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에서 롤스로이스 고스트 2 시승행사… 오는 27일 한국 출시, 가격은 3억원대 후반부터

'두 번째 고스트'.
롤스로이스에서 고스트의 의미는 각별하다. 2009년 처음 출시해 지난해 2도어 쿠페형 모델인 레이스가 등장하기 전까지 롤스로이스 엔트리(입문용) 모델 역할을 하며 롤스로이스의 시장을 확장한 주요 모델이다.
롤스로이스는 올해 3월 열린 2014 제네바모터쇼에서 고스트2 시리즈의 새로운 디자인을 공개했다. 5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롤스로이스는 최근 고스트2 글로벌 출시를 앞두고 120개국 미디어 관계자를 1명씩 초청해 3일간 신차를 소개하고 굿우드 지역에 있는 제조공장을 공개하는 행사를 가졌다. 한국에서 온 이는 기자가 유일했다.

◇ 뒷자리는 움직이는 스마트 오피스
롤스로이스는 가장 영국답고, 고스트다운 출시 행사와 시승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마음먹은 듯 했다. 시승은 뒷자리 부터였다.
영국 히드로 공항에서 도착했을 때, 새하얀 롤스로이스 고스트 2가 기자를 마중했다. 검은 양복을 입은 신사가 뒷문을 열어줬다. 그는 전직 레이싱 드라이버 출신의 본사 교육 담당이라고 신분을 밝혔다.
최고급 가죽과 원목으로 마감한 실내는 언뜻 기존의 고스트와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효율적으로 정리된 수납공간이 소리 없이 천천히 열리고 닫힌다. 하지만 전통을 유지하며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는 것 또한 롤스로이스의 노하우다. 앞좌석에는 전동식 허벅지 서포트를 넣어, 탑승자의 신체에 꼭 맞는 편안함을 제공했다.
뒷자리는 전체적으로 아치 형태로 바뀌었다. 호텔 라운지의 시트처럼 양쪽 사람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한 곳에 모이도록 돕는다. 실내 공간을 결정짓는 앞 뒤 바퀴 간 거리는 3295mm. 널찍한 공간은 후륜구동과 어우러져 안락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실내 옵션은 이동을 하면서 업무를 볼 수 있게 하는 데 최적화됐다. 앞좌석 등받이에는 10인치 남짓한 크기의 엔포테인먼트 패널이 접혀있다. 내장된 프로그램으로 5700곡의 음악 청취는 물론 △실시간 위성 연결을 통한 주행 위치 확인 △사무실의 스케줄 확인 △와이파이 연결 △이메일 작성 △컨퍼런스 콜 등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독자들의 PICK!
내비게이션 시스템 또한 목적지를 말하면 음성 인식을 통해 가장 빠른 길을 안내한다. 뒷좌석에서도 손가락으로 영문 몇 마디를 터치패드에 써 보니 미리 저장된 누군가의 이름이나 목적지를 즉각적으로 분류해 화면에 올렸다. 운전기사는 터치패드가 한자(漢字)도 읽을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고스트 2는 영어와 라틴어, 아랍어, 표준 중국어와 한국어도 인식할 수 있다.
차를 탄 날은 우중충한 평소 런던과 달리 날씨가 좋았다. 오디오 볼륨을 높이고 파노라마 선루프를 열었다. 뒷좌석보다 약간 앞쪽에 열린 창이다. 그제야 바깥 소음이 들렸다. 그래도 '비스포크(맞춤형)' 오디오 시스템과 18개 스피커는 음색을 정확히 전달했다. 이후 만난 독일 출신의 엔지니어, 우르스 마허 품질 책임에 따르면 고스트 2는 지난 모델에 비해 방음에 유난히 신경 썼다.

