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 생활로 왼 발목 깁스, 당뇨 수치 증가

두 달여 만에 모습을 드러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옥색 수의 차림에 목발에 의지한 채 법정에 들어섰다. 구치소 생활이 편치 않았는지 초췌한 표정이었다.
22일 오후 2시30분 서울고등법원 417호 법정에서는 김 회장의 항소심 첫 공판이 열렸다. 지난 8월16일 횡령 등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지 두 달여 만이다. 이날 재판은 14명의 피고인과 10명의 변호인단, 그리고 백여 명이 넘는 방청객이 대법정을 가득 채운 매머드급 규모로 열렸다.
수감생활 중 다리를 접질렸다는 김 회장은 왼 발목에 깁스를 하고 절뚝이며 걸었다. 사식이 허용되지 않는 구치소에서 음식으로 고생하다 당뇨 수치가 많이 올라갔다고 한화 측은 설명했다.
세 시간에 가까운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김 회장은 굳은 표정을 한 채 눈을 감고 재판 내용을 청취했다. 이따금 옆에 앉은 변호인과 짧은 대화를 나누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침통한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하거나 눈을 감은 상태로 앉아 있었다.
검찰이 재벌 총수의 비리에 대해 엄벌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엄정한 책임추궁이 필요하다고 지적할 때는 안경을 벗고 맨손으로 마른세수를 하기도 했다.
이날 변호인 측은 한 시간 가량의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한유통·웰롭은 개인 차명회사가 아니라 그룹의 차명 계열사이고 김승연 회장이 개인적으로 재산상 이익을 취한 것이 전혀 없다"는 요지의 항소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구조조정 방법은 사회적·경제적 파급효과를 막기 위한 최선의 자기해결 방안으로 외부 금융권 등에 피해를 준 일이 전혀 없다"며 "재벌총수는 무조건 실형에 처해야 한다는 의견은 대중 선동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변호인 측은 김승연 회장의 건강상의 문제와 회상 경영의 지장 등의 사유를 들어 재판부에 보석 신청에 대한 검토를 요청했다.
재판 내내 침묵을 지키던 김승연 회장은 재판 말미에 입을 열었다. 다음 공판 일정 조정을 위해 판사가 다음달 5일에 재판이 가능한지 변호인 측에 묻자 "좋습니다"라고 대답한 것. 이에 판사는 변호인 측과 상의한 내용인지 재차 물었고 김 회장은 "제 재판인데 제가 (결정)해야죠"라고 답했다.
독자들의 PICK!
악화된 건강 상태에도 김회장은 법정을 나서면서 1심 재판 때와 마찬가지로 함께 재판을 받은 부하직원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건넸다. 목발을 짚은 불편한 상황에서도 그는 한 명 한 명과 손을 맞잡고 눈빛을 교환하고서야 비로소 재판장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