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딩블루스 시즌2 "들어라 ⊙⊙들아"] 불경기에 웬 신년회를…
평범한 회사에 다니고 있는 30대 직장인입니다. 요즘 경제가 안 좋기는 안 좋은가 봅니다. 매일 뉴스에서 떠드는 것 마냥 적자 얘기가 곳곳에서 들려요. 연말 인센티브로 차 한 대 값 나왔다고 자랑하던 친구 놈도 올해는 시무룩합니다.
저희 회사요? 지난해 워낙 어려워서 그런지 인센티브는 말도 못 꺼냅니다. 희망퇴직을 받는다는 흉흉한 루머도 돌고, 임원 숫자가 줄어들 것이란 소리도 나오네요. 그냥 연봉이나 안 깎였으면 한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얼마 전 부장님 호출에 갔더니, 신년회를 준비하라고 하시네요. 제가 부 서무업무도 겸하고 있거든요. 올 한 해 허리띠 졸라맨답시고 회식비는커녕 부서 업무비용도 다 줄이고 있는 판에 신년회를 하라고 하십니다. 송년회는 못했으니 신년회를 해야 한다고, 이럴 때일수록 처져 있으면 안 된다고.
네, 부장님 말씀 지당하십니다. 하지만 그게 꼭 저녁 술자리일 필요는 없잖습니까. 회장님을 포함해서 회사 어르신들도 술자리 줄여가면서 돈 아끼는 마당에 회식 준비하려면 얼마나 눈치가 보이는데요. 얼마 전 임원분들 송년회도 취소됐다는데 그 밑에 있는 부서가 신년회를 한다는 소문이 나면 좋은 소리가 돌아올까요?
부원들 지갑사정도 고려해 주셔야죠. 지난해까지 꼬박꼬박 나왔던 인센티브가 안 나와서 가계 경제가 휘청합니다. 요즘 아무리 추워도 택시 안타고 지하철까지 꼭 걸어갑니다. 크리스마스에, 조금 있으면 설날이 돌아옵니다. 한 푼이 아쉬워요.
그리고 연말연시면 가족하고도 보내야지 않겠습니까. 결혼 안한 청춘들은 제 짝 찾을 시간도 필요하고요. 부장님이 맨 날 저보고 장가 안가냐고 하시는데 소개팅 가려면 그래도 금요일엔 술자린 안해야 돼요. 요즘은 남자도 피부가 경쟁력입니다.
모 과장님은 얼마 전 크리스마스에 근무 좀 바꿔달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도 크리스마스엔 아빠 노릇해야지"라고요. 선배가 저렇게 부탁하시는데 거절할 수가 없어서 대신 서 드리긴 했는데요. 1년 364일 못한 아빠 노릇이 크리스마스 하루 잘한다고 만회가 될까요? 살짝 의문입니다.
그러니까 부장님, 줄일 수 있을 때 술자리도 좀 줄이자는 말입니다. 서로 파이팅하려는 거라면 술 안 먹고도 방법이 있을 거예요. 제가 찾아서 보고 올리겠습니다. 좋을 때야 회식도 하고 지낸다지만 지금 눈치까지 봐가면서 '007 신년회'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올해부터 회사 비용 줄인다고 부장님한테 나오던 대리비도 삭감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