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몰라보게 좋아졌어요" "제네시스 브랜드가 확실히 한단계 올라선 것 같습니다"
최근 벤츠, BMW 등 글로벌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 관계자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나오는 화제가 현대차다. 한국 시장에서 절대적인 강자여서기도 하지만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의 약진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현대차그룹(현대차·기아)은 올해 1~6월 유럽에서 폭스바겐그룹(24.1%), 스텔란티스(19.4%)에 이어 점유율 9.9%로 3위를 차지했다. 작년 상반기 4위(점유율 7.6%)에서 한단계 상승한 것이다. 르노(9.3%), BMW그룹(7.2%), 도요타그룹(7.1%), 메르세데스-벤츠(5.8%) 등이 현대차 뒤에 자리했다.
자동차의 본산 미국 시장에서의 약진은 더욱 두드러진다.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와 SUV 판매 증가가 견인차다. 올 상반기 미국의 제네시스 판매량은 2만5668대로 역대 상반기 최다를 기록했다. 급속히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대차 그룹의 아이오닉5와 EV6는 올해 들어 5월까지 2만1467대가 팔려 테슬라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판매량과 소비자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현대차·기아가 중간 판매상에게 주는 인센티브도 2020년 대비 35% 가량 줄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증권가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올해 전체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8조2857억원과 6조5660억원으로 합계 15조원에 육박한다. 사상 최대치다. 기존 최대는 지난 2012년 기록한 11조9592억원이다.
유일한 걱정거리는 노조의 파업이었다. 현대차는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무분규로 임단협을 타결했지만 올해는 달랐다. 강성지도부가 새롭게 들어선데다 정년연장, 국내 공장 신설, 생산 기술직 신규 채용에 높은 임금 인상까지, 요구 조건이 어느때보다 높았다.
다행히 지난 12일 극적으로 점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사측이 29년만의 국내 신공장 건설, 10년만의 생산·기술직 채용 등 핵심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물꼬를 텄다. 임금 인상도 노조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했다. 파업으로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질주를 멈출 수 없다는 정의선 회장의 결단이 있었을 것이다.
현대차는 파업 위기를 넘기고 있지만 한국 경제의 고질병인 노조 문제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 자동차 업계의 경우 연례 행사처럼 파업 압박을 받거나 실제로 파업이 이뤄지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2019년 무분규 합의 전까지 7년 연속 파업을 겪었고, 기아는 지난해 무분규 타결 전까지 10년 연속, 르노삼성은 지난해까지 4년 연속 파업을 경험했다. 한국GM 노사도 지난해 3년 만에 무분규 임단협 타결에 성공했지만 그 과정에서 부분파업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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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파업의 배경엔 노사간 힘의 불균형이 있다. 노조가 파업권을 행사할 때 사측이 대응할 수 있는 카드가 마땅치 않다. 직장 폐쇄와 파업 시 대체근로가 있지만 허용 기준이 해외 국가들에 비해 훨씬 엄격하다. 여기에 임단협 효력이 다년간 미치는 주요국과 달리 우리 노조는 '다년 합의'를 거부한다.
전임 문재인 정부 5년 동안은 민주노총 등 노조의 영향력이 강했다. 노사 힘의 균형이라는 노동 개혁 의제는 꺼내기도 어려웠다. 새 정부는 민간 주도 비전을 내세웠다. 정부, 재정이 아니라, 기업, 시장이 주도하는 경제다. 이를 위해선 대한민국 기업의 모래주머니, 노조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필수다.
물론 어려움이 많다. 정권 초반 국정 지지율이 바닥이다. 국회도 확실한 '여소야대'다. 선거 때마다 결집하는 노동계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시각을 달리해보면 반전의 기회다. 강성, 귀족 노조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크다. '민간 주도'를 내건 새 정부 국정 철학과도 맞아 떨어진다. 열세인 지지율에 잃을 것도 적다. 대한민국 기업, 경제를 살리는 길이다. 시도 자체로 역사적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윤 대통령 당선의 일등 공신은 지난 정부 국정 운영에 대한 실망감이다. 새 정부 국정 운영의 열쇠도 여기에 있다. 기울어진 노사 관계를 바로 잡는 것이 그 하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