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이 기사는 08월12일(14:05) 자본시장 미디어'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7월17일 입법예고한 여신전문금융업법 일부개정안을 보고 벤처캐피탈 업계는 '결국 올 것이 왔다'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벤처캐피탈과 관련된 제도를 둘러싼 정부부처간 갈등이 벤처캐피탈 업계의 기대와 전혀 다른 결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입법예고대로 여전법이 개정된다면 우리나라의 벤처캐피탈은 같은 업무를 하면서 관련부처에 따라 두 종류의 다른 법을 적용받는 이원화라는 기형화된 지금의 형태가 더욱 고착화 될 것이 분명하다.
그동안 벤처캐피탈 업계는 벤처캐피탈이 창업·벤처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하나의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벤처생태계의 한 축으로, 하나의 ‘산업'으로서 인정받기를 희망했고 벤처캐피탈제도 통합이 그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창조경제를 중심으로 한 현 정부의 정책기조에서 벤처생태계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됐던 만큼 벤처캐피탈의 이러한 희망은 그 어느 때 보다 간절했고 그 희망이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컸다. 결론적으로 그 결과는 너무도 실망적이다.
우리나라 벤처캐피탈제도는 도입 당시부터 지금까지 창업투자회사(이하 창투사)와 신기술사업금융회사(이하 신기술금융사)라는 두 가지 형태로 이원화돼 운영되고 있다. 두 개의 다른 법으로 인해 창투사는 신기술투자조합을 만들 수 없고, 신기술금융사는 창업투자조합을 결성할 수 없는 상황이다. 거의 동일한 업무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용되는 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원화'라는 잘못된 제도로 인해 우리나라 벤처캐피탈은 30년 가까이 신기술금융사와 창사사라는 두 가지 제도 사이에서 선택을 고민해야 했다. 이번 여전법의 개정안으로 인해 고민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여전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신기술금융사 자본금요건(200억원)을 창투사와 동일한 50억원으로 낮춰 신기술금융사의 진입 활성화를 촉진시키겠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벤처투자 규모가 적은 이유가 정말 벤처캐피탈 수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는 것일까? 한해에 2조원 남짓한 벤처투자시장에 약 150개에 이르는 벤처캐피탈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고 최근 5년간 새로 진입한 벤처캐피탈 수만 해도 5년간 40개가 넘는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102개 창투사 중에서 그나마 의미 있는 이익을 시현한 회사는 20여개사에 불과하다.
벤처캐피탈 진입을 활성화해서 벤처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정책적 판단이 옳다고 해도 현재 창투사 제도를 통해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벤처캐피탈의 근간을 흔드는 방식으로 여전법을 개정해야 할 필요성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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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투사는 1986년 제도도입 이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중소·벤처기업 지원이라는 역할을 해 나가고 있다. 물론 국가경제가 원하는 만큼의 충분한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볼 순 없지만 지난 30년간 본연의 임무에 한 눈판 적 없이 법과 제도가 정하는 대로 최선을 다해왔다. 수많은 변화와 어려움을 겪었고, 이제 혹독한 침체기를 벗어나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의 창투사 제도가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어 국가경제와 벤처생태계 발전을 위해 벤처캐피탈 제도를 획기적인 방식으로 새로 만들어야 할 절박한 이유가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면 지금까지의 공과를 잘 살펴보고 정부부처간 협의를 통해 이를 보완하고 개선해 나가는 것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