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15일 LG화학(243,500원 ▼14,500 -5.62%) 경기 오산CS 캠퍼스에 위치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사업부 연구개발(R&D) 현장. 시험설비 중앙에는 빛을 내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는 검은색 막대가 눈에 들어왔다. 쇠처럼 단단해 보였지만 금속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한 나일론(PA) 소재의 EP였다. 이를 품은 설비는 200만회 이상의 반복 하중을 가하며 실제 차량에 적용됐을 때 부품이 얼마나 오랫동안 버틸 수 있는지를 검증하고 있었다.
이정환 LG화학 엔지니어링소재 응용기술팀장은 "파일럿 설비로 제작한 시제품을 부품 단위로 진동 등 여러 성능을 시험하는데, 자동차나 전기·전자 업체들이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설비를 갖추고 평가한다"며 "시뮬레이션한 소재 적용 결과가 실제 부품에서 동일하게 수명이나 성능이 구현되는지까지 확인하는 작업"이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이곳은 고객사가 원하는 소재를 개발하고 이를 실제 부품에 적용해 성능을 검증한 뒤 양산과 글로벌 인증까지 지원하는 글로벌 EP의 R&D 허브다. 구체적으로 고객사의 소재 개발 검토부터 '시뮬레이션 솔루션(SISO·Simulation Solution)' 가동, 파일럿 시제품 제작, 성능 평가, 글로벌 인증까지 고객 맞춤형 솔루션의 개발 전 과정을 원스톱으로 지원하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업계에서 고객 밸류체인(가치사슬) 전반의 불확실성을 해결할 수 있는 소재 개발과 기술 지원 체계를 통합·구축하고 있는 곳은 오산 CS캠퍼스의 EP R&D 센터가 유일하다. 핵심 경쟁력은 소재 단계부터 실물 검증까지 끊기지 않는 통합 개발 체계에서 나온다. LG화학은 우선 40여년간 축적한 EP 처방과 물성 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을 바탕으로 소재 물성을 예측하고 처방을 추천한다. 이후 컴퓨터활용 공학(CAE)과 전문 연구원의 역량을 결합해 개발한 부품 성능 SISO가 컴퓨터상에서 제품의 가상 환경을 구현해 소재 물성부터 부품의 성형 공정, 구조·성능, 신뢰성까지 예측하고, 이를 실제 수백 개의 부품 시험과 평가 설비에서 검증한다.

무엇보다 SISO의 예측 결과를 부품 단위에서 검증하는 체계는 고객 신뢰도를 높이고 공동 개발까지 이어지게 하는 비결로 꼽힌다. 이 과정에서 수백개 연구 설비들은 고객 요구에 따라 최대 1000만회 반복 피로시험을 비롯해 충격과 진동, 내열 등 다양한 평가를 자체 수행하고 있다. 외부 시험기관에 의뢰할 경우 수개월의 기간과 수천만 원에서 최대 1억원의 비용이 드는 성능 시험도 내부에서 처리할 수 있다.
글로벌 인증을 자체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강점이다. 그동안은 시편(제품표본)을 해외 안전인증기관인 UL 시험소로 보내 평가받아야 했다. 시험에 실패하면 시편을 다시 제작해 보내야 하기 기때문에 인증까지 최소 2달이 걸렸다. EP R&D는 UL이 인정한 자체 시험 데이터로 인증 절차를 진행할 수 있어 제품 개발과 인증에 필요한 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LG화학 EP 사업부가 이같이 전주기 지원 체계를 구축한 것은 로봇과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등 신산업 분야의 선행 개발 사례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다. 향후 로봇 시장이 자동차나 가전 산업처럼 대량 양산 단계에 진입하면 축적된 적용 사례와 시험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재 채택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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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형석 LG화학 엔지니어링소재 개발운영팀장은 "지금 당장 양산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다양한 선행 검증, 부품 적용 사례를 축적해두면 이를 본 다른 고객사가 새로운 공동 개발을 제안해오기도 하고, 반대로 우리가 고객도 미처 인식하지 못한 니즈를 먼저 제안할 수 있는 선순환이 만들어 지게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축적한 개발 사례와 시험 데이터를 근거로 고객사에 최적의 소재를 제안하고 이를 새로운 공동 개발 과제로 연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