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안에서 큰 싸움이 났다. 가족들은 서로 자기주장만 내세웠다.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벌써 10개월째다. 집안 꼴은 엉망이 됐다. 그러자 이 집안과 아무런 상관없는 이웃 마을 사람들이 나섰다. 제3자가 개입해 이래라 저래라 떠든다.
가세는 더욱 기울어졌다. 이 집안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옆집 사람들이 보다 못해 "싸움을 빨리 끝내라"며 절충안을 내놨다. 이 집 식구 중 일부는 이를 받아들여 집안싸움을 끝내자고 했다. 하지만 다른 한쪽은 거부했다.
10개월여 동안 진행되고 있는한진중공업(29,000원 ▼1,450 -4.76%)사태 얘기다. 지난 1월 '직원 부당해고 문제'를 둘러싼 노사 갈등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노조는 해고 근로자들의 복직을 위해 투쟁했다. 회사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희망버스로 대변되는 노동단체와 일부 정치권 개입도 끊임없이 이뤄졌다. 그러나 사태 해결엔 도움이 안됐다.
회사만 점점 망가졌다. 올 상반기 매출액(1조3800억 원)과 영업이익(736억 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11%, 43% 추락했다. 지난해 상반기 320억 원에 달했던 당기순이익은 적자(순손실액 207억 원)로 돌아섰다.
보다 못한 정부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중재에 나섰다. 지난 7일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과 의원들은 권고안을 내놨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등이 284일째 고공 크레인에서 벌이고 있는 농성을 중단하는 조건으로, 해고자 94명을 1년 이내에 재취업시키고 이들에게 2000만 원 한도에서 생계비를 지원키로 한 것이다.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은 이를 수용했다. 조 회장은 지난 11일 임작원들에게 "국회 권고안을 협상 기준으로 삼아 정리해고 문제를 매듭짓자"며 "이제는 회사 정상화를 위해 힘을 모으자"고 호소했다.
하지만 노조는 거부했다. 정리해고자들의 재취업 시점, 김 위원 등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과 고소·고발 취하 여부, 해고자들의 퇴직금 정산 방법 등에 대해 사측과 이견이 있어서란다.
이런 한진중공업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새 노조 위원장이 선출되면서다. 지난 14일 실시된 한진중공업 신임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차해도(53) 후보가 과반수인 54.5%를 득표해 당선됐다. 차 위원장은 지난 2년간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을 맡았던 채길용 후보를 제쳤다. 이번 사태를 빨리 끝내자는 조합원들의 뜻이 담겼던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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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위원장은 곧 새로운 집행부를 구성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당장 해야 할 일이 있다. 10개월을 넘긴 회사의 비정상적인 상황을 해결할 수 있도록 조합원들의 뜻을 모으는 것이다. 이제 노조가 답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