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중기청장 시절 이메일 모음집, 지경부 장관 내정 후 화제

"막걸리는 중소기업에서 만듭니다. 제가 가급적 막걸리를 즐겨 마시는 이유 입니다."(2008년 10월27일)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가 3년 전 중소기업청장 시절 이메일을 통해 직원들에게 전했던 막걸리 예찬론이다. 홍 후보자는 과거 지경부 전신인 산업자원부 시절부터 막걸리와 소주, 사이다를 섞어 마시는 것을 '혼돈주(混沌酒)'라고 칭해왔다. 마신 다음날 머리가 개운하고, 위장이 편하며, 살이 빠지는 것은 물론 혈압에 좋다는 거다.
직원들의 답장이 쇄도했다. 한 직원은 "막걸리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청장님과 저녁때 먹어보고 예찬론자가 됐다. 살 빼는 데 효과가 있다는 게 가장 맘에 든다"며 "다음 달 개인적인 모임 때 오늘 보내주신 내용을 활용할 계획이다"고 적어 보냈다.
홍 후보자가 지경부 장관으로 내정되자 그의 공직자 시절 '이메일 스킨십'이 과천 관가에서 화제다. 그는 산자부 실·국장 시절부터 중기청장 때까지 매주 월요일 아침 직원들에게 자신의 생각과 업무 내용, 유머·격언을 담은 이메일을 보냈다.

특히 중기청장 시절 보냈던 메일들은 지난해 4월 중기청 임직원들이 '홍석우의 딴 생각'이란 책으로 엮어냈다. 홍 후보자가 중기청장으로서 느낀 소회와 업무추진 과정에서벌어졌던 에피소드를 과감 없이 담았다. 이메일에서 직접 썼던 이모티콘도 그대로 실감나게 살렸다.
청장의 하루 일과를 소개한 내용부터,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데뷔 소감, 중소기업을 위한 생각들, 기업가 정신, 목민심서 등 주제나 내용 어느 것 하나 틀에 가둬두지 않고 직원들과 대화하듯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적었다.
직원들은 홍 후보자를 '큰 형님'처럼 생각하고, 업무상 해결하기 힘든 애로사항이 있거나 힘들 때 직접 조언을 구했다는 전언이다. 당시 메일을 받아 본 중기청 직원들은 매주 월요일 출근할 때 '오늘은 청장님이 어떤 재밌는 이야기를 보내줄까'하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산자부 시절 홍 후보자의 메일을 받아보며 일했던 후배들이 지금은 어엿한 실·국장이 됐다.
지경부는 '정전 사태'의 책임을 지고 최중경 장관이 물러나고 관련자들이 문책을 당하는 등 사기가 땅에 떨어질대로 떨어진 상태다. 홍 후보자의 발탁은 사기 진작 차원이 크다. 내부 출신 장관은 이희범 장관 이후 7년 만이다. '딴 생각'을 갖고 있는 '큰 형님'이 장관으로서도 따뜻한 소통의 리더십을 보여주며, 조직을 제대로 추스리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