◇ 보다 젊은 드라이버를 위한 운전석
롤스로이스는 런던 한가운데에서도 귀한 차다. 신호대기에 섰을 때 한 무리의 고교생들이 차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다음 날 오전 8시, 지금 런던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더 샤드 빌딩 앞에 고스트2 8대가 도열했다. 이탈리아의 유명 건축가 렌조 피아노가 세운 뾰족한 삼각형의 초고층 건물이다. 출근길 런던 시민들에게 진귀한 풍경임에는 틀림없다. 구경꾼들 틈에서 각국에서 모인 기자들과 통성명을 하고 2인 1조로 움직였다.
런던 외곽의 세븐옥스를 기점으로 총 100km, 왕복 약 5시간 가량 달리기로 예정돼 있었다. 도심 도로부터 국도, 고속도로까지 포함돼 있다.
낯선 나라, 낯선 오른쪽 운전석에 긴장했다. 유럽 도시의 좁은 도로 폭도 걱정이었다. 전날 있었던 공식 프리젠테이션에서 들은 노하우를 되새겼다. "여신상을 왼쪽 도로 라인에 맞춰가며 스티어링휠을 돌려라!"

시승차에는 당장 무스탕을 한 벌 해 입어도 모자라지 않을 듯한 회색 램스 울이 바닥에 깔려 있었다. 롤스로이스의 주인들은 인테리어 옵션으로 밝은 상아색 가죽과 램스 울 바닥을 제법 선택한다고 한다.
신발을 벗고 맨발로 운전을 시작했다. 길이 5399mm, 폭1948mm, 높이1550mm, 공차 중량 2500kg에 달하는 큰 덩치가 아주 조용히 움직였다. 배기량 6592cc, 새로운 12기통 트윈 터보 엔진의 힘이 느껴졌지만 발끝에 느껴지는 자동 8단의 변속감은 부드러웠다.
전 보다 두꺼워진 스티어링휠 역시 양손가락만 까딱거려도 될 만큼 쉽고 반응이 빠르다. 표준형 보다 핸들링을 조여 둔 '다이내믹 드라이브 패키지' 모델이었는데도 부드럽다.
변속이 부드러웠던 이유는 하나 더 있다. 모든 고스트 2에 위성 항법 변속(SAT)이 적용된 탓이다. GPS(위성항법장치) 데이터를 바탕으로 운전자의 다음 동작을 예측해 자동으로 기어를 변경하는 기술로, 2013년 레이스에 처음 탑재됐다. 아쉽게도 한국 출시 모델에는 법규상 적용할 수 없다.
코너를 돌면서, 4.9초만에 속력을 100km 이상 치고 나아갈 때는 최고시속 250km, 토크 79.5kg.m의 '고스트'다웠다. 차체 몸놀림(섀시, 서스펜션)의 반응력이 빠르면서도 단단하다. 한집안 BMW 7시리즈의 플랫폼을 공유한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고스트 주인 절반이 직접 운전 … '젊은 고객' 겨냥
한국을 포함해 일반적인 롤스로이스 고객들은 사회적·경제적 성공을 이뤄 운전기사를 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고스트 고객의 반은 직접 운전한다. 고스트2는 이러한 고객층 변화에 맞춰 보다 젊은 디자인을 추구했다.
보닛 앞쪽을 약간 더 기울이면서 양쪽 조명을 강렬한 디자인으로 바꿨다. 몸통 디자인은 간결해졌지만, 가만히 있어도 달리는 듯한 인상을 준다. 앞쪽 브레이크를 냉각시켜주는 전면 공기 흡입구에도 크롬 장식을 더했고, 양쪽 바퀴 위 펜더 디자인을 바꿔 차체가 보다 커보이도록 했다.
"롤스로이스 고객층은 젊어지면서, 동시에 확대되고 있습니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시장은 30대에 몰린 반면, 전통적으로 판매율이 높은 미국은 60대에 집중돼 있어요. 또 레이스의 주인 중 가장 젊은 사람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는 23살 청년이죠."
리처드 카터 롤스로이스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즈 이사의 말이다.
이후로도 3일 밤낮 동안 롤스로이스를 제작하는 부문별 책임자와 주요 실무진의 토론이 이어졌다. 490리터의 트렁크에 골프백 몇 개가 들어가는지는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다. 자동차와 문화에 관한 얘기로 더 오래 '달렸다'. 어쩌면 그런 대화가 가장 '롤스로이스다운'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