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자사주 소각, 금융 계열사 '10%룰'에 영향...SK하이닉스는 SK스퀘어에 '20%룰' 적용

AI(인공지능) 메모리 슈퍼사이클을 타고 삼성전자(271,000원 ▲23,500 +9.49%)와 SK하이닉스(1,691,000원 ▲191,000 +12.73%)의 곳간에 막대한 현금이 쌓이고 있다. 역대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양사 모두 주주환원 확대에 초점을 맞주고 있지만 돈을 푸는 방식은 다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배당, SK하이닉스는 자사주 소각에 상대적으로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각각 관련 법률의 '10%룰'과 '20%룰'을 적용받는데 따른 결과다.
20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조만간 잉여현금흐름(FCF)의 50% 등을 활용한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는다. 환원규모는 올해에만 100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해졌다. 역대 최대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에 매출 305조3700억원, 영업이익 146조7200억원을 기록했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에서만 142조860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 6월말 기준 보유 중인 순현금 규모만 167조5900억원에 달한다. 주주환원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적극적 주주환원 정책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에는 총수들의 의지가 작용했다. 대대로 '경영 원칙'을 중시하는 삼성그룹이 일찌감치 'FCF 50%'를 주주환원 재원으로 설정한 것도 기준을 분명히 해두는 차원이었다. 최근 'N% 성과급 논란'에서도 현금이 아닌 전액 주식 보상 등을 관철해 주주가치 훼손 우려를 최소화한 것 역시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뜻이 반영됐다.
기업의 목적 자체를 '구성원의 행복'에 두는 SK그룹도 마찬가지다. 최태원 회장은 그간 "스테이크홀더(주주 등 이해관계자)가 같이 행복해야 된다는게 우리가 생각하는 전제 조건"이라고 밝혀왔다.
하지만 구체적 주주환원 방식은 차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와 자본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주주환원이 정규배당과 특별배당 등 현금배당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2024년 1월 발표한 2024~2026년 주주환원 정책에서도 3년간 FCF의 50%를 주주에게 환원하고 연간 9조8000억원의 정규배당을 실시하기로 했다. 정규배당 후 남은 재원을 특별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소각 등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현금배당에 좀 더 무게를 둘 것으로 보는 이유로는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의 '10% 룰'이 꼽힌다.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297,000원 ▲21,000 +7.61%)과 삼성화재(622,000원 ▲9,000 +1.47%)는 금산법에 따라 삼성전자 지분을 총 10%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지난 6월말 기준 삼성생명은 8.51%, 삼성화재는 1.49%를 보유해 한도를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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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소각하면 전체 발행주식 수가 줄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지분율은 상승한다. 금융계열사들이 10% 한도를 유지하려면 그만큼 삼성전자 주식을 시장에 내놔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 지난 3월 삼성전자가 보통주 7336만주 규모의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발표하자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보유 지분율을 맞추기 위해 삼성전자 주식 약 1조5000억원어치를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 방식으로 처분했다.
자사주 소각이 진행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이에 맞춰 보유 주식을 계속 매각해야 한다. 합산 지분은 10% 수준을 유지하지만 보유 주식 수 자체는 감소한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연결고리인 금융계열사의 삼성전자 보유 주식 수가 감소한다는 점에서 부담이다. 굳이 자사주 소각 비중을 크게 높일 유인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회장 등 오너 일가가 삼성전자 주식을 직접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소액주주들이 배당을 받을 때 '같은 주주'로서 이 회장 등도 함께 배당을 받는 구조다. 보통주 기준으 △이재용 회장이 1.67%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회장이 1.25% △이서현 삼성물산 전략기획담당 사장이 0.78%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0.71%의 삼성전자 지분을 갖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상황이 다르다. SK하이닉스는 전날(19일) 40조원 규모(2407만주)의 자사주를 취득해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전체 발행주식의 약 3.3%에 해당하는 규모다. 동시에 2025~2027년 누적 FCF의 주주환원 기준을 기존 '50% 범위 내'에서 '50% 이상'으로 강화했다.
대규모 주주환원을 이끌어낸 동력은 역대 최대 실적이 있다. SK하이닉스는 올 상반기에만 98조15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지난 1분기말 35조원이던 순현금은 2분기말 69조4000억원으로 3개월만에 2배 가까이 증가했다.
SK하이닉스의 자사주 소각은 주주환원 외에 또 다른 효과도 있다. 최대주주 SK스퀘어(1,123,000원 ▲119,000 +11.85%)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SK하이닉스 지분을 최소 20% 보유해야 하는 '20%룰'에 걸려 있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SK스퀘어가 보유한 주식 수는 그대로이지만 전체 발행주식 수가 줄면서 지분은 올라간다.
현재 SK스퀘어의 SK하이닉스 지분은 20.00%로 법적 요건의 하한선에 맞닿아 있다. 이번에 발표한 2407만주를 전량 소각하면 단순 계산상 SK스퀘어의 지분은 약 20.68%로 상승한다. 추가적인 지분 취득 없이도 20% 요건을 충족하는데 여유가 생기는 셈이다.
이는 향후 ADR(미국주식예탁증서)을 추가 발행할 수 있는 여력으로도 활용될 수도 있다. SK하이닉스가 지난달과 같이 신주 발행 방식으로 ADR을 구성하면 전체 발행주식 수가 늘어나 SK스퀘어 지분은 낮아진다. 지난달 진행된 ADR 발행 규모도 SSK스퀘어가 지분 20%를 유지해야 한다는 제약이 고려됐다.
이번 자사주 소각으로 SK스퀘어 지분이 20.68%까지 높아지면 향후 신주형 ADR을 추가 발행할 여력이 생긴다. 소각한 주식만큼 향후 신주 발행을 할 수 있어서다. 상대적으로 주가가 저평가된 시기에 자사주를 매입·소각하고 향후 기업가치가 높아진 시점에 신주를 발행하면 회사 입장에서는 자본조달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또 삼성전자와 달리 SK하이닉스에는 오너 일가의 직접 보유 지분도 사실상 없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말 SK하이닉스 주식 3620주를 약 48억원에 매수한 것이 전부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정책 기간 내 현금흐름과 시장 상황, 배당가능이익 등을 고려해 자기주식 취득·소각과 배당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추가 주주환원을 추진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규모와 방식은 3분기 실적발표 시점에 안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