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천재 공학자가 나오기 위한 조건

[기자수첩]천재 공학자가 나오기 위한 조건

고양(경기도)=이상배 기자
2011.09.29 05:26

"어느 날 공원에서 한 엄마가 딸의 머리를 따아 주고 있는 것을 봤다. 거기서 착안해 다리가 3개 달린 로봇을 만들 생각을 했다. 2개의 다리 사이로 1개의 다리가 지나가는 식이다. 현재 다리가 3개 달린, 건물 3층 높이인 10m 크기의 로봇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미국에서 '젊은 천재 공학자'로 꼽히는 데니스 홍(한국명 홍원서· 40) 버지니아공대 기계공학과 교수가 한국을 찾았다. 28일 열린 '제1회 한국산업대전' 강연자로 참석하기 위해서다. 강연 전 기자들과 만난 그는 현재 자신이 준비 중인 프로젝트를 구상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소개했다.

미국 과학잡지 '포퓰러 사이언스'가 선정한 '과학계를 뒤흔든 젊은 천재 10명' 가운데 한명으로 뽑힌 홍 교수는 시각장애인이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도 개발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를 두고 "달 착륙에 버금가는 성과"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에게 창의력의 비결을 물었다. 그는 "창의력은 전혀 다른 분야의 것들을 서로 연결하는 능력"이라고 했다. 한 번은 미 자연사박물관에서 사슴의 다리 관절이 이중으로 돼 있다는 설명을 보고, 로봇에 이중관절을 도입했다고 한다. 그는 "언제 어디서든 조금이라도 재미있는 것이 있으면 꼭 수첩에 적어두고 연구에 적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학교를 다닌 홍 교수의 '비범함' 이면에는 창의력을 중시하는 미국식 교육이 자리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근무하는 버지니아공대의 사례를 소개했다.

버지니아공대는 최소한 한달에 한번씩 '브레인스토밍' 회의를 하는데, 예술 역사 등 다양한 분야를 전공하는 학생들을 모아놓고 해결할 과제를 낸다. 이를테면 "로봇이 5개월 동안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작업을 해야 하는데, 어떤 에너지를 써야하느냐"는 식이다.

다만 규칙이 있다. 어떤 사람도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비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규칙 덕분에 엉뚱해보이지만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쏟아진다고 한다.

만약 홍 교수가 한국에서 자라며 교육을 받았다면 지금과 같은 세계적인 로봇 공학자가 될 수 있었을까. 과연 한국은 스티브 잡스가 될 수 있는 '괴짜'들을 받아들일 정도로 관용적인가.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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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장입니다. △2002년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2011년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 졸업 △2002년 머니투데이 입사 △청와대, 국회, 검찰 및 법원, 기재부, 산자부, 공정위, 대기업, 거래소 및 증권사, IT 업계 등 출입 △2019∼2020년 뉴욕특파원 △2021∼2022년 경제부장 △2023년∼ 정치부장 △저서: '리더의 자격'(북투데이), '앞으로 5년, 결정적 미래'(비즈니스북스·공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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