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벤츠의 역사 한눈에 볼 수 있는 슈투트가르트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

1900년, 프랑스 니스와 오스트리아 빈에 살던 다임러자동차(DMG) 판매상 겸 레이싱 선수 에밀 옐리네크는 경주에 나갈 보다 진보된 자동차를 만들어줄 것을 다임러에 요청했다. 다임러의 수석 엔지니어였던 빌헬름 마이바흐에 의해 강력한 엔진을 장착한 자동차가 탄생했고, 옐리네크는 이 차에 자신의 딸의 이름인 '메르세데스(Mercedes)'라는 이름을 붙여 경주에 나간다.

옐리네크는 1901년 니스 자동차레이스에서 승리해 명성을 떨치자 다임러사는 '메르세데스'를 상표로 등록하고 모든 차에 이 이름을 붙여 팔기 시작했다. 1926년 다임러와 벤츠사가 합작해 설립한 다임러-벤츠 역시 '메르세데스'라는 이름을 차에 붙였다. 독일 명차 '메르세데스-벤츠'의 역사 가운데 유명한 일화다.

"나는 말을 믿는다. 자동차는 그저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라인강 지류 네카어강변에 위치한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 8유로짜리 티켓을 끊고 게이트를 통과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으로 올라가면 관람이 시작되는 지점에 실물 크기의 백마 조형물과 함께 이 문구가 새겨져 있다.
독일제국의 마지막 황제인 빌헬름 2세가 1905년 내연기관을 갖춘 새로운 탈 것이 거리에 점차 늘기 시작하자 남겼다는 말이다. 초입에 새겨진 이 문구는 벤츠가 없었다면 자동차는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했을 것이라는 벤츠의 자부심을 드러낸다.

실제로 자동차의 역사는 벤츠의 역사와도 같다. 고틀리이프 빌헬름 다임러는 1885년 빌헬름 마이바흐와 함께 가솔린을 이용한 0.5마력짜리 엔진을 발명해 특허를 낸다. 같은 해 좀 더 작게 만든 엔진을 바퀴가 2개 달린 탈 것에 장착했고, 마이바흐가 슈투트가르트 넥가강 근처에서 시속12km의 속도로 3km를 달렸다.

이어 다임러는 1886년 '전동식 마차(motorized carriage)'라는 이름의 세계 최초의 4륜 자동차를 선보였다. 1.1마력에 시속 18km의 속력을 낼 수 있었으니 말 1개가 모는 마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비포장 도로를 달리거나 비가 오는 날 이용하기에는 마차보다 효용성이 떨어졌다.

이보다 앞서 칼 프리드리히 벤츠는 1883년 독일 만하임에서 자신의 회사를 설립하고 1885년 1월 4행정 가솔린 엔진에 3개의 바퀴를 단 세계 최초의 자동차를 내놓았다. 이 차는 0.75마력에 시속 16km의 속력을 냈다. 다임러와 벤츠는 계속 자동차 개발 경쟁을 벌이다 1926년 합작 회사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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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은 8층에서 관람을 시작한다. 나선 모양의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이같은 초기 엔진과 자동차부터 시작해 최신 친환경 자동차까지 벤츠 자동차의 역사를 볼 수 있다. 특히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와 1차, 2차 세계대전 등 다양한 역사적 사실도 함께 설명을 해 놔 자동차 기술이 어떤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발전해 왔는지 보여준다.

전시된 자동차들은 100년이 훨씬 지난 게 많지만 아직도 시동을 걸면 달릴 수 있는 게 대부분이다. 벤츠의 상진인 삼각별은 각각 하늘과 땅, 바다의 탈 것을 상징한다. 자동차뿐 아니라 선박과 기차, 항공기에도 사용된 다임러 엔진을 이곳에서 볼 수 있다.

아래 층에는 포뮬러1을 비롯해 자동차 경주에서 우승한 벤츠의 자동차가 전시돼 있다. 페르디난드 포르쉐 박사가 1939년 디자인한 3000마력짜리 항공기 엔진을 장착한 'T80'이란 경주용 차도 전시돼 있다. 1940년 시험 운행에서 시속 600km에 도달했지만, 세계 2차대전이 발발하면서 완성되지는 못했다.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은 2006년 6월 오픈해 매년 수십만 명의 관람객을 끌어 모으는 관광 명소가 됐다. 외관은 마치 실타래처럼 보여 층수를 가늠하기 힘들다. 내부 공간은 1만6500㎡에 달하며, 나선형으로 돼 있어 맨 위층에서 관람을 시작하면 따로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1층까지 관람이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