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조달·재고' 3중고 떠안은 정유사들

'원가·조달·재고' 3중고 떠안은 정유사들

최경민 기자
2026.04.01 04:01

이란사태 장기화 탓, 내달 아랍라이트 프리미엄 폭등 전망
단기 현물매매로 수급난도… 종전땐 재고 평가손실 불가피

정유업계 트리플 리스크/그래픽=김현정
정유업계 트리플 리스크/그래픽=김현정

이란사태 장기화로 정유업계가 '원가·원유조달·재고'라는 삼중고에 직면했다. 유가 변동성 확대에 따른 리스크를 정유사들이 그대로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중장기 사업의 불확실성이 증폭된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아시아 정유사들과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는 아랍 라이트(경질유) 5월 인도분 관련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아랍 라이트는 국내 정유사들이 많이 수입하는 유종 중 하나로 여타 유종 가격의 대표 기준점 격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홍해 방면 얀부항을 통해 수출이 이뤄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아랍 라이트 가격이 폭등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아람코에서 아시아로 수출하는 원유에 추가로 붙는 OSP(공식판매가격) 프리미엄의 경우 배럴당 40달러 수준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상 처음으로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이뤄진 가운데 전쟁 장기화 가능성까지 불거지며 프리미엄이 4월분(배럴당 2.5달러) 대비 상승폭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일반적으로 아람코의 월간 계약 가격은 두바이유(혹은 오만유)에 프리미엄을 가감해 산정한다. 현재 두바이유가 배럴당 약 120달러에 거래되는 것을 고려하면 5월 도입가가 배럴당 160달러대에 달할 수 있는 셈이다. 정유사들 입장에서는 아랍 라이트 5월분 구매에 선뜻 나서기 힘든 상황이다. 전쟁이 그 사이 끝나버리면 비싸게 들여온 원유로 만든 제품을 값싸게 팔아야 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어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배럴당 40달러라면 전례 없는 수준의 프리미엄이 적용되는 것으로 다른 유종도 큰 폭의 상향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정유사들 입장에서는 구매물량을 축소할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된다면 가동률 하향에 따른 석유제품 공급축소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지속되는 전쟁 속에 원유조달 자체도 어려워진다. 지난 2월28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원유 가격이 폭등한 가운데 호르무즈해협이 막히자 글로벌 정유사들이 일제히 스폿(단기 현물매매) 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중동 대체 원유조달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단기물량 가격 또한 상승하는 추세로 알려졌다. 원유 수급 이슈는 산업의 불확실성으로 직결된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국내 정유·석유화학업체들이 보유한 원재료도 4월 중순이면 크게 소진될 수 있다"며 "4월 중순에서 4월말 사이 가동률 조정 가능성이 대두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재고문제 역시 부각된다. 국내 정유사들은 도입원가와 시가를 비교해 낮은 금액으로 재고자산을 평가하는 '저가법'을 통해 회계처리를 한다. 가격하락 국면에는 손실을 조기에 반영해야 하는 구조다. 만약 2분기 중 종전이 되고 유가가 떨어질 경우 원유·석유제품 가격하락에 따른 대규모 재고 평가손실이 무조건 발생하게 된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환율까지 달러당 1500원대로 오른 상황 속에서 원가와 원유조달, 재고 리스크가 한꺼번에 몰려온다"며 "전쟁이 길어질수록 원가부담과 조달불안이 커지고 휴전이나 종전이 될 경우에는 재고손실이 발생하는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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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민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부 최경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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