에서 가정은 무의미하다. 지나간 버스에 손을 흔드는 일도 마찬가지다. 현재에 충실한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거를 점검해 잘못이 있으면 반면교사로 삼으면 될 일이지, 힐난할 일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