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체크리스트]⑥해검

"길이 5.5m짜리 무인 보트가 대형 군함을 침몰시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해전의 공식을 바꿔놨다. 2024년 2월 우크라이나의 길이 5.5m짜리 무인수상정(USV) '마구라 V5' 여러 대가 크림반도 인근에서 러시아 흑해함대의 대형 상륙함 '체자르 쿠니코프'를 공격해 침몰시켰다. 러시아 미사일 초계함 '이바노베츠'와 경비함 '세르게이 코토프'도 잇따라 무인수상정 공격으로 침몰했다. 무인수상정이 값비싼 군함을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실전에서 입증되면서 세계 각국은 무인수상정을 미래 해전의 '게임체인저'로 주목하고 있다.
한국에도 10년 넘게 진화를 거듭해온 '바다의 무인 전력'이 있다. LIG 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LIG D&A)의 '해검(海劍·Sea Sword)'이 그 주인공이다. 해검은 지난 10여년간 임무에 따라 수중 감시와 무장, 함정 탑재까지 영역을 넓혀왔다. 하나의 무인수상정에 모든 기능을 넣는 대신, 임무 장비에 따라 다양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검-II와 해검-III, 해검-V 등으로 계열화한 것이 특징이다.
각 모델은 수중 감시부터 무장, 함정 탑재까지 서로 다른 임무에 특화됐다. 해검Ⅱ는 수중 감시정찰 능력을 강화한 모델이다. 수중에서 자동으로 진수·회수할 수 있는 수중 플랫폼(ROV) 모듈을 탑재했다. 무인수상정이 해수면 위를 돌아다니며 감시하는데 그치지 않고 수중까지 작전 영역을 넓힌 것이다.
해검Ⅲ는 '정찰'을 넘어 '공격' 능력까지 갖췄다. 전방에 12.7㎜ 중기관총과 2.75인치 유도로켓 '비궁' 발사대를 탑재했다. 국내 최초로 최대 파고 2.5m 수준인 '해상상태 4'에서 실해역 내항성능시험도 성공적으로 완료해 열악한 해상환경에서도 유인전력 없이 24시간 운용할 수 있다.
해검Ⅴ는 군함에 싣고 다니다가 필요할 때 바다로 내려보내는 함 탑재 전용 무인수상정이다. 의심스러운 표적이 발생하면 모함에서 분리돼 표적을 식별하고 즉각 대응이 가능하다. 승조원이 탄 군함이 위험지역에 직접 접근해야 하는 부담을 줄이면서 감시와 정찰 범위를 확대한 것이 강점이다.
여기에 한·호주 국제공동연구과제로 개발된 M-Hunter는 기뢰대항작전(MCM)으로 무인수상정의 임무 영역을 넓혔다. 수중에서 기뢰를 탐색하는 무인잠수정(AUV) 등 서로 다른 무인체계와 연동하는 이종간 군집운용을 통해 사람이 탄 함정을 위험지역에 직접 투입하지 않고 기뢰를 탐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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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검의 진화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무장'이다. 무인수상정이 사람 대신 위험지역을 정찰하는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경우 공격 임무까지 수행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발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폭발물을 싣고 적 함정으로 돌진하는 무인수상정의 위력을 보여줬다면 LIG D&A는 무인수상정에서 유도무기를 발사해 떨어진 표적을 정밀 타격하는 방식으로 무장 능력을 발전시키고 있다.
대표적인게 해검Ⅲ에도 탑재된 2.75인치 유도로켓 '비궁'이다. '발사 후 망각(Fire and Forget)' 방식이 적용된 비궁은 마치 무인화 시대를 예견한 듯 무인체계 적용에 최적화된 미사일이다. 발사 이후 자율적으로 표적을 추적하기 때문이다. 종이컵 굵기에 불과한 공간적 제약으로 동급의 다른 유도무기는 구현해내지 못한 기능이다. LIG D&A는 비궁 발사대도 수출용으로 자체 개발해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실제 시험에서도 가능성을 보여줬다. 2024년 7월 하와이 해역에서 진행된 환태평양연합군사훈련(RIMPAC·림팩) 기간 해외비교시험(FCT) 최종 시험발사에서 미국 무인수상정에 탑재된 비궁 6발이 모두 표적을 명중시켰다. 한국과 미국을 통틀어 '무인 표적-공중 무인기 탐지-위성통신-무인수상정 탑재 유도로켓 발사' 등 전 과정에 무인화 개념을 적용한 최초의 사례로 해양 무인체계의 실전 능력을 검증한 것이다.
해검은 이제 실제 해군 전력화를 앞두고 있다. LIG D&A는 2024년 방위사업청과 체결한 정찰용 무인수상정 체계개발사업을 통해 2027년까지 12m급 무인수상정 2척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번 개발은 해군 전진기지 및 주요 항만에 대한 감시정찰과 신속한 현장대응 능력을 보강하기 위해서다. 개발을 마치면 국내 최초로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은 무인수상정을 해군에 납품해 실제 배치·운용하는게 목표다.
이는 해군이 추진하는 '네이비 씨 고스트(Navy Sea GHOST)' 구축과도 맞닿아 있다. 네이비 씨 고스트는 유인 함정과 무인수상정·무인잠수정·무인항공기 등을 연결해 작전을 수행하는 해양 유·무인 복합전투체계다. 병력 감소에 대응하는 동시에 위험도가 높은 임무를 무인체계에 맡겨 장병의 생존성을 높이는게 핵심이다.
LIG D&A는 무인 플랫폼 고도화를 위한 투자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구미하우스에 '무인수상정 전용 체계통합시험동'을 준공했다. 체계통합시험동은 약 1000톤 규모의 수조에서 △플랫폼 △자율운항장치부 △중앙통제부 △무선통신부 △무장 △감시정찰부 △수중탐색부로 구성된 각 부체계 단위를 점검해 체계통합 시험을 수행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해군이 추진 중인 해양 유무인복합체계의 구현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해검을 통해 확보한 기술의 쓰임새는 군에만 머물지 않는다. LIG D&A는 지난 7월 소방청 수난구조대원을 위한 무인수상정 주관연구개발기관으로 선정돼 '수난구조 무인수상정' 개발에 착수했다. 급류와 악천후, 저시계 등 위험 요인이 많은 수난구조 현장에 사람보다 무인수상정을 먼저 투입해 구조대원의 안전까지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개발되는 무인수상정은 고위험 지역에서 실시간으로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초기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LIG D&A는 군 무인수상정 개발을 통해 이미 검증을 마친 자율운항과 장애물 회피, 원격 지휘통제, 센서통합 등의 기술을 집약해 수난구조 임무에 최적화된 무인수상정을 개발할 계획이다. 특히 설계 이전 단계부터 소방청 산하 수난구조대를 직접 방문해 실제 구조 환경과 운용상의 애로사항을 듣고 이를 개발에 반영하는 '현장 중심 개발 프로세스'를 가동한다.
궁극적으로 바라보는 시장은 해외다. 해양 활동이 활발하지만 구조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동남아시아와 중동 등을 잠재 시장으로 보고 있다. 국내 군과 구조현장에서 운용 레퍼런스를 확보한 뒤 이를 바탕으로 무인수상정 수출을 추진할 방침이다.
LIG D&A 관계자는 "수난구조 무인수상정 사업 수주를 계기로 해양 무인체계 전반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할 것"이라며 "2015년부터 민군 과제로 무인수상정 '해검'시리즈를 개발하며 관련 경험과 기술을 축적했고 2027년까지 정찰용 무인수상정 체계개발을 통해 국내 최초로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은 무인수상정을 해군에 납품해 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