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위기 넘겼지만, 아직 갈 길 멀다...한 때 영광 뒤로 하고 생존전략 힘써야

선박에 사용될 철판을 자르고 붙이는 작업을 하는 선각공장에는 자동 용접기 소리만 들렸다. 벚꽃 축제인 군항제가 막 끝난 12일 찾은 경남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 조선소에는 자구계획안과 노사확약서 제출을 위해 최근 한달간 겪은 지난한 노사 협상의 여파가 아직 남아 있었다.
화려했던 조선산업의 침체를 보듯 순식간에 지고 새싹들이 파릇하게 올라온 벚나무들 너머 안전모를 쓴 일부 직원들만 눈에 띄었다. 도크(dock)에서 9월에 인도 예정인 1만1000톤급(11K)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 건조를 위해 집채 만한 블록 2개를 이어 붙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올해 인도 예정인 5척의 배를 만들기 위해서 각 공정 단계가 진행돼야 하지만 노조가 '인력 감축'에 반대하며 지난달 26일 이후 15일간 전면파업을 실시하면서 공정이 멈췄다.
회사 관계자는 "인도에 차질은 없을 것"이라며 "다만 앞 공정이 끝나야 뒤의 공정을 시작할 수 있는 특성상 파업 여파로 중간 공정 일부가 비어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RG 발급과 수주 목표 달성을 위해 정진=STX조선해양은 법정관리 문턱에서 겨우 고비를 넘겼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은 상황이다.
현재 계약이 체결됐으나 선수금환급보증(RG)발급을 받지 못한 배가 4척이다. 산업은행이 자구계획안과 노사확약서를 제출할 때까지 RG 발급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앞서 RG를 발급받은 배와 같은 조건으로 계약된 배이기 때문에 RG 발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수주 목표는 20척으로, 만약 수주에 실패한다면 다시 일감이 끊겨 지금처럼 힘든 시기를 보내야 한다. 회사 관계자는 "선주들로부터 계속 선박 건조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며 "지금까지 RG를 발급받지 못해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지속적으로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뿐 아니라 직원들도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남은 직원들은 자녀 학자금과 근속년수에 따라 지급됐던 장기근속 포상금이 중단된다. 생산직 직원들은 매년 6개월씩 무급휴직을 하게 된다.
조선소에서 만난 한 직원은 "다행히 법정관리는 면했지만, 회사가 많이 어려워 분위기가 크게 바뀐 건 없다"고 말했다.

◇이제 STX조선의 미래는 직원들의 손에="수주 목표 20척 달성 가능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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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목 STX조선해양 기획관리부문장(상무)는 "원자재 가격이 이미 올라가고 있으니 선가도 분명 올라갈 것"이라며 자신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계획에 따라 고강도 구조조정을 거듭하며 수주를 착실히 해나간다면, STX가 살아날 방법은 있다. 박 상무는 "이제 회사가 얼마나 잘하느냐만 남았다"며 "지난 자율협약 때도 산업은행이 경영 하나부터 열까지 확인한 만큼 이번에도 엄청난 압박이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STX조선은 산업은행에 고강도 구조조정을 포함한 5년치 자구계획을 제출해놓은 상태다.
박 상무는 "현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정신적으로 많이 피폐해졌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회사에 남겠다고 하는 이유는 크게 성장했던 회사에 대한 기억 때문"이라고 말했다.
STX조선을 오랫동안 바라본 지역 주민들도 희망을 가졌다. 창원시에서 버스 운전을 하는 김성만씨(55)는 "STX조선이 위기를 겪으며 지역 경제도 많이 힘들어진지 이미 오래"라며 "하지만 이번에 무급휴직을 결정한 노사협상을 보며 예전처럼 다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현장 직원들은 추운 겨울 뒤에 봄이 오듯이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의 도크에도 다시 화려한 벚꽃이 피기를 기대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