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등 항공업계 '지불유예' 취소대금만 500억…장기화시 카드사 걱정 커져

'코로나19(COVID-19)'로 사실상 한국발 하늘길이 끊기며 항공업계가 신용카드업계에 항공권 취소 대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항공사는 신용카드사로부터 미리 항공권 결제대금을 받았지만 항공권 취소가 속출하며 항공사가 취소 대금을 제때 카드사에게 돌려주지 못하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이후 일부 항공사들이 신용카드 업체들에게 돌려주지 못한 항공권 취소 대금이 500억원을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항공사들이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며 극심한 자금난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등 일부 항공사들은 신용카드 업체들에게 항공권 취소 대금 지불을 유예해달라고 요청했다. 지금까지 항공권 대금 지불이 일부 지연된 적은 있지만 대형 항공사까지 나서서 항공권 대금 지불을 미뤄달라고 요청한 적은 없다.
이렇다보니 이날 카드업체들은 여신금융협회에 모여 항공사의 항공권 취소 대금 지불 유예 문제를 긴급 논의했다.
항공권은 출발일보다 수 개월 전에 미리 예약하기 때문에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경우가 절대적으로 많다. 이때 항공권 결제가 이뤄지면 카드업체는 해당 금액을 카드 가맹점인 항공사에 선지급하고, 나중에 월별 정산으로 항공권 구입 고객에게 대금을 청구한다.
만약 구입한 항공권이 환불 처리되면 카드사는 반대로 결제액을 먼저 회원에게 돌려준 뒤 항공사로부터 같은 금액을 받는다. 항공사는 이 과정에서 해당 취소 금액을 즉시 카드사에 반납하거나, 향후 발생하는 카드 매출 대금에서 이 금액을 빼주는 방식으로 처리한다.
하지만 한국발 항공편의 입국금지·조치가 전 세계로 확산되며 항공사들이 정상적으로 항공권 결제 대금을 카드사에게 돌려주지 못하고 있다. 항공노선의 80% 정도가 운항을 멈추며 항공기 리스비와 주기료 등 공항시설사용료를 낼 돈조차 없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올 2~3월은 사실상 모든 항공권이 취소돼 매출이 바닥인 상태"라며 "코로나가 진정되더라도 이런 여행 심리가 회복되려면 오랜 기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항공사들은 항공노선 자체가 중단되는 불가피한 이유가 있는만큼 항공권 취소 시 위약금 없이 전액 고객에게 환불을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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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항공권 출발일이 얼마 남았느냐에 따라 예약 취소시 3만~45만원까지 위약금을 받아왔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항공권 취소는 위약금 적용을 받지 않는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월말부터 2월 중순까지 단 3주간 발생한 항공권 환불액만 3000억원에 달한다. 이후 베트남과 일본의 입국금지·조치가 시행되며 항공권 환불액은 눈덩이처럼 더 늘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2월 중순 이후 항공권 환불액이 그 이전 환불액보다 최소 2배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는 당장 지불유예를 해준다고 해도 앞으로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 계속 지불유예를 지속하는 것은 힘들다는 입장이다. 한국항공협회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로 올 상반기 항공업계의 매출 피해는 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일부에서는 코로나가 장기화하면 자칫 항공업계 자금난이 카드사로 옮겨붙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카드업계의 또 다른 고객인 여행·숙박업계도 항공업계와 마찬가지로 계약 취소 대금 미지불 문제가 잇따르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항공업계 규모로 볼 때 카드 결제 취소대금 500억원도 못준다는 것은 그만큼 유동성위기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라며 "이번 사태 장기화에 따른 카드업계 대책도 절실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