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리모델링 조합이 돈을 빌리는 방법

[법] 리모델링 조합이 돈을 빌리는 방법

허남이 기자
2026.05.04 17:24

리모델링 주택조합이 조합원들의 동의도 없이 수억 원의 빚을 지는 것이 과연 법적으로 가능할까?

 김택종 변호사/사진제공=법무법인 센트로
김택종 변호사/사진제공=법무법인 센트로

재건축·재개발을 규율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이 문제에 대해 매우 엄격한 태도를 취한다. 조합이 돈을 빌리려면 반드시 총회의 결의를 거쳐야 하고, 이를 위반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대법원 판례 역시 총회 결의는 반드시 '사전 의결'을 의미한다고 보아, 일단 돈부터 빌린 뒤 사후에 추인을 받는 방식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다.

반면 리모델링주택조합이 따르는 주택법은 다소 다른 모습을 보인다. 자금 차입 시 총회 결의를 받아야 한다는 명시적인 규정도 없고, 이를 위반했을 때 형사처벌을 하는 조항도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주택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 따르면 자금 차입은 총회 의결사항이나 법률상 근거가 없는 이상 이를 이유로 형사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리모델링조합의 법적 성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법원의 주류적인 태도는 정비사업조합을 공공성을 가진 '행정주체'로 보는 반면, 리모델링조합은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한 '사경제 주체'로 보고 있다. 이러한 차이를 고려하면, 정비사업조합과 리모델링주택조합을 동일한 기준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예컨대 상법상 주주총회에서도 긴급한 경영상 필요에 따라 선행 행위가 이루어진 뒤 사후에 추인을 통해 효력을 인정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리모델링조합의 자금 차입 역시 일정한 요건 아래에서 사후 추인을 인정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조합원의 재산권 보호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만 단지 절차의 선후가 뒤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이미 실행된 자금 차입의 효력을 전면 부정하고 사업 자체를 중단시키는 것이 과연 조합원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는지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절차의 엄격함 못지않게 사업의 연속성과 실질적 이익 역시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시대는 변하고 있고, 법도 이에 맞는 해석을 요구받고 있다. 리모델링 사업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사후 추인의 가능성을 전면적으로 배제하기보다는 일정 범위에서 이를 인정하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글 법무법인 센트로 김택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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