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 공격적 확대 … 삼성·하이닉스, HBM 선두 경쟁

글로벌 빅테크(대형 IT기업)들이 AI(인공지능) 인프라 투자를 앞다퉈 확대하며 견조한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를 재확인했다. 시장의 성장세가 뚜렷한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HBM4(6세대)를 앞세워 점유율 선두를 탈환한다는 전략이다. SK하이닉스는 "단기간에 경쟁력 확보는 어려울 것"이라며 1위 수성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2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아마존과 구글(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4대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클라우드사업자)는 최근 2분기 실적발표에서 올해 설비투자(CAPEX) 계획을 연이어 상향조정했다. 이들의 올해 투자규모는 최대 7250억달러에서 7600억달러로 증액됐다. 역대 최고수준이다. 특히 최근 아마존은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10% 높여 잡으면서 그 배경으로 메모리반도체 가격상승을 꼽았다. 아마존은 "(2200억달러를) 투자하더라도 올해 모든 수요를 충족하기엔 충분치 않다"며 "이런 상황은 2027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은 AI 인프라 공급부족이 여전하며 투자에 따른 수익도 본격적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AI데이터센터 투자확대도 내년 이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년 주요 하이퍼스케일러의 투자규모는 1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공격적인 AI데이터센터 투자확대는 HBM 수요를 더욱 키운다. 빅테크들의 자체 AI 가속기 개발로 HBM 시장도 엔비디아 중심에서 점차 다변화하는 추세다. 시장의 성장세가 뚜렷하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점유율 경쟁도 한층 달아오른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0일 열린 '2026년 2분기 실적발표'에서 "올해 3분기 HBM4 매출은 전분기 대비 3배 이상 확대될 것"이라며 "하반기 중 전체 D램 시장점유율과 동등한 수준의 HBM 시장점유율을 확보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사실상 HBM 시장에서도 1위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셈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삼성전자의 글로벌 D램 시장점유율(매출 기준)은 38%로 SK하이닉스를 9%포인트 앞서며 1위에 올랐다. 반면 HBM 시장에선 SK하이닉스가 58%로 선두를 지켰고 삼성전자는 21%에 머물렀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양산에 들어간 HBM4를 앞세워 점유율 격차를 빠르게 좁힌다는 전략이다. HBM4 공급은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확대된다. 엔비디아뿐 아니라 AMD와 구글 등 고객기반이 넓어진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삼성전자는 LTA(장기공급계약)를 기반으로 HBM 공급을 확대한다. 특히 실적발표에서 5대 데이터센터 운영사와 LTA를 체결한 사실과 함께 "특정 고객사에 지나치게 편중되지 않는 균형잡힌 고객포트폴리오를 운영 중"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엔비디아 의존도가 높은 SK하이닉스를 겨냥한 발언이라고 봤다.
SK하이닉스도 시장 1위 수성에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달 29일 열린 실적발표에서 "HBM4를 2분기부터 양산, 출하하기 시작했으며 하반기에는 생산을 본격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HBM2E(3세대)부터 역량을 꾸준히 입증했다"며 "시장출시 시점과 제품성능, 양산수율, 품질, 고객신뢰도 전반에 걸쳐 축적한 경쟁력은 단기간에 확보하기 어려운 차별화 요소"라고 선을 그었다. 또 "수율과 품질이 성숙단계에 진입한 이전 세대에 근접한 수준"이라며 HBM4 양산의 안정성을 부각했다.
제품을 적기에 공급할 수 있는 양산역량과 축적된 고객신뢰를 바탕으로 선두지위를 지키겠다는 의미다. 특히 '핵심고객'을 포함한 10개 기업과 LTA를 완료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양사는 나란히 차세대 제품인 HBM4E(7세대) 샘플을 공급한 사실도 공개, 차세대 시장을 둘러싼 기술경쟁에도 불을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