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방산이 중남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패키지형 수출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제한적인 국방예산으로 대규모 무기 도입에 어려움을 겪는 중남미 국가들의 특성을 고려해 수출 금융을 강화하고 현지 산업기반까지 함께 구축하는 장기 협력 모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태곤 방위사업청 국제협력관은 21일 국회에서 '중남미 방산수출 확대를 위한 민관협력 세미나'에서 "5년 전만 하더라도 '방산 수출을 하는데 금융지원까지 해줘야 하느냐'는 시각이 있었지만 이제는 대형 방산 수출 패키지에 금융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컨센서스가 형성됐다"며 "중남미를 지금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노후 전력의 교체 시기가 본격적으로 도래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중남미 주요국의 노후 전력 교체는 2027년부터 잇따를 전망이다. 멕시코는 2027년 이후 노후 F-5 전투기 12대 교체를 추진하고 있다. 페루에서는 전차·장갑차 195대와 잠수함 2척의 교체 수요가 예상된다. 브라질의 경우 전차·장갑차 200여대, 칠레의 경우 장갑차 40대와 잠수함 2척 및 호위함 8척의 교체 수요가 순차적으로 발생할 전망이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활발하지 않았던 중남미 방산시장에서 향후 7~8년간 육·해·공군의 대형 교체 사업이 잇따르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이들 국가의 국방예산은 중남미 시장 진출의 걸림돌로 꼽힌다. 김 국제협력관은 "우리나라 국방예산이 약 500억달러라면 브라질은 절반 수준인 250억 달러이고, 콜롬비아는 140억 달러, 칠레는 55억 달러, 페루는 30억~40억 달러 수준이어서 대규모 금융지원 없이는 방산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며 "수출입은행 등의 정책금융 지원을 활용해 도입국의 재정 부담을 낮추고 금융 지원에 더해 현지생산과 기술협력 등을 아우르는 전체 사업 패키지로 연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중남미 시장에서 금융지원의 중요성을 체감하고 있다. 김재홍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수출사업본부장은 "국가들을 만나보면 항공뿐 아니라 해상·육상 전력을 현대화하려는 의지와 수요는 굉장히 크지만 문제는 예산이 없다는 것"이라며 "단순히 수출신용기관(ECA)을 통해 수출금융을 제공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선제적인 예산 확보를 전제로 사업을 만들 수 있도록 설득하는 진일보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지원의 범위를 현지 산업협력 단계까지 넓혀야 한다고 제안도 나왔다. 서준모 현대로템 AD글로벌사업부 전무는 "현재 금융지원은 계약이 끝난 뒤 물자를 수출하는 범위에 한해 제공되고 있는데 페루 등 일부 국가는 산업협력을 수행하는 과정에서도 금융지원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 부분까지 연계해 수출금융 지원을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인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현지 기술인력양성센터를 구축해 자립 기반을 함께 키워야 한다는 진단이다. HD현대중공업은 페루 국영조선소 SIMA와 함정을 공동건조하고 있는데, 설계·용접·도장·전기 등 숙련인력 부족을 주요 제약으로 거론했다. 송운성 HD현대중공업 상무는 "과거 일회성 협력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기술과 교육을 지원해 현지 역량을 높이고 이를 기반으로 산업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며 "지속 가능한 장기 협력 모델로 전환하면 양국에게 더 많은 사업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