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형 경차 '레이'의 공간 활용법

박스형 경차 '레이'의 공간 활용법

지영호 기자
2011.12.08 10:14

[머니위크]기아차 레이 시승기/공간·기능 '박스'에 다 담았네

기아차(150,200원 ▼400 -0.27%)레이(Ray)의 가격은 기존의 경차 가격을 뛰어넘는다. 디럭스(기본형) 가솔린 엔진 모델의 가격은 1240만원, 럭셔리 가솔린 모델이 1375만원이다. 프레스티지 바이퓨얼 모델은 1625만원이나 한다.

쉐보레 스파크 가솔린이 829만~1258만원, LPGi 모델이 965만~1358만원인 것에 비하면 10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같은 회사에서 제작한 2011년형 모닝의 가솔린 모델(880만~1235만원)이나 바이퓨얼 모델(1010만~1365만원)과 비교해도 엄청난 차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시장 조사를 통해 충분히 수요층을 확인했다"면서 "연간 6만대, 2018년까지 42만대를 판매하겠다"고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기아차의 자신감은 어디에 있는 걸까? 제주 해비치호텔과 메이즈랜드를 왕복하는 64km를 달리면서 첫 박스형 경차의 가격 합리성을 측정해봤다.

◆경차에 적용된 최대 공간의 역설

경차에 대한 규정은 비단 배기량 1000cc 이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전장 3600mm, 전폭 1600mm 이내여야 경차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레이는 경차 인정 면적을 최대로 활용한 차다. 전장 3595mm, 전폭 1595mm다. 전고는 1700mm로 모닝(1485mm)이나 스파트(1520mm)에 비해 높다. 실내고는 1330mm다. 웬만한 어린이가 차 내에 서도 머리가 닿지 않는 높이다.

실내공간은 박스카의 장점을 그대로 살렸다. 엔진룸을 줄이는 대신 전면 윈도우를 앞으로 뽑아 전방을 여유롭게 디자인했다. 전고가 높아 소형차 이상으로 넓은 느낌이다. 뒷좌석 역시 좁을 것이라는 선입관을 그대로 깨버린다. 다리를 꼬고 앉을 수 있을 만큼 레그룸도 넉넉하다.

동승시트와 2열시트의 움직임 폭은 큰 편이다. 동승시트는 260mm, 2열시트는 200mm까지 움직인다. 동승시트를 최대한 앞으로 하고 2열시트를 최대한 뒤로 하면 좌석 한대 넓이의 공간이 생긴다. 여러모로 쓰임새가 있어 보이는 공간이다.

레이의 또 하나의 장점은 수납공간이 많다는 것이다. 일단 1열시트 머리 위 햇빛 가리개 뒤쪽으로 대용량 루프 콘솔이 있다. 운전자의 손에 닿기 쉬워 유용해 보인다. 물건을 넣고 빼기 쉽고, 떨어트리지 않도록 탄력성이 있는 그물 형태로 입구를 만들었다. 하지만 손길이 자주 닿는 곳이라 손때가 타기 쉬워 보였다.

기어 변속기를 센터페시아 하단부에 배치하는 대신 기존 위치에 1열 센터 콘솔 서랍장을 만들었다. 서랍을 차량 전면부 방향으로 당겨야 하기 때문에 평소 손이 쉽게 가는 구역에 아무것도 만들지 않은 점은 공간 활용의 옥에 티다.

동승석에는 수납공간이 더 많다. 흔히 자동차 등록증을 넣어놓는 글로브박스를 비롯해 루프 콘솔이 동승석에도 있다. 글로브박스 위로 오목하게 들어가 있는 수납공간도 마련됐다. 고무 재질의 엠보싱을 통해 물건이 고정되게끔 처리한 것이 이채롭다. 시트 밑에는 언더 트레이가 있다. 책이나 작은 소품이 들어가기에 안성맞춤이다.

2열의 운전석 뒤쪽 하단 카펫을 들추자 의외의 공간이 숨어있다. 2열 플로어 언더 트레이다. 오래된 차량에서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신발을 쉽게 목격할 수 있는데 이곳을 활용하면 신발을 가지런히 보관할 수 있다.

트렁크 아래쪽으로는 러기지 언더 크레이가 있다. 자동차 용품이나 공구 수납에 적절한 공간이다. 다만 스티로폼 재질로 만들어져 있어 충격이나 스크래치에 취약해 보였다.

◆경차에 고급기능 장착…성능은 아쉬워

레이에는 그간 경차에 적용되지 않은 다양한 기능이 포함됐다. 매립형 7인치 내비게이션과 버튼 시동형 스마트키 시스템 등 준중형급 이상에서나 볼 수 있는 기능이 탑재됐다. 히티드 스티어링 휠과 모든 좌석에 히팅 시트 시스템이 적용된 것도 경차에 흔치 않은 기능이다.

언덕길에서 정차했다가 출발할 때 뒤로 밀리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경사로 밀림 방지장치(HAC)와 후방 주차보조 시스템도 적용됐다. 사이드와 커튼까지 6에어백이 채택된 것도 주목할 만 하다.

현대차 벨로스터에서 봤던 디자인의 파격도 엿보인다. 운전석 문이 일반 차량과 비슷하게 만들어진 반면 동승석 쪽 문은 직각 열림과 슬라이딩 도어를 선택했다. 동승석 방향의 문을 최대한 열면 1432mm의 입구를 만들 수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자전거나 유모차, 화분 등을 싣고 내리는 데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동승석 쪽 B필러(앞뒷문 사이에 차량의 지붕과 연결되는 기둥)는 없다. 동승석의 안전벨트가 시트에 장착된 이유다. 운전석과 달리 동승석 문의 길이가 50mm 정도 짧아지면서 동승석의 측면 시야가 방해되는 것도 ‘개성 강한 문짝'을 선택한 결과다.

레이가 공간활용이나 기능에 놀라움을 줬다면 성능 면에서는 다소 아쉽다. 1000cc의 한계를 감안하면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동력 성능이 뛰어나다는 느낌은 아니다. 정지상태에서 풀 악셀을 밟아도 준중형차에 추월당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하지만 일단 탄력을 받으면 제법 속도를 즐길 수준까지 올라선다. 110km/h에서 4단 변속에 제동이 걸리지만 120km/h 속력를 유지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다. 디지털 속도계를 선택해 최고 속도의 한계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140km/h까지 속도를 낼 수 있었다.

높은 차체로 인해 불안해 보였던 코너링은 생각보다 안정감을 주었다. 커브길 원심력에 의해 차량 후면이 돌아나가는 것을 방지하는 차체자세제어장치(VDC)와 속도감응형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MDPS)을 적용한 것이 안전도를 높인 이유다.

작은 휠베이스 탓인지 승차감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 충격은 생각보다 컸다. 국도나 지방도 곳곳이 누더기인 형편을 감안하면 저속 안전운전이 필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비는 동급 모델과 비교할 때 비슷하다. 쉐보레 스파크 가솔린 모델과 마찬가지로 17.0km/L의 공인 연비를 뽐낸다. 모닝의 19.0km/h에 비해 조금 떨어지는 수준이다. 기자의 시승에서 찍은 연비는 12.5km/L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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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호 산업2부장

'두려울수록 맞서라' 처음 다짐을 잊지 않는 기자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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