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개성공단 다시보기
“U턴 하라구요? 한국에서 만들어서 경쟁력이 있다면 떠나지도 않았을 겁니다. 솔직히 개성공단 외에는 돌아갈만한 곳이 없습니다. 안정성만 보장된다면 당장이라도 옮기고 싶은 심정입니다...”
최근 중국 현지 취재과정에서 만난 한 중소기업인의 말이다. 남북이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는데 합의했다는 소식에 그의 말이 새삼 떠올랐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대기업 임직원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 대기업 중국 현지 임원은 “싼 인건비를 찾아야 하는 중소기업들은 이미 오래 전에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옮겼고 일부는 베트남에서 다시 캄보디아로 이전하고 있다”며 “사실 가장 매력적인 제조기지는 개성공단”이라고 말했다.
선뜻 이해하기 힘든 말이지만 하나하나 따져보면 틀린 말이 아니다. 거창하게 ‘통일 문제’까지 넘어가지 않더라도 말이다.
기업의 의사결정은 ‘어떻게 하면 가장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을 것이냐’가 좌우한다. 개성공단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지난해말 기준 130달러(약 14만7000원)에 약간 못 미친다. 이는 약 70만원 수준인 중국이나 25만원 정도인 베트남보다 더 낮다.
비록 반세기 이상 교류가 단절됐다고는 하지만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는 점 또한 무시하기 힘든 장점이다. 기업 규모가 클수록 현지 직원들에게 우리말을 가르치고 반대로 한국 직원들에게 현지어를 가르치는데 드는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중국의 1/4에도 못 미치는 싼 임금과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은 기업인들에게 그만큼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 기업들이 현지에 진출하면 학교나 병원을 지어주기도 하고 각종 봉사활동에 나서는데 가끔 이걸 북한 주민들에게 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기도 합니다.”
물론 현지에서 만난 기업인들 중에는 현실적인 이익보다는 이처럼 동포애가 더 끌리는 이들도 많았다. 글로벌 시대와 다소 어울리지 않지만 피 한 방울 안 섞인 이들에게 월급을 주고 학교와 병원을 지어주기 보다 북한 동포에게 혜택을 주고 싶다는 소박한 생각을 가진 이들이 대부분이다.
오는 10일부터 입주기업 관계자 등이 개성공단을 방문해 설비 정비를 진행한다고 한다. 또한 절차를 밟으면 설비도 반출한다는 데까지 합의가 이뤄졌다. 북한이 재발 방지에 대한 명확한 약속을 하지 않은데다 지난 95일 동안 마음 졸인 것을 생각하면 상당수 기업들이 개성공단을 포기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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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에서 철수한 기업들은 현실적으로 중국이나 베트남 등 다른 지역으로 생산거점을 옮길 수밖에 없어 보인다. 다만 철수를 결정하기 이전에 해외로 이전한 많은 기업들이 개성공단을 부러워한다는 점을 다시 생각해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