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에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놓고 산업통상부와 재정경제부가 온도차를 드러냈다. 산업부는 구매 보조금만으로 중국산 전기차와의 가격 격차를 메우기 어렵다며 필요성을 강조한 반면 재경부는 국내 전기차의 점유율 하락 원인과 지원 효과를 따져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모빌리티포럼의 '국내 전기차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세미나에서는 국내 생산기반을 지키기 위한 지원책이 논의됐다. 박정규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초빙교수와 윤경선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상무가 주제발표를 하고 정구민 한국모빌리티학회 회장이 좌장을 맡아 지정토론을 진행했다.
주제발표에 나선 박 교수는 중국 전기차 기업들의 해외 진출 확대와 주요국의 대응을 짚었다. 특히 이탈리아의 자동차 생산 감소 사례를 들며 완성차 생산기반이 약해지면 부품 생태계와 기계산업 전반으로 여파가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 교수는 일본처럼 국내 생산과 투자를 뒷받침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면서도 "기업 입장에서는 중국 기업과 경쟁할 수 있도록 원가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발표한 윤 상무는 국내 생산기반 유지에 따르는 부담을 개별 기업에만 맡기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기업은 생산비가 낮은 중국에서 차량을 만들어 국내에 판매할 수도 있지만 국내 고용과 산업 생태계를 유지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개별 기업이 그런 부담을 떠안으면서 국내에서 생산기반을 가져가는 것은 상당히 부담이 크다"며 "국내 생산기반 강화를 위해서는 국내 생산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정토론에서는 생산세액공제를 둘러싼 부처 간 입장 차이가 드러났다. 임채욱 산업통상부 자동차과장은 "전기차 생산세액공제가 필요하다고 정부 논의 과정에서 얘기해왔지만 전체적인 정부 협의 과정에서 제외됐다"며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이 부분이 좀 더 논의되고 검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 과장은 국내와 중국의 생산비 격차를 언급하며 "구매 보조금으로 그 갭을 다 메꿀 수는 없다"고 했다. 국내 공장과 부품업체의 일감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부품 생태계가 400만대 규모에 맞춰져 있다"며 "고용과 생태계가 유지되려면 국내에서 최소한 400만대 규모의 생산은 계속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조문균 재정경제부 조세특례제도과장은 생산세액공제 대상에서 전기차가 빠진 것이 전기차산업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정부안은 이차전지를 통해 전기차를 간접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했고 자율주행과 배터리 충전 기술 등에도 이미 세제 지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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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과장은 국내에서 판매되는 중국산 전기차 중 테슬라 비중이 높다는 점을 들어 "과연 가격 경쟁력만이 문제인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기술 경쟁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기존 연구개발·투자 지원제도를 충분히 활용해달라고 당부했다. 추가 지원에 대해서는 업계와 관계 부처의 의견을 검토에 반영하겠다면서도 지원 효과와 위험 등을 살펴야 한다며 "신중하게 의견을 수렴해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산 전기차의 점유율 확대는 가격 경쟁력이 핵심이라고 반박했다. 국내에서 테슬라가 많이 팔리는 것도 중국에서 생산해 가격을 낮췄기 때문이며 미국에서 생산한 차량이 더 비싸게 들어왔다면 판매가 지금처럼 늘지 않았을 것이란 설명이다. 조 연구위원은 "결국은 가격의 문제"라며 주요국의 관세 부과 역시 가격 격차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은 미국이나 유럽처럼 관세로 대응하기 어려운 만큼 일본처럼 구매 보조금 지원과 함께 생산세액공제 등 국내생산촉진세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토론 후 발언한 윤한홍 국회 모빌리티포럼 공동대표의원도 생산세액공제를 국내 생산기반을 지키는 수단으로 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협력업체들이 생산시설을 해외로 옮기면 대기업의 수출과 수주가 늘어도 국내에 효과가 충분히 돌아오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재경부에는 "산업부에만 현장 방문을 맡기지 말고 직접 생산 현장을 살펴보라"고 촉구했다.
윤한홍 의원은 업계를 향해서도 "정부에서 세금 깎아 달라고 그 이야기만 계속해서는 안 된다"며 혁신과 비용 절감을 주문했다. 이어 윤후덕 공동대표의원은 이형일 부총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국내생산세액공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정부의 지원을 거듭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