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눠야 할 얘기가 많아 이사회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습니다."(STX조선해양 관계자)
지난 27일STX조선해양의 경남 진해 본사. 오전 9시 임시주주총회에 이어 곧바로 이사회가 열렸다. 주총은 20분도 안돼 끝났지만 이사회는 1시간 넘게 진행됐다. 이사회는 류정형 신임 대표이사를 선임하면 돼 시간이 걸릴 모임이 아니었다. 회사 관계자는 채권단과 류 신임 대표이사 사이에 협의할 게 많았다고 전했다.
채권단과 류 대표 간의 '소통'은 경영진 교체 과정에서 절실해진 상태다. 구체적으로 강덕수 회장에게 바통을 이어받기로 한 박동혁대우조선(131,400원 ▼2,500 -1.87%)해양 부사장이 신임 대표 선임을 위한 임시주총을 이틀 앞두고 돌연 사퇴의사를 밝히면서다. 박 내정자가 갑자기 물러나면서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상당히 체면을 구기게 됐다. 산은이 대주주로 있는 대우조선해양 출신을 STX조선해양 대표로 앉혀 지배력을 강화하고 빠르게 구조조정을 실시하려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더구나 STX조선해양 정상화 과정에서 내부인사인 류 대표와 일정부분 의견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부담도 안게 됐다. 업계 일각에서는 류 대표가 강덕수 STX그룹 회장 체제에서 핵심 보직을 맡았던 인사여서 앞으로 강 회장이 경영에 간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 아니냐는 예상까지 나온다.
사실 류 대표가 회사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만큼 경영정상화에 플러스 요인이 되는 게 분명하지만 산은의 구조조정 방식과 절차 등에 반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산은은 애초 STX조선의 조기정상화를 위해 고강도 인력구조조정을 검토해왔으나 내부 출신에게 사령탑을 맡기면서 구조조정을 최소화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인력구조조정에는 진통이 따르기 마련인데, 이를 얼마나 원만히 해결하느냐가 STX조선 회생에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업계에선 산은의 '뒤늦은' 강수가 STX조선의 정상화를 더 꼬이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는 STX조선의 위기 초기 단계에 채권단이 과감히 대응하지 못한 탓에 회생비용이 더 커진 게 아니냐는 인식도 작용한다. 이래저래 '선제적인 대응'의 부재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