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마아파트 재건축조합이 이주 개시와 동시에 세입자 전원을 상대로 명도소송과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을 제기하고, 이주를 완료한 세입자에 대해서는 순차적으로 소를 취하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얼핏 보면 아직 이주를 거부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미리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과도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수많은 재건축·재개발사업을 수행한 경험에 비추어 점유자 전원을 상대로 명도소송을 제기하는 '일괄명도' 또는 '통명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비사업에서 가장 비싼 것은 '시간'이다
수천 세대 가운데 99%가 이주했더라도 마지막 몇 세대가 남으면 철거와 착공이 지연된다. 이주 단계에서는 이미 수천억 원에 이르는 이주비와 사업비가 투입되는 경우가 많아 사업이 늦어지는 만큼 막대한 금융비용이 발생한다.
반면 일괄명도를 위한 법무용역비는 대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한두 달의 금융비용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명도비용을 아끼려다 사업이 몇 개월 지연된다면 오히려 훨씬 큰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더구나 누가 끝까지 이주를 거부할지는 미리 알 수 없다. 사업에 적극적이던 조합원이나 심지어 조합임원이 이주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었다. 필자의 경험상 일괄명도에 반대하면서 이주기간 종료 후 남은 세대만을 상대로 소송하자고 주장했던 조합원이 정작 이주를 거부해 강제집행까지 이어진 사례도 적지 않았다.
명도소송은 '시간을 확보하는 절차'다
명도소송은 소장 송달부터 변론, 판결, 강제집행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주기간이 끝난 뒤 미이주자를 확인하고 소송을 시작한다면 이미 상당한 시간을 잃은 셈이다.
일괄명도의 목적은 모든 점유자를 강제로 내보내는 것이 아니다. 정상적으로 이주하면 소송을 취하하고, 끝까지 이주하지 않는 경우 이미 진행해 둔 소송을 통해 신속하게 판결과 강제집행으로 나아가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끝까지 이주하지 않는 사람은 세입자만이 아니다. 조합원도 마찬가지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81조 제1항은 관리처분계획인가 고시가 있으면 종전 토지·건축물의 소유자·임차권자 등은 원칙적으로 이를 사용·수익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따라서 일괄명도는 세입자뿐만 아니라 미이주 조합원까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일괄명도는 모든 조합원과 세입자를 적으로 돌리는 소송전이 아니다. 단 몇 명의 미이주로 사업 전체가 멈추는 위험을 막고 사업기간과 금융비용을 통제하기 위한 선제적인 사업관리 수단이다. /글 법무법인 센트로 유재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